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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학교운동회에 등장한 '오징어게임'(종합)

등록 2021.10.28 20:30:53수정 2021.10.28 21: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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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팬데믹을 이겨내는 슬기로운 학교생활...통합교육과정 결합해 체육대회 운영
위드코로나 이후 일상으로의 복귀 준비과정...교육공동체 단합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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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28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칠보중학교에서 학생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날 행사는 학생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팬데믹 상황에서 오는 긴장, 우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학교생활의 활기를 찾기위해 열렸다. 2021.10.28. jtk@newsis.com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28일 오전 10시께 경기 수원시 금곡동 칠보중학교 운동장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조용한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1학년 학생 188명이 바닥에 그어져 있는 실선 안에서 모두 숨을 죽인 채 정면에 떨어져 있는 결승선을 바라봤다.

최근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에서 공개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등장인물들이 생존을 건 대결을 펼칠 때 소재로 나온 술래잡기 놀이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가을 학교운동회 종목으로 학생들이 즐기는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얼굴에 마스크를 쓴 학생들은 교내 스피커에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구호가 흘러나오자 일제히 실선을 넘어 앞쪽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구호가 끝나기 직전까지 걸어나가던 학생들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끊긴 동시에 발걸음과 동작을 멈추고 가만히 자신이 이동한 자리에 대기했다.

일부 남녀 학생들이 구호가 중단된 이후에 동작을 멈추지 못하자 운동장 곳곳에 지키고 서 있던 다른 술래 학생들이 물총을 발사해 술래잡기 경기에서 퇴장을 시켰다.

이어진 종목은 같은 드라마에서 나온 '줄다리기' 대결이다. 한 반씩 한 팀을 이뤄 치러지는 줄다리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학생들은 손을 보호하기 위해 미리 학생 자치회에서 마련해놓은 빨간색 목장갑을 착용한 뒤 굵은 밧줄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길게 두 줄로 늘어섰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한 순간의 선택으로 깨져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유리다리가 아닌 학교 운동장 바닥임에도 긴장된 눈빛의 학생들은 심판을 보는 교사가 진행하는 말을 귀담아 들으며 밧줄을 손에 쥐었다. 이어 경기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거의 땅바닥에 뒤로 눕다시피한 자세로 힘껏 겨드랑이 쪽으로 줄을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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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28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칠보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줄다리기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날 행사는 학생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팬데믹 상황에서 오는 긴장, 우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학교생활의 활기를 찾기위해 열렸다. 2021.10.28. jtk@newsis.com


한 판 승부가 끝나는 데는 10초 안팎의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승패가 갈리고 경기에서 승리한 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힘에서 밀려 진 학생들은 아쉬운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오는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을 앞두고 반 년 만에 다시 열린 운동회에 즐거운 얼굴이었다.

이날 오전 8시 50분부터 학생 선수 입장식을 시작으로 열린 체육대회는 오후 4시 10분까지 전체·대표 계주와 폐회식 및 시상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학생들은 체육대회 시작 전에 마치 올림픽을 연상시키는 듯 전체 참가선수를 대표한 학생이 단상에 올라 선서문을 낭독하는 등 사뭇 진지한 얼굴로 임했다.

야외에서 경기를 치르면서 긴장을 내려놓고 마스크를 벗는 학생이 나올 법도 했지만, 대회 운영 규정상 마스크 미착용 등 방역수칙 위반한 사실이 걸리면 감점 처리가 이뤄지는 탓에 모두 마스크를 쓴 상태였다.

정혜리 칠보중 학생회장(3학년)은 "학교운동회를 열어달라는 친구들의 요청이 계속 들어와 학교 측과 상의해 작년 2학기부터 현재까지 3번의 체육대회를 열었다"며 "학생들이 직접 자치회를 통해 각 학년에서 희망하는 종목을 정하고 준비과정에 참여하면서 상당히 만족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학교는 코로나19로 위축될 수 있는 성장기 학생들의 체육활동을 위해 지난해 2학기와 올해 1학기에 각 학년이 돌아가면서 운동회를 열었다.

작년 12월에 체육대회가 예정돼 있던 2학년은 당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에 따른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자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해 각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두루마리 펜싱', '풋차돌리기' 등 체육 종목을 짜서 실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교사의 입김보다 학생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이를 처음 기획하고 여는 데까지 일련의 준비 및 진행 단계에서 학생 자치회가 주관이 돼서 학년별 의견을 수렴했다.

특히 학생 자치회는 지난 체육대회 당시 주변 아파트단지에서 소음 민원이 학교 측으로 들어오자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제작한 뒤 이를 인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협조를 구해 입주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학생 운동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을 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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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28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칠보중학교에서 학생들이 게임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날 행사는 학생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팬데믹 상황에서 오는 긴장, 우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학교생활의 활기를 찾기위해 열렸다. 2021.10.28. jtk@newsis.com

체육대회에서는 또 다른 특이점도 발견됐다. 여느 학교와 달리 경기 운영을 교직원이 아닌 학생과 교직원이 공동으로 맡았다. 각 종목을 치를 때마다 자치회 소속 학생들이 교사들과 함께 경기를 진행했다.

이러한 학생 중심의 교내 활동이 가능한 배경에는 학생 자치회 몫이 컸다. 경기도에서 가장 학생 자치회 운영이 활발한 곳은 광명 충현중학교로 꼽힌다. 칠보중은 지난해 12월 직접 충현중을 찾아가 '콜라보 학생자치협의회'를 갖기도 했다. 일종의 벤치마킹을 떠난 셈이다.

이후에도 충현중 자치회와 여러 차례 비대면 방식으로 소통을 나눴고, 이는 교내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스스로 다양한 참여 활동을 이뤄나갈 수 있는지를 익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학교도 자치회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리더십 캠프 등을 적극 지원했다.

학생과 교직원 간 대화는 교장실 문턱도 낮췄다. 자치회 학생들은 학교 운영에 바라는 점이 있거나 건의할 사항이 있으면 교장실 문을 두드리고 허물 없이 교장과 이야기를 나눈다. 교장도 꼼꼼히 학생들의 의견을 귀 담아 듣는다.

교장실 벽면에 걸려 있는 학생 꿈 게시판을 보면 학생과 교직원이 얼마나 긴밀히 소통하고 서로를 응원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학생 각자가 제작한 수제 명함이 명예롭게 전시돼 있다. 명함에는 학생 명함사진과 이름, 장래희망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장래희망이다. 단순히 직업만 기록돼 있는 게 아닌 이를 수식하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한 여학생은 '건축사' 직업 앞에 '추억을 주는 공간'이라는 구체적인 표현을 적혔다. 또 다른 남학생은 '음악의 행복을 기록하는 작곡가'로 직업을 꾸몄다.

맹성호 칠보중 교장은 "자신의 길을 스스로 만들면서 포기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학생으로 키워나는 게 우리 학교의 교육목표"라며 "이를 위해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항상 고민하면서 학생이 주인인 학교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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