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is

  •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공기업 대출 특혜⑤]무기력한 기재부 지침?…전문가 "경평 실효성 높여야"

등록 2021.10.24 08: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사내용 요약

"국민 시각 고려해야…강제 아냐"
경평 감점 감수하면 된다는 입장
"사실상 강제" 노조 반발…평행선
민간 전문가, "혜택 과도" 평가도
직원 대출 아니라 사회 환원돼야

associate_pic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은행권이 대출 조이기에 나선 가운데 공기업 임직원만 담보인정비율(LTV)도 적용되지 않는 돈을 1억~2억원씩 빌릴 수 있는 상황인데 국민 시각에서 보면 어떻겠습니까. 형평성을 고려해 내린 조치입니다."

'공기업이 임직원에게 내주는 사내 대출에 LTV를 적용하고, 생활 안정 자금에는 2000만원, 주택 자금에는 7000만원의 한도를 적용하라'는 혁신 지침(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 개정안과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24일 뉴시스와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각 공기업의 주식 지분 상당수를 보유한 대주주로서 "경영 방향에 참고하라"는 지침을 내리는 것은 정당한 주주권 행사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이에 반발하는 공기업 노동조합 주장대로 사내 대출 LTV 적용과 한도 축소 모두 단체 협상 사항이니 법적 강제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지침) 형태로 하달했다고도 했다.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21일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 평가 편람'의 평가 지표에 혁신 지침에서 내린 사내 대출 관련 사항을 추가하기로 의결했다. '보수·복리후생' 지표에서 기관별 복리후생 제도를 관련 규정에 따라 개선했는지, 과도한 복리후생 항목이 존재하지는 않는지를 따진다.

이 지표의 배점은 비계량 1.5점. 혁신 지침대로 사내 대출 LTV 적용·한도 축소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경영 평가에서 이 점수에 해당하는 불이익을 감수하면 된다는 것이 기재부의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특히 이 점수에는 ▲예산을 편성·집행할 때 관련 규정을 준수했는지 ▲공공기관 임금 피크제 권고안에 따라 관련 제도를 얼마나 잘 운용하고 있는지가 함께 반영된다"면서 "기재부가 경영 평가를 앞세워 '사내 대출 LTV 적용·한도 축소를 수용하라'고 강제한다는 주장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associate_pic

[나주=뉴시스] 전남 나주에 있는 한국전력공사 사옥. 한전은 지난 23일까지도 사내 대출에 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하고, 한도를 축소하라는 기획재정부의 혁신 지침(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을 수용하지 않았다. (사진=뉴시스 DB)


반면 공기업 노조 측은 "사실상 강제"라는 입장이다.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공공노련) 관계자는 "0.5점 차이로도 경영 평가 등급이 바뀐다"면서 "경영 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장 해임까지 몹시 민감한 사안이다. 수많은 공기업 임직원 중 지침이 강제성을 띠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모양새다. 제3자인 민간 전문가는 "경영 평가가 사실상 강제 사항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내놨다.

경영 평가제에 능통한 한 학계 전문가는 "경영 평가는 체계가 매우 촘촘해 0.5점 차이로도 등급이 달라질 수 있다는 공기업 노조 말은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각 공기업의 상황에 따라 사내 대출에 LTV를 적용하고, 한도를 축소한 뒤 등급을 잘 받는 편이 나을지, 현 체제를 사수할지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기업이 내주는 사내 대출의 혜택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민간 전문가는 "기재부가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지침을 내렸겠느냐. 제3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공기업의 복지 제도가 너무 크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한국예탁결제원의 사례를 바탕으로 비슷한 지적을 내놓은 바 있다. 안옥진 국회예산정책처 예산 분석관은 '2020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를 통해 "예탁원은 1억~1억5000만원씩 지원하는 주택 구매 자금 대출 한도를 기재부의 혁신 지침에 따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예탁원의 예산 및 사내 근로복지기금의 원천은 증권사로부터 받는 예탁 수수료 등인데, 이는 사실상 정부로부터 받은 독점권을 바탕으로 내는 수익이기 때문이다. 예탁원의 수익은 사내 근로복지기금 적립을 통한 임직원에게 대출될 것이 아니라 증권 거래 비용 절감 등으로 사회에 환원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associate_pic


반론도 존재한다. 다른 학계 전문가는 "LTV는 은행 건전성 차원에서 따지는 지표인데 공기업 사내 근로복지기금에서 내주는 자금에 왜 적용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대출 제도를 사내근로복지기금법상 용도에 따라 적법하게 운용하고 있다'는 노조의 주장을 비판할 명분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tr8fwd@newsis.com

많이 본 기사

이 시간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