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금융위, 씨티銀에 조치명령 발동…"폐업 인가대상은 아냐"(종합)

등록 2021.10.27 19:42:00수정 2021.10.27 20:43:4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금소법 시행 후 최초로 조치명령 발동

당국 "영업부문 매각 여부·시점 등은 은행 자율적인 판단사항"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금융위원회는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를 발표한 한국씨티은행(씨티은행)에 대한 조치명령을 의결했다고 27일 밝혔다. 단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철수를 은행법상 폐업 인가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씨티은행은 지난 4월 발표한 미국 씨티그룹의 글로벌 소매금융 출구전략에 따라, 한국 시장에서 소매금융 영업을 단계적으로 축소·폐지하되 기업금융 영업은 지속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22일 씨티은행에 대해 조치명령안을 사전통지했고, 이날 최종 의결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제49조제1항의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 및 건전한 거래질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은행 등에게 필요한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단계적 폐지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불편 및 권익 축소 등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봤다"며 "소비자 불편, 권익 축소 가능성이 단순히 존재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발생이 구체적으로 예견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씨티은행이 자체적으로 관리계획을 마련·시행하더라도 그 내용의 충실성 여하에 따라 이러한 문제가 충분히 해소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조치명령권을 발동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조치명령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에 따른 고객 불편 최소화, 소비자 권익 보호 및 건전한 거래 질서 유지를 위한 상세한 계획을 충실히 마련해 이행해야 한다.

또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 절차 개시 전에 이용자 보호 기본원칙, 상품·서비스별 이용자 보호방안, 영업채널 운영계획, 개인정보 유출 등 방지 계획, 조직·인력·내부통제 등을 포함한 상세한 계획을 금감원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씨티은행의 계획을 제출받아 그 내용을 점검해 금융위에 보고하는 한편, 향후 씨티은행의 계획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해 필요 시 금융위에 보고할 계획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씨티은행이 소매금융부문 매각 또는 단계적 폐지를 결정할 경우 은행법상 인가 대상인지 여부 등을 검토한 결과, 기업고객에 대해서만 영업하는 것을 '은행업의 폐업'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씨티은행의 주요자산 중 기업금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69.6%(47조8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은행법에 따라 은행이 분할 또는 합병, 해산 또는 은행업의 폐업, 영업의 전부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한 일부의 양도·양수 등을 하려면 금융위 인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법률자문단,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위원들 모두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부문 폐지를 인가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은행법은 영업양도의 경우 중요한 '일부'의 영업양도도 인가대상임을 명시하고 있는 반면, 폐업의 경우 이러한 명시적 규정이 없어 입법자는 일부 폐업은 인가대상으로 예정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또 은행법이 인가대상으로서 해산과 은행업의 폐업을 병렬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춰 보면 해산에 준하는 영업 폐지만 인가 대상으로 보는 것이 체계적이고, 현행법상 전부 폐업 이외의 사항에 대해 인가대상 여부를 구분하는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해당 사항을 폐업인가 대상으로 볼 경우 향후 다양한 사례들이 인가 대상인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소매금융사업을 폐지하면서 은행업 폐업인가를 받지 않았던 과거 사례와의 형평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실제 외은지점인 HSBC도 지난 2013년 7월 국내 소매금융 업무 철수 계획을 발표하고 총 11개 지점 중 10개 지점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은행법 제58조 제1항에 따른 외은지점 폐쇄인가는 받았으나, 은행법 제55조 제1항에 따른 폐업인가는 받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

다만 2005년 6월 하나은행이 자산운용회사 업무를 폐지하기 위해 인가를 신청한 사례가 있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해당사 사안은 하나은행이 겸영업무로 하던 자산운용업 전부에 대한 폐지 인가를 신청해 금감위가 인가한 사안으로, 영업대상을 축소해 금융업을 지속하는 이번 씨티은행의 경우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 결정을 철회하고 재매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또 씨티은행이 추후 매각을 재추진하도록 금융위가 씨티은행의 단계적 폐지를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은행 영업부문 매각 여부, 시점 등은 은행의 자율적인 판단사항"이라며 "설령 씨티은행의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가 폐업 인가대상이라고 하더라도 금융위는 인가요건 충족 여부 등을 판단할 뿐 은행의 영업부문 매각 여부, 시기 등에 관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례회의에서 "금소법 시행 후 최초로 발동하는 조치명령"이라며 "씨티은행이 조치명령을 충실히 이행해 단계적 폐지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불편 및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위와 금감원이 면밀히 관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은행의 영업대상 축소가 인가대상인지가 쟁점이 된 것은 은행의 영업전략 변화 등이 국민생활 및 신용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라며 "현행법 하에서는 영업대상 축소를 인가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불가피하지만, 법 개정을 통해 은행의 자산구성 또는 영업대상 변경 등을 인가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는지 검토해 필요 시 제도 정비를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씨티그룹은 지난 1967년 국내지점 영업을 시작으로 2004년 옛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씨티은행을 출범시켰다. 한국씨티은행의 임직원 수는 3500명이며, 자산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45조2447억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