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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매년 끊어지는 전자발찌…국민은 불안하다

등록 2021.08.30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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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범죄를 저질러도, 관제센터에서 파악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가 금지된 장소나 시간에 이동하는 경우가 아니면 경보가 울리지 않는다는 법무부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이렇게 되물었다. 여느 때 같았으면 불길한 상상 정도로 끝날 일이었지만, 지난 29일은 달랐다.

이 질문을 하기 불과 몇 시간 전,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났던 강모(56)씨가 서울 송파경찰서에 들어섰다. 그는 지난 27일 오후 5시31분 착용하던 전자발찌를 끊은 뒤, 38시간 동안 서울 곳곳을 누볐다.

결과는 참혹했다. 강씨는 전자발찌를 끊기 전과 후에 여성 2명을 살해했다.

특히 첫 번째 피해자는 그의 집에서 발견됐으며, 범행은 전자발찌를 끊기 전에 벌어졌다. 원칙적으로 서울동부보호관찰소는 이때의 강씨를 '규정을 준수하는 부착자' 정도로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강씨 사건이 알려진 후 8시간30분 만에 나온 법무부 보도자료에는 강씨가 전과 14범(실형 8회)에 성범죄도 2회 저질렀으며, 징역 15년을 복역하다 올해 5월 사회에 복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무부는 강씨의 전자발찌 훼손을 즉각 확인해 10개 보호관찰소와 8개 경찰서가 공조 추적했다고도 했다.

장기간 복역하고도 교정되지 않은 범죄자, 시스템에 따른 대처 등 법무부 탓만 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보도자료 마지막 장 '훼손 현황' 항목을 보자 깊은 탄식이 나왔다.

전자장치 부착 제도가 시행된 2008년 이후 전자장치 훼손 사건은 매년 있었다. 2008년 1명에서 2009년 5명, 2010년 10명으로 그 수는 계속 늘어나 2018년에는 23명이 전자장치를 훼손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11명이 전자발찌를 훼손했고, 법무부는 현재까지 이들 중 2명을 검거하지 못하고 있다.

전자발찌에 관한 법률 제1조는 '불구속재판을 확대하고, 범죄인의 사회복귀를 촉진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에는 '(부착자의) 수치심으로 인한 과도한 고통의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항목도 있다.

취지대로라면, 법무부가 강씨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두 관여했을 때 오히려 위법성이 짙다.

전자발찌 부착자에 대한 상세한 위치추적을 명하는 동시에 부착자 인권을 강조하는 이 법은, 처음부터 상반된 두 가지 목적이 결합된 형태로 제정됐다. 그 사이 괴리로 인해 이런 사건이 벌어질 위험성은 늘 있었던 셈이다.

법 제정 후 14년은 전자발찌를 견고하게 하거나 발찌 착용자의 일탈 행위에 신속히 대처할 방법을 마련하기에 부족했던 걸까. 뻔히 보이는 빈틈은 방치됐고, 결국 2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전자발찌에 관한 법률 제1조에는 앞서 본 문구 외에도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절단기가 이번에도 발찌 부착자에게 요긴하게 사용됐다고 하니, 이 법의 목적은 다시 한번 공염불이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wakeu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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