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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신근의 반려학개론]동물보건사에 대한 기대와 우려

등록 2021.10.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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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동물병원.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서울=뉴시스] 동물병원.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서울=뉴시스] 반려동물 간호 또는 진료 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동물보건사'가 내년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한수의사회 등은 최근 동물보건사 제도 운영에 관한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동물보건사는 동물 의료 전문 인력 육성과 동물 진료 서비스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농림부가 수의사법을 개정해 도입한 제도다.

지원자는 내년 2월 치러질 동물보건사 자격시험에 합격해 농림부 장관이 발급하는 자격증을 취득하면 동물병원에서 수의사 지도 아래 동물 간호, 진료 등 보조 업무를 할 수 있다.

지원 자격은 전문대 이상 동물 간호 관련 교육 과정을 이수한 사람, 전문대 이상의 학교를 졸업한 뒤 동물병원에서 1년 이상 근무한 사람, 고교 졸업 후 동물병원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사람 중 특례 대상자(정부 인증 교육기관에서 120시간 실습 이수)다.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현재 1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불과 수년 사이 급증했다. 관련 산업도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관련 각종 산업 중 반려동물에게 가장 절실하고, 가장 직접적인 것이 '의료 서비스'다.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동물보건사는 여러 측면에서 호응을 받을 수 있다.

동물을 사랑하는 젊은 층 중에는 관련 직업을 갖고 싶지만, 수의사가 될 수 없어 동물보건사가 되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반려인은 동물병원에서 수의사는 아니지만, 전문적인 지식과 서비스 역량을 가진 동물보건사에게 각종 서비스를 받는다면 만족스러울 것이다.

수의사로서는 현재 일반인을 직원으로 고용해 실무를 가르쳐 병원 업무를 돕게 하고 있는데 일단 관련 교육 기관을 나와 국가 공인 자격증을 따낸 동물보건사를 채용한다면 조금 더 편안하게 실무를 가르칠 수 있어 편리할 것이다.

정부로서도 동물보건사 제도를 통해 젊은 층의 동물병원 취업을 유도하면 '일자리 창출' 목표도 달성할 수 있어 좋을 것이다.
[서울=뉴시스] 동물병원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동물병원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필자는 이런 것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못지않게 많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

근래 국내에서 '~동물 메디컬 센터'라고 명명한 대형 동물병원이 늘어나고 있으나 아직 동물병원 중 상당수는 수의사 1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병원이다. 반려동물 붐이 일고 있다고 해도 이런 병원들은 '대박'을 기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동물보건사를 고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동물보건사도 작은 병원보다 시설과 입지가 좋은 대형 병원에서 일하고 싶어 할 것이다.

결국 동물보건사는 일부 대형 동물병원 중심으로 취업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국가자격증을 가진 동물보건사는 지금 중대형 동물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일반 수의 테크니션보다 급여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럼 그만큼 높아진 급여 수준을 어디에 반영하게 될까.
 
결국 필자가 늘 지적하는 일부 대형병원의 과잉 진료 문제가 더 불거질 수 있다.

해당 병원을 찾는 반려동물 수가 급격히 늘지 않는다면 마리당 부담하는 병원비를 늘려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시설비, 장비비 부담을 전가하려고 불필요한 검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인데 그런 시도가 더 늘어난다면 전체 수의사들을 바라보는 반려인들의 시선이 좋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사람 병원에서 간호사가 각종 주사를 놓아주는 것은 당연하다. 언제부터인가 치과의사가 스케일링을 하는 치과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거의 위생사가 한다.
 
동물병원은 아직 그렇지 않다. 주사도, 스케일링도, 수의사가 해야 한다. 수의 테크니션이 여러 명 근무하는 대형 병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동물보건사 제도가 시행되면 그런 것들이 수의사 주요 업무가 아니라 동물보건사 일이 될 것이다. 간호사나 위생사가 하는 일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재 수의사가 하는 일들이 급격하게 실습 120시간에 불과한 동물보건사에게 전가됐을 때 일어날지도 모르는 부작용을 걱정하는 것이다.

농식품부가 수의사법을 개정해서까지 돟물보건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만큼 시행은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됐다. 이젠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법이 무엇인지를 대한수의사회뿐만 아니라 일선 수의사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냉철하고 세심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윤신근
수의사·동물학박사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수의사 윤신근 박사

[서울=뉴시스]수의사 윤신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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