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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보당국 "기후위기, 국제 안보·경제에 중대한 위협"

등록 2021.10.22 12: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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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물 부족으로 국가 싸움 일어날 것"

"북극 녹으며 광물 자원 경쟁 치열할 것"

"개도국 기후 난민 1억 4300만 예상돼"

[워싱턴=AP/뉴시스]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상공회의소에서 '멸종 저항'(XR) 회원들이 벽을 타고 올라가 기후변화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 정보당국은 일제히 기후위기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발표했다. 2021.10.21.

[워싱턴=AP/뉴시스]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상공회의소에서 '멸종 저항'(XR) 회원들이 벽을 타고 올라가 기후변화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 정보당국은 일제히 기후위기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발표했다. 2021.10.21.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21일(현지시간) 미 국가정보당국이 발표한 다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위기가 확산하면서 세계 정세가 급속도로 불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 국방부, 국토안보부,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가 발표한 해당 보고서가 기후 이슈만을 독점적으로 들여다본 정보당국의 첫 보고서라고 보도했다.

'자원 부족'으로 세계적 긴장 고조

미 국방부는 식량 부족과 물 부족을 둘러싼 국가 간 싸움이 세계 정세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어떻게 높여야 할지에 대해 논쟁을 벌이면서 세계적인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현재 인구가 많고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중국과 인도는 지구 온도가 얼마나 빨리 상승하는지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날 BBC 보도에 따르면 인도는 유엔에 향후 수십년 간 석탄 생산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중앙광업연료연구소의 한 고위 연구원은 "저렴한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석탄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에너지 생산의 주축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석탄을 많이 소비하는 인도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국가와 함께 지속적으로 유엔에 화석 연료 제재를 완화해달라고 촉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토안보부는 북극해 얼음이 녹으면서 어류, 광물 등 자원 경쟁 또한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이 신흥 재생 에너지 기술 및 생산 원자재 분야의 선두에 선 나라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전해졌다. 중국은 풍력 발전 터빈과 전기 자동차 모터에 사용되는 희토류 광물뿐만 아니라 전기 자동차 배터리에 필요한 코발트, 리튬 및 기타 광물 생산에서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북극 얼음을 녹여 북서항로가 열리고, 러시아, 중국, 캐나다, 미국 등이 운항을 위한 자원과 해로를 놓고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 사업도 타격…관련 예산 증액해야

미 국방부는 군이 기후와 관련된 위협을 계획에 포함하기 위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지출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 국방부 기지는 홍수, 화재, 가뭄, 해수면 상승 등에 취약한 상황이다. 특히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코로나도 해군 기지는 엘니뇨 현상이 일어난 해에 열대성 폭풍우가 발생하며 극심한 홍수 피해를 입었다. 가뭄, 화재, 홍수 등은 군사 훈련 및 장비 시험 능력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셰리 굿맨 국제군사기후안보회의 사무총장은 "미 국방부가 국방 전략 및 계획, 병력, 예산 등 모든 측면에 기후 위기를 접목시킨 것이 옳은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기후 난민' 최소 1억명 이상…양극화 심화


NSC는 2050년까지 남아시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인구의 약 3%(1억4300만 명)이 '기후 난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보 당국에 따르면 11개 국가가 기후 변화의 영향에 특히 취약하고 대처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명단에는 과테말라와 아이티, 북한, 파키스탄, 인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기후위기로 생계를 심각한 위협받는 사람들을 상대로 백악관과 의회가 인도주의적 보호를 위한 새로운 법적 통로를 만들 것을 권고했다.

기후티브라트 가그 캘리포니아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탄소배출량의 상당 부분이 부자 나라에서 나왔지만 그 여파는 빈곤층이 불균형적으로 부담하고 있다"며 "부자 나라는 기후 난민을 지원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신흥 위협'…경제 전반 타격

기후위기를 '안보 위협'으로 규정한 해당 보고서는 고위 금융당국이 처음으로 기후 위기를 미국 경제에 대한 '신흥 위협'으로 규정했다고 발표한 날 나왔다.

미 금융안정감독위원회에 따르면 기후 위기가 초래하는 허리케인, 산불, 홍수 등 재해가 재산 피해, 소득 손실, 영업 방해에 악영향을 끼친다.

또 석유, 가스, 석탄 및 기타 에너지 회사나 자동차 제조업체, 중공업 등에 묶인 주식과 기타 자산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금융권의 소득 손실, 채무 불이행, 자산가치 변동 등으로 시장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저소득층과 유색인종이 이 같은 위험을 감당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후 위기에 불균형적으로 노출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소득 불평등을 악화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COP26 앞두고 나온 보고서…영향 미칠까

백악관은 이날 보고서를 두고 "대통령이 최고의 데이터를 통해 과학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지를 강화했다"며 "기후와 안보에 대한 작업에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위기가 실존적 위기라고 밝혔지만 관련 의제 상당 부분이 의회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환경단체는 바이든 행정부가 4년간 기후위기의 위협을 방치하고 환경 관련 조치를 후퇴시켰다고 주장해왔다.

보고서에 대해 환경단체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걸음이지만 좀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며 "화석 연료에 대한 월가 투자를 제한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보고서는 이달 말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나왔다. 미국은 총회에서 각국에 탄소 감축 정책을 호소할 계획이지만, 관련 정책이 미국 내에서조차 교착 상태에 빠지며 미국 '기후 리더십'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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