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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 구한 '생수병 사건' 독극물…구멍난 관리 체계

등록 2021.10.26 09:55:26수정 2021.10.26 10: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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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병 사건 용의자, 허위 기관 등록으로 절차 통과

환경부 "위조 서류 구매, 현행법상 확인 어려운 실정"

유독물질 기준 초과 상품도 유통…일반인 후기도 다수

"신원확인 없이 99% 물질 판매, 행정처분 사안일수도"

[서울=뉴시스] 신재현 기자='생수병 사건'이 발생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모 풍력발전업체 내부 모습. 21일 오전 사무실 내부 불이 다 꺼져 있다. 2021.10.21. again@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재현 기자='생수병 사건'이 발생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모 풍력발전업체 내부 모습. 21일 오전 사무실 내부 불이 다 꺼져 있다. 2021.10.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서울 서초구의 한 회사에서 발생한 이른바 '생수병 사건'의 용의자가 인터넷을 통해 독극물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유해화학물질 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용의자가 손쉽게 신원을 위조해 일반인이 살 수 없는 유독 물질을 인터넷으로 구매하고 택배로 배송받았기 때문이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생수병 사건 용의자 A씨는 한 연구용 시약 전문 쇼핑몰에서 자신의 회사와 계약관계에 있는 회사의 사업자등록증으로 소속기관 등록을 한 뒤 독극물을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자택에서 발견된 독극물의 종류는 아지드화나트륨, 수산화나트륨, 메탄올 등이다. 유해화학물질 관계부처인 환경부에 따르면 이 세 가지 물질 모두 일정 이상 함량 시 '유독물질'로 규정돼 판매와 유통 과정에 있어 엄격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서울=뉴시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생수병 사건'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독극물 아지드화나트륨을 검색한 결과. (사진=네이버 화면 갈무리)

[서울=뉴시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생수병 사건'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독극물 아지드화나트륨을 검색한 결과. (사진=네이버 화면 갈무리)

피해자의 혈액에서 검출된 것으로 알려진 아지드화나트륨의 경우 인터넷 상에서도 판매처를 검색할 수 있다. 판매처들은 '약품은 학교나 관공서 외 개인에게 판매를 하지 않는다. 개인 구매 시 자동 취소된다'라는 공지를 내걸고 있다. 실제로 뉴시스가 온라인으로 아지드화나트륨 구매를 시도하자 판매자 측에서 주문을 취소했다.

하지만 자신의 기록을 위조해 구매를 시도할 경우 이를 확인할 안전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A씨가 직장에서 얻은 다른 회사의 사업자등록증을 이용해 제품을 구매했을 정도로 인증 절차가 허술했기 때문이다.

한 환경부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 시약을 판매할 때 사업자등록증이나 공동인증서, 금융기관에 의한 본인인증 등을 확인해서 구매자 본인인증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면서도 "사실 (사업자등록증 등을) 위조해서 제출하거나 했을 때 판매자가 그걸 따로 확인한다거나, 그런 규정을 현행법상 디테일하게 마련하는 게 현재로서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용의자가 이용한 시약판매업체가 저희 법(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르는 업체인지는 아직 파악이 안됐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우리에게도 정보가 넘어온 게 없다"며 "수사가 다 마무리돼서 결과가 나와야 저희 법에 따른 위반 사항이 있는지 확인이 될 거고, 규정 강화 등 후속 조치도 거기(위반사항 확인)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99% 함량 이상의 메탄올과 수산화나트륨. (사진=네이버쇼핑 갈무리)

[서울=뉴시스]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99% 함량 이상의 메탄올과 수산화나트륨. (사진=네이버쇼핑 갈무리)

용의자가 보유하고 있었던 다른 독성물질인 수산화나트륨과 메탄올의 경우 구매가 더 쉬운 것으로 파악됐다. 두 물질은 함량에 따라 유독물질 유무가 결정되고, 유독물질 함량 기준 미만일 경우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별다른 판매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운영하는 화학물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수산화나트륨은 5% 이상, 메탄올은 85% 이상 함유될 경우 유독물질로 취급된다.

하지만 유독물질 기준을 초과하는 99%나 99.9% 제품도 온라인 상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해당 판매처의 구매 후기글을 살펴보면 유해화학물질 취급허가자가 아닌 일반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한 쇼핑몰의 구매자는 수산화나트륨 99% 제품을 구매한 뒤 "기름때에 찌든 누런 옷을 희게 만들어준대서 구매했다"는 후기를 올리기도 했다.

해당 화학물질을 판매 중인 한 업체는 "저흰 시약업으로 등록이 돼서 구매 허가를 따로 받고 판매 중이다. 저희 제품처럼 소량으로 주고 받는 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는 소량이라도 유독물질을 온라인 상에서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온라인 상의 유독물질 유통 실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공동인증서·사업자등록증 등 별도의 신원확인 과정 없이 99% 농도의 수산화나트륨·메탄올을 판매할 경우 행정처분을 해야 하는 사안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유해화학물질 같은 경우엔 화학물질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른 일부 예외 사례가 아닌 한 택배 운반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며 "만약 별도의 절차 없이 99% 함량의 화학물질을 일반인에게 실제로  판매했다면 화학물질관리법 위반이 맞다. 저희가 행정처분을 해야 하는 사안인지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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