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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경 "5살에 피아노 시작...음악은 내게 산소"

등록 2021.09.17 17: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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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주년 기념 음반 발매·공연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서혜경의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2021.09.17 nam_jh@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서혜경의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2021.09.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5살에 피아노를 처음 시작해 1971년 11살에 명동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국립교향악단(현 KBS교향악단)과의 협연 무대에서 데뷔한 서혜경, 그가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2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선다.

최근 한국인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페루초 부소니 콩쿠르에서 1위 소식을 알렸다. 한국으로선 역대 두 번째 1위였는데, 이 대회에서 한국인으로서 처음 이름을 올린 이가 바로 1세대 피아니스트 서혜경이었다. 당시 서혜경의 수상은 동양인이 철저히 무시 당하던 클래식 음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1980년 그의 나이 스무살 때였다.

"후배의 1위가 너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그 시절에는 굉장히 동양인들이 무시 당하던 때고 한국이 어디에 붙어있는지조차 모르던 시절이었어요. 제가 한국인 최초로 1위 없는 2위를 했었죠."

'러시아 음악 전문가'로 불리는 그는 1998년 서울올림픽 문화축전 기간 중 처음 내한한 모스크바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냉전 이후 한국이 러시아와 펼친 최초의 문화예술 교류였다. 이듬해 모스크바필하모닉은 다시 내한해 서혜경을 초청, 협연했고 이 공연을 기점으로 1990년 한러 수교 이전에도 서혜경은 러시아 예술인들과 꾸준히 교류했다.

그는 여류 피아니스트로서는 최초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5곡)을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 도이체 그라모폰(DG)을 통해 2010년 발매했다.

오는 26일 오후 5시에 열리는 공연 역시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스페셜 콘서트다. 이번 무대에선 특히 러시아와 인연이 깊은 20대 후배 피아니스트 2명과 무대에 오른다. '러시아 피아니즘'의 거장 엘리소 비르살라제의 제자 윤아인과,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에 빛나는 러시아 신예 다니엘 하리토노프와 함께한다.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서혜경의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왜 라흐마니노프를 선택했냐는 질문에 그는 유방암 투병시기를 회상했다.

서혜경은 2006년 1월 유방암 판정을 받았다. 8번의 항암치료와 절제 수술, 33번의 방사선 치료…1년 반의 투병생활 끝에 그는 마침내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는 "오른쪽에 암이 두 덩어리가 있었다. 오른쪽을 못 쓰는 피아니스트가 되는 줄 알았다. 우울증이 왔었다. 암으로 연습도 못하다가 5개월 만에 무대에 서서 연주한 레퍼토리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 3번, 파가니니'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흐마니노프의 그 두 곡은 피아니스트들에게 에베레스트산 같은 누구나 정복하고 싶은 곡이다. 러시아에선 '코끼리 피아노 협주곡'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가장 도전적인 곡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독 러시아 작곡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자, 러시아의 작곡가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의 정서는 민요가 섞여 있다. 라흐마니노프의 곡에는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향수가 들어있고 아픔이 있다. (협주곡에도) 교향곡 못지않은 어렵고 굉장한 화음이 수시로 바뀌고 화려하면서도 슬프다. 그게 우리 한민족들의 한과 닮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서혜경의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2021.09.17 nam_jh@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서혜경의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2021.09.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혜경은 데뷔 50주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음악이 자신에게 "산소와도 같다"고 했다.

"피아노는 바로 저예요. 암에 걸렸을 때 의사가 '살아남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피아노를 칠 수 있냐고 묻는 환자는 처음'이라고 하더라구요. 운 좋게 기적적으로 피아노를 다시 칠 수 있게 됐죠. 그만큼 더 피아노가 없는 저의 인생은 상상이 안 가요."

그는 유자왕, 랑랑처럼 빠르고 기교적인 피아니스트가 각광받는 이 시대에도 '로맨틱 피아니스트'의 계보를 잇고 싶다고 했다.

"로맨틱하게, 오센틱(authentic, 진짜의)하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이고 싶어요. 피아노는 건반악기이기 떄문에 성악가가 노래하듯이 연주하기가 어려워요. 성악가가 노래하는 것처럼 하는 것은 그 연주자만의 테크닉이라 할 수 있죠. 여러 성악가가 노래하듯이 여러 악기가 연주하듯이 우아하게 연주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서혜경은 공연과 함께 50주년 기념 음반도 발매했고, 또 발매 예정이다. 다음달 16일에는 한러수교 30주년을 기념한 음악회도 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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