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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기한' 도입 추진…식품업계, 기대·우려 교차 왜?

등록 2021.08.05 1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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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기한, 유통기한 대비 섭취 가능기간 30~40% 길어

"불필요한 낭비 감소 예상" vs "소비자 분쟁 증가 우려"

'소비기한' 도입 추진…식품업계, 기대·우려 교차 왜?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소비기한 도입을 두고 식품업계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소비기한은 식품을 섭취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인정되는 최종일을 뜻한다. 먹을 수 있는 기간의 60~70% 선에서 결정되는 유통기한보다 긴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가정 내 식품 소비 및 음식물 쓰레기 배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 사회적 비용 감소 차원에서 소비기한 도입을 추진했고 2023년 1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식품업계에서는 소비기한을 도입할 경우 "유통기한이 경과돼 버려지는 제품을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오지만 "소비자와의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5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하루에 발생하는 음식물류 폐기물의 양은 1만5000톤(t)에 달한다. 1인당 하루에 0.28㎏, 연간 500만톤(t)에 달한다. 이들 버려지는 식량자원 가치는 연간 20조원 수준이다.

이를 처리하는데 사용되는 비용도 연간 8000억원, 수거비와 폐기비용까지 더하면 1조원이 훌쩍 넘는다. 음식물 쓰레기는 2010년 이후 연평균 2.3%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음식물 쓰레기량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는 1985년 도입된 유통기한 폐지를 추진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식품 등의 표시·공고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오는 2023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우유를 비롯해 냉장 온도에 민감한 일부 제품은 소비기한 도입을 8년 유예키로 했다. 이들 제품은 오는 2031년까지 유통기한으로 표기가 유지될 수 있다. 국내 냉장 유통 시스템이 소비기한을 도입하기에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식품업계에서는 소비기한 도입 추진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소비기한 표기가 시행될 경우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 양과 이를 처리하기 위해 발생하는 손실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두부의 경우 일반적으로 유통기한이 14일이다. 하지만 보관 조건에 따라 소비기한은 100일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다. 유통기한이 3일에 불과한 식빵은 약 20일까지 증가한다.

이외에도 6개월로 유통기한이 긴 슬라이스치즈류는 소비기한을 적용하면 250일로 길어진다. 크림빵 2일, 냉동만두 25일, 계란은 25일, 생면 9일, 액상커피 30일 등으로 소비자들이 섭취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난다. 

기업들은 소비기한이 도입될 경우 제품 판매 기한이 늘어날 수 있어 매출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대기업의 경우 제품 소비량에 맞춰 생산량을 조정할 경우 재고 관리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소기업도 유통·판매 시스템을 잘 갖출 경우 유통기한 대비 제품 판매 기간이 늘어나 실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치즈류를 생산하는 기업의 경우 한번 생산한 제품을 최대 8개월까지 판매할 수도 있다.

다만 일부 업체에서는 소비자와의 분쟁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판매 기한이 늘어난 만큼 제품의 보관 및 유통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조사를 향한 책임이 유통기한에 따라 제품을 판매했을 때보다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소비자의 취급 부주의로 인한 문제도 우려된다. 소비기한에 맞춰 제품을 판매한 이후 소비자가 기한 내 섭취를 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까지 기업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고민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병행 표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소비자들이 보관에 더 신경써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업체 관계자는 "멀쩡한 제품이 너무 많이 버려져 낭비 문제가 심각하다. 소비기한이 도입될 경우 판매 기한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에 대한 소비자들의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업체 관계자는 "소비자가 제품을 보관·섭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기업과의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며 "기업과 소비자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제도가 단계적으로 정착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의견을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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