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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기 진영에 비판적 언론이라고 악은 아니다

등록 2021.08.27 20: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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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부여를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조만간 국회 문턱을 넘을 듯하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당내 반발이 확산되자 더불어민주당이 보완을 검토하고 있다.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에 골격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도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170석이 넘는 압도적 의석수 앞에서는 시간을 조금 늦추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어 보인다.

'가짜뉴스 피해구제'와 '언론 재갈' 사이 논쟁은 뜨거웠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어서 굳이 여기서 다시 읊고 싶은 마음은 없다. 현업 종사자로서 언론이 개혁 대상이 된 데 대한 참담함과 부끄러움도 고백한다.

다만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있다. 민주당의 언론관이다. 내 편은 철저히 옳고 상대편은 무조건 그릇됐다는 진영논리에 바탕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

언론중재법 선봉에 선 김용민 최고위원은 전직 기자 A씨가 국회 앞에서 '진짜 기자들은 언론중재법 통과를 기원한다'는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진짜 기자들은 언론중재법 통과를 기원한다는 1인 시위 응원한다"고 썼다.

A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해직된 기자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지난 4·7 재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현 서울시장 유세차에 올랐던 청년들의 영상 뉴스를 SNS에 공유하며 "얼굴 잘 기억했다가 취업 면접 오면 반드시 떨어트리라"고 해 논란이 된 인물이다. 자기 진영편에 서면 '참기자', 반대하면 '가짜뉴스 생산자'라는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본디 진영논리는 한국 정치 진영에서 '그나마' 진보를 지향하는 민주당은 지양해야 할 가치였다. 그러나 여권의 한 유력 인사는 "진영논리가 왜 나쁘냐"고 반문하고부터 민주당은 더 이상 진영논리를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어졌고 언론도 그 대상 중 하나가 된 듯 하다.

이 인사는 진영논리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근거로 삼은 것도 언론의 정파성이다. 대부분 언론이 진영논리에 빠져 있는데 왜 나는 진영논리를 거부해야 하느냐는 주장이다.

언론의 정파성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굳이 사명을 적시하지 않아도 진보언론은 누구, 보수언론은 누구로 쉽게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의 정파성을 민주당 같은 정치 집단의 진영논리와 동일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이다.

오로지 자기 진영의 이익만 철저히 계산해 행동하는 정당과는 달리 언론은 제3자 입장에서 사회가 한 극단에 치우치지 않도록 기능해 왔다.

박근혜 정권 최순실·우병우 국면에서 보수언론의 기여는 많으면 많았지 결코 적지 않았다. 진영을 가리지 않고 예멘 난민과 여성 혐오가 판을 치던 때 진보언론은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보수언론이냐 진보언론이냐를 떠나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언론 본연의 역할이고 지금의 권력은 민주당이라는 점을 망각해서도 안 된다. 정부·여당에 비판적일 수 밖에 없는 언론 환경을 놓고 포털의 기사 배치가 불공정하다느니 하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말이다.

톡 까놓고 말해 민주당도 야당 시절에는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에 수혜를 입지 않았나. 송영길 대표가 언론중재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평생 야당만 할 것이냐"고 묻는데서 떨떠름함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민주당의 진영논리적 언론관은 자기 진영에 비판적 언론을 악(惡)으로 대하는 데 그칠 뿐만 아니라 그 지지층의 확증편향을 키우는 문제도 있다.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만드는 것 말이다.

일례로 정청래 의원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영선 후보의 유세현장 사진을 SNS로 나르며 "언론을 믿지 말라"고 했다. 박 후보 유세 현장에 많은 인파가 운집한 사진은 이미 많은 언론에서 다룬 바가 있는데도 정 의원은 "언론에는 안 나오는 사진"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언론 스스로 신뢰도를 깎아먹은 게 무엇보다 크겠지만 정치인의 이런 행위도 뉴스 신뢰도 하락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해 말 언론 인터뷰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필요성을 거론했을 당시 친문 커뮤니티에서는 한동안 '기레기의 가짜뉴스'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지지층에게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만든 결과다.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다.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이며 바이블처럼 들이대는 한 연구소 조사결과다.

지난해 기준 조사대상 40개국 중 한국이 언론 신뢰도 최하위를 기록한 이 조사에서 '인터넷 허위정보 출처로 우려되는 집단'을 묻는 질문에 우리나라 응답자의 32%는 '정부와 정치인'을 꼽았다. '기자와 언론사'라는 응답은 23%였다.

언론 개혁은 사실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본다. 클릭 경쟁에 매몰돼 자극적·선정적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의 자정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언론 전체를 거악(巨惡)으로 몰아가는 식의 개혁은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이런 식의 개혁이라면 민주당 입장에서 언론중재법은 꽃놀이패나 다름없다. 언론중재법 처리에 성공하면 지지층으로부터 개혁 완수의 박수를 받을테고 설령 후퇴하거나 실패하더라도 기득권 언론의 저항 탓에 개혁을 못 다 이룬 순교자처럼 남으면 그만일테니까.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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