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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논에서 줄줄 새는 전기요금…한전, 감사원 지적에도 '나 몰라라'

등록 2021.09.12 06:00:00수정 2021.09.12 12: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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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감사원, 한전에 농사용 전기 계약 관련 우려 전달
올해 2분기 한전 자체 감사서 같은 사례 또 적발
영세농 위한 제도인데…대규모 사업장 악용 우려
관리 체계 구멍…한전 실적 악화, 국민까지 피해
한전 "고의 여부 판단 어려워…현실적 문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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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한국전력 나주 본사 사옥. (사진=한국전력 제공)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산업용보다 농사용 전기요금이 더 싸다는 점을 악용해 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한국전력공사(사장 정승일)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요금 체계에 구멍이 뚫리는 것을 우려한 감사원이 관리 강화를 요구했지만, 지적을 받은 이후에도 해당 사례는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다.

혈세나 다름없는 공공재 사용료인 전기요금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면 한전의 실적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한전의 '2021년 2분기 자체감사결과' 자료를 보면 충청남도에서 김 생산·건조공장을 운영 중인 A씨는 2010년 10월 한전과 990㎾ 규모의 농사용 전력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후 2013년 7월에 500㎾를 B씨의 명의로 추가 계약했고, 2017년 5월에 이 명의를 A씨 본인으로 변경했다.

약관에 따르면 전기 사용 장소(1구내)의 계약전력이 1000㎾를 넘기면 농사용이 아닌 산업용 전기요금을 적용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A씨가 실제 사용한 계약전력은 1490㎾이기 때문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내야 한다.

현재 한전은 계약종별로 산업용,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농사용, 가로등, 심야 등으로 나눠 전기요금의 판매 단가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특히, 농사용 요금의 경우 영세한 농어민을 보호하기 위해 농축수산물 생산에 사용하는 전력을 저렴하게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지난해 기준 한전의 농사용 전기요금 판매단가는 ㎾당 48.45원으로 산업용(107.35원)보다 55%가량 저렴하다.

즉, 한전은 A씨로부터 최근까지 덜 받은 전기요금을 위약금 명목으로 받아내야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A씨가 애초에 전기요금 면탈의 목적이 없었고 관련 약관 내용을 전혀 안내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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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전력량계 모습. 2021.03.22. kkssmm99@newsis.com

실제로 한전은 농사용과 산업용 전력 요금 차이로 인한 위약금 소송을 이전에도 몇 차례 진행한 바 있다. 아울러 이와 관련된 민원 제기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위약금도 전기요금 소멸 시효에 따라 3년 치만 청구할 수밖에 없다. 나머지 액수만큼 그대로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지난해 9월에도 이와 똑같은 사례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는 점이다.

당시 감사원 통보문을 보면 전복 종묘(어린 전복) 배양장을 운영하는 C씨는 2014년 2월 350㎾ 규모의 농사용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2015년 1월 기존 전기 사용 장소를 확장해 추가로 149㎾를 신청했다. 이후 2017년 3월에는 확장한 장소의 농사용 전력을 980㎾로 증설했다.

마찬가지로 합산 계약전력이 1000㎾를 넘기기 때문에 이는 농사용이 아닌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한전은 지번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C씨와 별개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한전은 산업용 전력으로 계약했을 경우보다 6억3000만원가량의 요금을 덜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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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전기요금 고지서. 2021.08.02. xconfind@newsis.com

감사원은 통보문에서 "B씨의 고의성 여부 등을 추가 확인해 그 결과에 따라 위약금을 청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전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위약금을 청구하겠다"며 "기존 계약자가 새로 전기 사용을 신청하는 경우 해당 신청 지번뿐 아니라 인접 지번의 계약 사항도 조회할 수 있도록 영업정보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농사용 전력 계약과 관련된 문제점은 내외부 감사에서 끊임없이 지적을 받고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한전은 현장에 직접 나가 확인하기 전까지는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또한 이를 걸러낼 수 있을 만한 전산 시스템을 갖추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고 있다.

결국 사업 영위에 어려움을 겪는 농어민을 돕기 위해 도입된 농사용 전기요금 제도를 악용해 규모가 큰 사업장에서 이득을 얻는 것을 눈 뜨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직원들이 직접 나서서 악용 사례를 확인하는 업무를 시행해왔고, 감사원 지적 이후에는 횟수도 늘려 좀 더 꼼꼼히 확인하고 있다"며 "시스템 개발과 관련된 연구도 계속해서 하고 있지만 현재의 기술과 법, 제도로는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uss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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