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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암호화폐 과세, 할 건가 말 건가

등록 2021.10.20 1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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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선진국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이미 확정된 대로 스케줄에 따라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해 가는 것이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맞지 않을까 싶다."

암호화폐(가상자산) 과세 도입 3개월을 앞두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원칙'이 힘을 잃고 있다. "맞지 않을까 싶다"는 홍 부총리의 말에 "맞지 않다"는 의원들 주장이 충돌하면서다. 최근 국정감사장에서는 내년 암호화폐 과세 도입을 놓고 설왕설래가 계속됐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국면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양당 후보들이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본 정치권이 지지율로 나타나는 숫자의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세금을 더 걷는 게 쉽겠냐"며 "결국 홍 부총리가 백기를 들고 정치의 뜻에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점쳤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로운 세금을 매기면 표심 이탈 등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 또한 무리하게 추진하기 힘들 거라는 논리다.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마저 법안 발의 등으로 과세 유예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암호화폐 과세 유예를 주장하면서 홍 부총리의 입지는 점점 더 약해지는 분위기다. 정치권과 정부가 합심해 법안을 통과시켜놓고 정부만 나무라는 꼴이다.

경제정책이 정치 논리에 휘둘린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돈 문제'는 '표 문제'를 생각하는 여의도에서 자주 표류했다.

여당은 2018년 시행령에 따라 주식 양도소득세 납부대상인 대주주 요건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기로 정부와 합의했지만, 지난해 여론이 악화되자 막판 '말 뒤집기'로 끝내 백지화시켰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제1차 재난지원금도 소득 하위 70% 지급으로 합의했다가 총선을 앞두고 전 국민 지급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과정에서 '경제 사령탑'의 체면은 안중에도 없었다.

물론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상황에 따라 수정하거나 유예할 수도 있다. 더 큰 사회적 부작용이 우려되거나 원칙에서 벗어난 정책이라면 손을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선거철과 맞물린 경제 정책은 종종 갈 길을 잃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암호화폐 과세' 정책 흔들기는 어김없이 시작됐다. 결과는 두고 볼 문제지만, 홍 부총리에게 '홍백기'라는 오명을 남긴 '대주주 요건 강화'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선거에서 이기고 지는 건 정치의 영역이다. 예측 가능한 일관된 정책은 행정부의 영역이 되어야 한다. 정치권에 휘둘려 오락가락하는 정책은 국민 불신만 키울 수밖에 없다. 시장의 혼란을 가열할 뿐이다.

암호화폐 과세 도입은 법 시행까지 3개월도 남지 않았다. 그리하여 묻는다. 이번에도 뒤집을 것인가. 뒤집힐 것인가.


◎공감언론 뉴시스 gogogir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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