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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리만 올리면 집값 잡히나

등록 2021.08.20 15:07:55수정 2024.03.14 19: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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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지난달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통화당국이 금리인상을 시사하면서 주택시장의 하향 안정세가 시장의 예측보다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국민 상대로 집값이 고점이라고 엄포까지 놓으면서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나라 살림을 책임져야 할 홍 부총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경제 수장은 금리인상에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재정정책 효과가 줄어들고,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거나 고용 시장 불안을 가져오는 등 실물경제 안정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세가 언제 수그러들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은 문재인 정부들어 급등한 집값이 정권에 무거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을 더 조여도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힘들 것 같자 문제의 원인을 통화정책 탓으로 돌리며 '금리인상' 카드를 내 놓은 것이다. 
 
우선, 이 대목에서 생기는 근본적 의문은 과연 기준금리를 올리면 집값이 잡히느냐 하는 점이다. 물론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늘어나는 금융 비용 만큼 주택 구매 수요가 줄어 집값이 하락한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 이치다. 그런데 과거 두 차례 기준금리 상승기를 보면 기준금리와 집값은 관련이 없거나, 있더라도 이론과 반대 방향으로 작동했다. 1차 기준금리 상승기인 2005년 10월~2008년 8월을 보자. 당시 8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연 3.25%에서 5.25%까지 올랐다. 그런데 이 때 전국 아파트 값은 20.9% 상승했다. 2차 상승기(2010년 7월~2011년 6월)에도 기준금리가 2%에서 3.25%로 올랐지만 아파트 값은 12.1% 상승했다. 

시계를 크게 과거로 돌리지 않고 최근 1년만 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중 금리는 올랐지만, 집값은 되레 상승했다. 코로나19 위기 직전인 2019년 12월 연 2.45%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6월 연 2.74%로 2019년 6월(2.74%)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출금리가 이미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은 어떠한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5.98%, 1년 전과 비교해 8.81% 올랐다. 최근 1년 동안 가계 주담대 금리는 올랐지만 주택 가격은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금리를 올라면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다는 데에는 한은 내부에서 조차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달 한은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도 "일반적으로 금리의 상승이 주택가격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이해되지만 최근 1년 동안에는 가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주택가격도 함께 상승하는 모습"이라며 "주택가격을 근본적으로 안정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실효성 있는 공급대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사실 최근의 집값 급등의 근본 원인을 저금리가 아니라 공급 부족에 있다고 보는 게 맞다. 바꿔 말하면 공급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한다고 집값을 잡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동안 정부는 투기과열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40%로 낮추고, 다주택자의 주택담보 대출을 막고, 15억원을 넘어서는 주택에 대해서는 아예 대출을 못하게 했다. 문재인 정권에 들어서만 부동산 대책을 26차례나 발표했다.

그런데도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았다. 온갖 규제에도 안 풀리는 부동산 가격이 금리를 한 두 차례 올린다고 잡힐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차례 올린다 해도 1%로 저금리 수준이니 대출금 부담에 집을 내다 팔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다.

실책은 정부가 해 놓고 '투기세력'만 탓하며 공급은 늘리지 않고, 수요만 줄이려다 보니 이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공급은 줄어드는 데 수요는 꺾이지 않으니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다. 부동산 가격은 통화정책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것은 기본적인 이치다. 더 이상 통화정책이 부동산 가격을 잡는 '만능열쇠'인 것처럼 여기는 우둔함을 보여서는 안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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