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역대 CEO 기자-법조인 출신 번갈아 역임…플랫폼사 굴레 돌파
최휘영 기자-김상헌 판사-한성숙 기자-최수연 변호사 출신 순으로 CEO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0.21. photo@newsis.com
각 시대에 부과 및 추구된 수장의 소명과 목표가 다르겠지만 독점적 지위를 지닌 플랫폼 기업으로서 숙명적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정치·정부·여론 등으로부터의 고강도 압력에 노련하게 대응해야 하는 소양이 필요했기에 엔지니어 출신보다는 기자·법조인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1일 IT 업계에 따르면 1999년 설립된 네이버는 현재까지 5명의 CEO가 취임했으며, 지난 17일에는 CEO로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6번째 최고경영자(CEO)에 내정했다.
설립 초기에는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1999년 6월~2003년 12월)와 카카오 김범수(2001년 11월~2007년 8월) 의장이 기틀을 잡아 국내 최대 인터넷기업이라는 반석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수성과 변화의 시기인 2005년부터는 기자와 법조인이 돌아가면서 맡는 순환 구조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네이버 기자간담회가 열린 1일 오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최휘영 대표이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주식회사 NHN(대표이사 사장 최휘영)의 검색포털 네이버(www.naver.com)는 누구나 자유롭게 네이버 홈페이지 초기화면에서 자신이 고른 정보를 직접 제공할 수 있는 개방형 정보유통플랫폼 '오픈캐스트(OpenCast)'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찬선기자 mania@newsis.com
이 시기는 네이버가 국내 대표 포털 사이트로서 언론에서 공급하는 뉴스가 최대 킬러콘텐츠였던 시절임에 따라 기자 출신이 기용됐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이해진(오른쪽)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김상헌 대표이사가 3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코렐리아 캐피탈 펠르랭 대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2016.09.30 photo1006@newsis.com
김상헌 전 CEO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중앙지법 판사, LG그룹 법무팀을 거쳐 네이버 대표직에 선임됐다.
당시 네이버는 '뉴스 관문'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음에 따라 정치권과 언론의 견제가 고조되던 시기였다. 진보와 보수 양측 모두로부터 특정 정치세력을 편들고 있다는 극렬한 공세에 시달렸다.
여기에 2013년에는 골목상권 침해 비판으로 네이버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던 시기였다. 실제 당시 반발에 부딪혀 부동산 온라인 사업과 여행 플랫폼 사업을 접었고, 공정거래법 위반 논란이 있던 오픈마켓 서비스에서도 철수했다.
이같이 네이버에 수성이 가장 중요했던 시기 김상헌 전 CEO가 8년간 방패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장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둔 이해진 GIO의 기용술이었다는 분석이다. 대신 네이버가 2000년대 후반 PC에서 모바일로 전환하는 시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서울=뉴시스]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올해 첫 '네이버 밋업'에서 기술로 중소상공인(SME)과 창작자의 성공을 꽃피우는 '프로젝트 꽃'의 5년 성과와 향후 방향성을 발표했다. (사진=네이버 제공) 2021.03.02
한 CEO가 사령탑에 오르면서 네이버는 사업 다각화에 본격 시동을 건다. 1위 포털사로서 뉴스와 검색 광고 중심의 사업 구조에 머물렀으나 이커머스, 콘텐츠, 핀테크 등으로 사업을 전방위 확장, 4년여간 명실공히 플랫폼 기업으로의 완성도를 부단히 높여갔다.
기자 출신 경험에서 비롯된 대외 소통 능력과 부드러운 이미지를 바탕으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포용 및 다독이며 사업을 무리 없이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CEO가 입만 열면 중소상공인(SME)과 창작자와의 동반 성장을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수연 네이버 CEO 내정자
이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율촌에서 변호사로 재직 중,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인수합병(M&A), 자본시장, 기업 지배구조, 회사법 일반 분야에서 변호사로 경력을 이어가던 중 2019년 네이버에 다시 합류, 글로벌사업지원부에서 해외 사업을 맡아왔다.
네이버가 글로벌 사업 가속화, 관료·경직화된 조직문화 쇄신, 정부와 정치권의 정보기술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를 포함한 테크래시(IT 기업에 반발하거나 제재를 강화하는 현상)에 대한 대응이 절실할 때 글로벌과 젊음으로 무장한 최 내정자를 리더로 낙점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 내정자는 글로벌 주요 사업들이 현지에서 사회적 책임과 법적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사업 간 시너지를 확장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는 동시에 선제적인 기술·인력 투자를 통해 글로벌로 성장해나갈 신규 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또 지난 5월 직원 사망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활기를 잃어버린 조직문화에 벤처·혁신의 DNA를 복구하기 위한 인선 및 조직 개편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엔지니어 출신 창업자 이해진 GIO는 익숙지 않은 외부와의 소통과 세부 사업 등은 경영진에 맡기고 그룹사의 큰 전략과 방향을 짜는 데 집중하는 방식을 취했다"며 "글로벌에 역점을 두고 있는 현 네이버 사업의 방향성 상 이번 CEO 인선은 조직 내외 소통 능력뿐 아니라 글로벌에서의 현지 소통 감각까지 추구한 인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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