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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전세 비상③]한 아파트에 5억·10억 전세…내년 하반기 패닉 온다

등록 2021.09.20 08:00:00수정 2021.09.20 0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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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이중가격 현상 고착화…강남구 2억 차이

임대차2법 시행 이후 오히려 전셋값 급등 행진

갱신청구권 사용한 갱신계약 내년 8월부터 만료

임대료 두 배 올려줘야 하는 세입자들 패닉 상태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상가 내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시세표가 붙어있다. 2021.09.16.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상가 내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시세표가 붙어있다. 2021.09.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이후 전세 신규계약 보증금과 갱신계약 보증금 간 차이가 벌어지는 전세가격 이중가격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강남권에서는 같은 단지 내에서 전셋값이 두 배까지 벌어지는 단지도 등장했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이 끝나는 내년 8월 이후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는 4년 임대기간 동안 오른 시세가 반영되는 만큼 전셋값 폭등과 시장 혼란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20일 국토교통부에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SK북한산시티 아파트 84㎡형은 지난달 19일 5억5000만원(19층)에 전세 계약 됐다. 그런데 하루 전날인 18일에는 3억3600만원(18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3억원대 전세 거래는 계약갱신청구원이 행사된 계약으로, 같은 아파트의 동일 평형 전세 보증금이 2억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작년 6월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의 전세 가격이 3억2000만원~4억2000만원에 형성됐던 점을 감안하면 전세가격 이중현상이 심해진 것이다.

강남 고가 아파트의 경우 이중가격 차이가 더 크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 24일 전세보증금 10억5000만원(10층)에 계약됐다. 지난 8일에는 같은 면적 11층 매물이 5억1450만원에 전세 계약이 성사됐다. 이웃 간 전셋값 차이가 2배 이상 벌어진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2년 임대 기간에 한 차례 더 계약을 연장해 4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작년 7월 임대차법을 시행하면서 임대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는 부동산 상승기로 진입하면서 신규계약과 갱신계약 간 차이가 커지는 이중가격 현상이 심화됐다.

여기에 종부세 부담 강화 등의 원인과 맞물려 '전세의 월세화'도 빨라지면서 시장에 전세 매물은 사라지고 가격은 치솟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국토부가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내 아파트 신규계약 평균 보증금과 갱신계약 평균 보증금 간 격차가 9638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25개 구 중 이중가격 차이가 큰 강남구는 신규 계약이 갱신 계약보다 평균 2억710만원 비쌌다. 또 종로구(1억9388만원), 서초구(1억8641만원), 성동구(1억7930만원), 마포구(1억7179만원)도 1억5000만원 넘는 격차를 보였다. 가장 격차가 작은 구로구도 4109만원에 달했다.

문제는 계약갱신 청구권을 한 번 사용한 계약의 만료가 돌아오는 내년 하반기다. 세입자는 계약갱신 청구를 한 번만 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번 계약을 연장한 후 2년 뒤 새로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는 그동안 오르지 않았던 인상폭까지 감당해야 한다.
      
임대인들은 그동안 어쩔 수 없이 5% 범위 내에서 증액해 계약을 한 만큼 2년이 지난 후에는 보상심리 차원에서 시세에 맞춘 보증금에 재계약을 하거나 신규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한 번 사용한 계약은 내년 8월부터 순차적으로 만료된다. 이 시점에는 결국 현재 이중가격 중 높은 가격으로 '키 맞추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최근 2년 동안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국민은행 월간 통계에 따르면 2019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2년 동안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37.8%(4억6682만원→6억4345만원) 상승했다.

이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될 세입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40대 가장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3억원 하던 전세가 5억5000만원이 됐는데 1년 남짓 남은 내년까지 아무리 노력을 하고 궁리를 해도 2억5000만원이 나올 구멍이 없다"라며 "도둑질이나 강도짓을 하지 않고 1년 동안 이 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적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임대차3법에 대해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월 임대차3법 시행 1년을 맞아 제도를 평가하면서 "서울 아파트 임차인 다수가 제도 시행의 혜택을 누리고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단기간에 전세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 상태가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되면 지금 보다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임대차2법의 혜택을 얻은 사람들은 당장 2년의 주거안정기간이 연장돼서 좋아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며 "2년 뒤 크게 오른 임대료 인상에 맞닥뜨리게 되면 그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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