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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창업' 뛰어든 청년들…코로나가 낳은 '젊은 사장'

등록 2021.10.1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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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로 청년 '고용한파'

일부 취업 차선책으로 창업 택하기도

열기는 뜨거운데 지속 가능성 의문

"두려움 해소 위해 재도전 기회 필요"


[고양=뉴시스] 조수정 기자 = 고양시 주최 제14회 청년일자리박람회가 열린 지난 7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취업 희망자들이 기업 취업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2021.10.07. chocrystal@newsis.com

[고양=뉴시스] 조수정 기자 = 고양시 주최 제14회 청년일자리박람회가 열린 지난 7일 오후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취업 희망자들이 기업 취업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2021.10.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소현 기자 = 취업준비생 신효정(24·여)씨는 수공예 플랫폼 '아이디어스'를 통해 컬러증명 일러스트를 판매한다. 신씨는 대학 4년 내내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지만, '코로나 취업 한파'를 피하진 못했다.

신씨는 취업의 중간단계로 창업을 택했다. 그는 "취업준비 자체에 돈이 많이 들다 보니 창업해서 번 돈을 취업준비에 쓰고 있다"며 "취업 전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돈도 벌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신씨와 같은 '청년 사장'이 늘고 있다. 지난달 23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창업자가 30세 미만인 창업기업(8만8000개)은 14.5% 증가했다. 개인 창업기업이 66만8000개로 전년 동기 대비 10.3% 감소한 것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취업 시장이 개선되지 않아 창업으로 눈 돌리는 젊은 층이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월평균 취업자는 2691만8000명이었는데,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30세 미만은 2.5%, 30대는 4.8% 감소했다.

한 포털사이트 상품중개플랫폼에서 인생 차(茶) 찾기 패키지 '에브리데이 티팟'을 운영하는 홍승범(25) 대표 역시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한 경우다. 홍 대표는 "여름이 지나도 코로나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며 "인턴 서류 '광탈'로 자기소개서 쓸 시간에 차라리 내 사업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생계형 창업'이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돈을 벌고자 차선책으로 여겼던 창업에 눈을 돌리는데, 이때 비교적 진입이 쉬운 도·소매업과 음식점·숙박업 등 분야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청년들의 생계형 창업은 최근 SNS마켓이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도·소매 전자 상거래 형태로도 나타난다.

임용빈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도·소매업은 코로나 이전부터 고용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구조조정도 많이 일어나는 업종이다. 청년층이 해당 업종에서 늘고 있다는 건 취업에 대한 생각이 자본이 크게 들지 않는 소매 창업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음식점·숙박업의 경우 코로나 이후 임시직 고용 자체가 감소하면서 해당 업종에서의 경험을 가진 청년들이 창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21·여)씨도 아르바이트 경험을 발판 삼아 창업했다. A씨는 "코로나 초기 개인 사정으로 휴학한 뒤 직원으로 일하며 창업 준비를 해왔다"며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개인 카페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어 "과 특성상 실습이 많은데, 비대면 수업을 한다고 하니 굳이 복학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덧붙여 말했다.
[서울=뉴시스] 이소현 수습기자 = 코로나19 이후 닥친 취업난으로 창업에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20대 사장인 신효정씨 등이 판매하는 컬러증명 일러스트 작품(오른쪽), '에브리데이 티팟' 패키지(왼쪽). 2021.10.15. winni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소현 수습기자 = 코로나19 이후 닥친 취업난으로 창업에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20대 사장인 신효정씨 등이 판매하는 컬러증명 일러스트 작품(오른쪽), '에브리데이 티팟' 패키지(왼쪽). 2021.10.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청년 창업이 늘어나는 현상을 창업 유형에 관계없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청년이 창업을 하면 똑같은 음식서비스여도 창의적 역량을 발휘하거나 혁신 노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며 "청년 창업이 늘면 창업 시장에 긍정적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창업 열기는 뜨거운 반면 지속 가능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취업에 비해 변수가 많아 불안정성이 큰데다 한 번 실패하면 회복이 불가능할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 단장은 '재도전 지원 강화'를 언급했다. 그는 "재도전 기회가 많아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해소된다.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면 청년들이 창업에 더 적극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일본의 '사업재구축보조금'을 참고해 정부가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재구축보조금은 코로나19 이후 일본이 중소기업의 사업 재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하는 1조1500억엔 규모의 보조금이다.

노 단장은 "실패 사례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어떤 이유로 실패했는지 안다면 곧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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