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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경북 학교 조리실] <하> 영양사-영양교사 간 갈등도 확산

등록 2021.11.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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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사 "근무 힘든 유치원·공동조리 및 관리교·2~3식학교에는 처우 좋은 영양교사 배치해야"

영양교사 "수업 준비도 많고 영양사와 다른 교원으로서 동일직종 아니어서 처우 다를 수 밖에"

경북에선 인사 시기마다 두 직종 갈등으로 교육청 담당자 곤혹

[안동=뉴시스] 경북의 학교 조리실.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사진=경북교육청 제공) 2021.11.24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뉴시스] 경북의 학교 조리실.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사진=경북교육청 제공) 2021.11.24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뉴시스] 류상현 기자 = 학교 조리실의 영양사와 영양교사간의 갈등도 심각한 수준이다.

두 직종이 동일노동을 하고 있지 않다는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자 전국의 교육청들은 두 직종간의 갈등 해소를 위해 영양사의 빈 자리가 생기면 영양교사를 채용하면서 영양사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는 앞으로 영양교사만 근무하게 될 전망이다.

26일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의 학교 조리실에는 현재 566명의 영양교사(사립 제외), 109명의 영양사가 근무하고 있는데 영양사들이 모두 퇴직하기까지는 30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두 직종간의 갈등은, 동일직종은 아니라고 해도 영양교사에 비해 영양사에 대한 처우가 너무 열악하다는 데에서 출발하고 있다.

경북에서는 여기에다 영양사와 영양교사에 대한 인사 이동이 민감한 사안이 되고 있다.

경북공무직공무원노동조합에 따르면 근무 1년차 영양사의 연봉은 2990여만원으로 3720여만원인 1년차 영양교사의 80% 수준이다.

두 직종이 10년차가 되면 영양사는 3370여만원으로 영양교사 5230여만원의 64%로 낮아지고, 20년차에서는 각각 3750만원, 7100여만원으로 영양사가 영양교사의 53%에 그친다. 

연봉에서 이처럼 격차가 심해지면 근무하기가 힘든 학교에는 영양교사를 배치하는 '배려인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영양사들의 요구사항이다.

근무하기가 힘들어 영양사와 영양교사들이 공통적으로 기피하는 곳은 유치원, 3식 급식학교, 공동조리교 및 공동관리교, 생활지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들이다.

유치원에서는 학교와 달리 식사 외에 하루 2회씩 간식을 제공하고 방학도 더 짧아 근무가 힘들다.

이들 유치원에 배치되지 않으려는 영양사와 영양교사들의 다툼이 매년 일어나고 있다.

유치원에 근무하는 영양교사에게는 특별 수당이 나오지만 영양사에게는 없는 점도 영양사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있다.

특히 갈등이 심한 곳은 공동 조리 또는 관리교다.

공동 조리교는 한 학교에서 조리를 한 다음 가까운 이웃 학교까지 급식차로 운반해 배식하는 형태이고, 공동 관리교는 조리를 하는 두 학교를 한 명의 영양사나 영양교사가 관리하는 형태다.

이런 곳은 1식 학교에 근무하는 것보다 업무량이 훨씬 많지만 다른 지역의 교육청과 달리 경북교육청은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올해초까지 경북에서는 공동 조리교와 관리교 38곳 모두에 영양사만 배치돼 영양사들이 반발해왔다.

경북교육청은 올해 이들 공동 관리 및 조리교에 기간제 영양교사를 추가 배치했으나 이 과정에서 학교 이동을 두고 영양교사와 영양사들이 모두 반발하며 갈등이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영양교사들은 근무가 힘든 2~3식교에 영양교사만 배치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영양교사들은 영양 수업이 많은 초·중학교에 영양교사를 배치하고 수업이 별로 없고 2~3식이 이뤄지고 있는 고등학교에는 영양사 2명을 배치해야 한다며 영양사들의 요구와는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영양사는 영양교사에 대해 "우리와 업무량이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데도 급여는 많고 편하게 근무한다"는 시각을 보이면서 "처우에 있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차별을 받는 우리를 영양교사와 동일한 잣대로 인사를 하기에 항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영양교사들은 "영양 수업 준비가 쉬운 것이 아니다. 방학 때도 노는 것이 아니라 학습안을 짜고 연수를 한다. 교사임용 시험에 합격한 교원이므로 공무직인 영양사와는 근본부터 처우가 다를 수 밖에 없다"며 "영양사에게 유리한 인사를 하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같은 영양교사와 영양사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경북교육청 담당자는 매우 곤혹스런 입장이다.

이 담당자는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며 "다른 지역 교육청들은 영양사와 영양교사에 대한 인사를 유초등 및 중등과에서 하는데 경북만 급식계에서 하고 있어 영양사들로부터 공정을 의심받고 있다"고 난감한 입장을 토로했다.

공무직노조는 이같은 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26~27일 경주에서 열리는 학교급식박람회에서 항의 시위를 할 것을 예고하고 있어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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