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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홍원식 전 회장의 변심…남양유업, 변신할까

등록 2021.08.09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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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돌연 계약 철회 행보 보여…남양유업 매각 안갯속

한앤컴과의 법적대응 등은 소비자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듯

[기자수첩]홍원식 전 회장의 변심…남양유업, 변신할까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남양유업은 57년 오너경영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올해 초 발생했던 불가리스 코로나 마케팅의 여파로 인해 홍원식 전 회장이 국민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선언했을 당시, 이를 지켜보던 많은 이들은 남양유업의 오너 경영이 마감됐다고 생각했다.

경영진 교체로 인해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던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 새로운 남양유업으로 태어나길 바랬던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묘해졌다. 이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은 홍 전 회장의 변심이다. 

홍 전 회장은 지난달 돌연 계약 철회 행보를 보였고 왜 이런 행동을 보였는지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홍 전 회장 침묵은 돈, 욕심, 3자 인수자 등장 등 다양한 의혹을 재생산하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걸까.

"불가리스 논란으로 실망하고 분노했던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 이런 결심을 하는데 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

불가리스 코로나19 마케팅 여파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재개되고 남양유업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을 때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국민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사퇴를 밝혔을 당시 했던 말이다.

2013년 발생한 대리점 갑질사태 이후 7년 만에 대중앞에 고개를 숙인 홍 전 회장은 기자회견 당시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보였다. 불가리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남양유업 직원들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내비쳤다.

남양유업의 매각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홍 전 회장은 지난 5월27일 한앤컴퍼니에 지분 52.6%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고 인수대금 지급일보다 한달 빠른 지난달 30일 경영권을 양도키로 했다.

IB업계에서는 유보자금만 8000억원대 달하고 신규 공장 설비, 영업조직, 제품력 등을 고려해 남양유업의 기업가치를 1조원으로 책정하기도 했는데 3분의 1가격도 채 안되는 금액에 회사를 넘겨주겠다는 결심을 발표한 것이다. 

이때부터 식품업계에서는 남양유업 측의 이면계약 체결 설 등을 비롯한 각종 근거없는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한앤컴퍼니에 대해서는 남양유업을 헐값에 주웠다는 관측마저 나왔다. 웅진식품을 1200억에 인수해서 약 5년 후에 약 두 배 가격으로 매각했는데 이번 남양유업도 몇 년간 턴어라운드 후 매각하면 최소 두 배 이상은 남길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이렇듯 기업간 거래에 여러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그래도 남양유업의 매각을 의심하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그렇게 모두가 남양유업의 새출발을 기대하고 있을 때 일은 터졌다. 

홍 전 회장은 회사를 넘기겠다고 약속한 시점에 "주식매매계약의 종결을 위한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며 예정된 주주총회를 연기했다. 계약 철회 행보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이에 한앤컴퍼니는 일방적인 계약 연기 움직임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홍 전 회장이 이렇듯 남양유업 매각 과정에서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추정해볼 수 있다. 가족들의 회사 매각 반대, 남양유업 주가 급등, 또 다른 투자자의 접근 등이 현재로서 생각해볼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홍 전 회장의 이같은 행보에 따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한앤컴퍼니와 계약 위반에 따른 법적 공방이다.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내세워 사태를 키울 경우 기업간 거래 신뢰도 하락은 물론 홍 전 회장과 기업 이미지 추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회장직 사퇴 이후 50% 이상 상승했던 주가는 최근 홍 전 회장의 행보 이후 오너리스크 재부각 등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는 기업 가치 하락 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 전 회장이 왜 이런 행보를 보였는지는 그가 스스로 밝히기 전까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이 개인 욕심을 부리면 부릴 수록 남양유업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당초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 매각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기업 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남양유업 직원이라고 당당히 밝힐 수 없는 현실이 최대주주로서의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안타까웠다"는 말이 담겨있다. 이제라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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