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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이면에 더 깊은 성찰…연극 '태양'

등록 2021.10.11 17: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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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2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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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태양'. 2021.10.11. (사진 = 유경오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연극 '태양'은 코로나19 시국을 연상케 한다. 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 인구가 감소한 21세기 초가 배경.

그런데 뛰어난 연극은 시의성을 너머 언제나 통용되는 성찰을 갖는다. '태양'은 바이러스로 폐허가 된 우리 일상을 자각하는 것 이상의 메시지를 던진다.

신인류 '녹스'와 구인류 '큐리오'의 갈등이 중심축이다. 극 중에서 녹스는 바이러스 항체를 갖고 있다. 보다 건강하고, 보다 오래 젊음을 간직할 수 있다. 이런 우월한 신체적 능력으로, 사회·경제적 중심에 있다.

반면 '골동품'이란 뜻의 큐리오라 불리는 구인류는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이들은 점차 변방으로 밀려난다. 어느 날 큐리오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에서 녹스가 살해된다. 이 사건으로 이 마을 옆 녹스 자치구는 경제적 지원을 몽땅 끊어버린다. 10년 뒤 해당 마을은 스무 명 남짓만 살아가는 황량한 동네가 된다.

'산책하는 침략자'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일본 작가 마에카와 도모히로의 작품이다. 그는 신파적 요소를 SF적으로 재활용해 사람의 감정을 정공법으로 건드리는 데 탁월하다.

'태양'에선 '우리는 하나'라는 외침이 그렇다. 녹스가 되기를 바라는 큐리오 '오쿠데라 데츠히코'와 태생부터 녹스인 '모리시게 후지타'는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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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태양'. 2021.10.11. (사진 = 유경오 제공) photo@newsis.com

데츠히코는 녹스의 모든 것이 부럽다. 후지타는 데츠히코의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매력을 좋아한다. 서로의 근원적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다보니, 격렬한 다툼도 벌이지만 둘은 서로를 아낀다. 데츠히코는 자신의 삼촌 오쿠데라 가츠야가 후지타를 없애려고 하자, 온몸으로 이를 막아선다.

막강해보이는 녹스에게도 유일한 약점이 있다. 바로 태양이다. 자외선에 너무 민감해 밤에만 활동한다. 큐리오에서 녹스가 된 이들은 태양을 한없이 그리워한다. 막바지에 과거 큐리오였던 녹스 가네다 요지가 큐리오 친구 이쿠타 소이치 옆에서 함께 태양을 내리쬐는 것처럼.

'태양'은 이분법 위에 이질적인 요소를 엇갈려지만, 그걸 파생시킨 존재는 결국 하나라는 사실을 반짝이게 만든다.

여기서 바이러스는 지금 시점을 반영하는 특별한 무엇이 아닌, 인간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가깝다. 김정 연출은 "(바이러스는) 여전히 우리에게 현재진행형의 이야기이니, 제가 함부로 시의적절한 이야기라고 규정지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이러스라는 상황을 통해 그 속 인간들의 고민을 더 포착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연출은 하나의 이미지로 정형화될 수 있는 소재 이면에서, 깊은 성찰을 끌어낸다. 세상의 분주함에서 잠시 벗어나 지금의 위기를 가져온 소재를 찬찬히 살피는 일, 그건 공연장과 연극이 관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명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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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태양'. 2021.10.11. (사진 = 유경오 제공) photo@newsis.com

'태양'은 메시지뿐만 아니라 무대 미학, 배우들의 신체 움직임 등 연극성의 모든 측면에서 나무랄 데 없는 수작이다. 대체로 비어 있는 무대는 21세기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대로 품는다. 주황·푸른빛 조명으로 큐리오·녹스 세상을 구분하는 등 공간 구획에 따른 조명 사용이 탁월하다. 

데쓰히코 역의 김하람, 가쓰야 역의 김도완 등 인물의 심리상태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탁월하게 분절된 신체 움직임은 극에 리듬을 부여한다. 이쿠타 소이치 역의 서창호, 오쿠데라 준코 역의 임미정 등 중견 배우들의 무게감도 만만치 않다.

예술계 권위를 자랑하는 '제9회 두산연강예술상'(2018) 공연부문 수상자 김정 연출의 신작이다. 그가 상임연출로 있는 경기도극단과 두산아트센터가 공동제작했다. 공공 극단과 민간 제작극장의 시너지를 확인할 수 있다. 모든 회차가 매진됐다. 오는 23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Space)111.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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