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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건강신호등]소중한 간을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등록 2021.11.29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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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현주 교수(이화건강검진센터장)

간암으로 사망한 30대 초반 젊은 남성에 대해, 혹시 직업병 가능성이 있는지 질문을 받았다. 간암은 상대적으로 주요 원인이 분명히 밝혀져 있다. 국내 간암 환자 열 명중 일곱 명은 만성 B형 간염을 앓고 있고, 한 명이상은 C형 만성 간질환, 나머지는 과도한 음주로 인한 알코올성 간질환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국제암연구소는 염소계 탄화수소 등 직업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화학물질과 몇 가지 약제를 간암유발물질로 제시하고 있다. 간암을 유발하는 염소계 탄화수소는 세척제로 사용하는 트리클로로에틸렌, 세탁소에서 드라이클리닝 할 때 쓰는 퍼클로로에틸렌, 이제는 사용이 중지된 사염화탄소 등이 있다.

그는 환기가 거의 되지 않는 공간에서 화학약품을 사용해 제품을 세척하는 작업을 몇 년 동안 하루에 몇 시간씩 했다고 한다. 직장인이 매년 받는 일반건강검진에서 간수치가 지속적으로 높았음이 확인됐다. 즉 간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 지속적으로 있었다는 존재한 것이다. 그가 사용했던 화학물질은 간독성은 있지만 간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적은 없었다. 간 내과 교수와 토론해보았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일종인 술을 과음하는 것이 발암촉진제로서의 역할을 하며, 과음으로 인한 알코올성 간경변증이 생기면 간암이 발생할 수 있듯이 장기간 고농도의 간독성 물질에 노출된다면 간암 발병의 위험이 증가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유족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산재신청을 포기했다. 진실은 알 수 없었지만 이 환자 사례를 통해 직업성 간암예방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간암은 예후가 나쁜 암이다. 하지만 비교적 원인이 분명한 암이기에 위험요인을 줄이면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다. 국가암검진은 간암 고위험 군에 대해 6개월에 한번 간초음파와 간암표지자(알파피토단백) 혈액검사를 제공하고 있다. 고위험 군이란 간경변증, B형 간염 바이러스 항원 양성, C형 바이러스 항체 양성,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간 질환 환자 등이다. 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해당사항이 있는 사람에게 간암검진대상이라고 통보가 된다. 2019년 간암검진 수검률은 73.5%로 6대 암검진중에서 가장 높게 나왔고, 계속 증가추세라는 점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최근 국내연구에서 간암 선별검사, 즉 간암검진을 받은 사람은 간암이 생겨도 조기에 발견하면 혈관침범이나 다른 장기로 퍼지는 전이가 적다고 보고됐다. 이 연구에 따르면 간암 환자 중에서 선별검사를 받았던 비율은 열 명중 네 명에 불과했다.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들 열 명중 다섯 명은 필요성을 몰랐고, 네 명은 필요성은 알아도 시간이 없거나 비용이 부담돼 검사를 못 받았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건강보험공단 간암검진은 본인부담금이 없는 사람이 절반이고, 있는 사람도 10%만 내면 된다. 하지만 아마도 ‘잘 몰라서’, ‘알아도 시간이 없어서’ 필요한 검진을 못 받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건강검진을 위한 ‘공가’가 없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휴가를 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개인이 큰마음을 내 검사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한 연구에 따르면 사업주의 의무사항인 일반건강진단의 경우 그 수검률이 27.4%, 50인 미만 사업장은 74%이다. 암검진은 사업주의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알아도 시간이 없어서 검진을 못 받는 ‘사각지대’가 상당할 것이라고 추정된다.

건강보험공단의 간암검진 대상자 선정에도 아쉬움이 있다. 40세가 되면 B형 간염에 대한 선별검사를 받게 된다. 이 때 이상이 있으면 간암검진대상자가 된다. 대한간학회는 간암의 주요 위험요인인 C형 간염에 대한 검진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아직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되지 못했다. 2020년 미국질병예방 서비스 특별위원회는 평생 한번은 C형 간염 검사를 하라고 권고했다.

간암검진에 직업적 위험요인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것도 안타깝다. 특히 고위험 업종인 세탁업 종사자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고, 드라이클리닝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간암 유발 물질에 노출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국가암검진에 대하여 정하는 암관리법에서는 간암과 폐암을 고위험군 검진으로 정하고 있지만 직업성 위험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유해 작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특수건강진단은 임금노동자에게만 적용된다.

여러가지 개선해야 할 점이 있지만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간암 고위험 군이라면 간암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고, 예방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다음 사항들을 기억하자. 첫째, B형간염이나 C형 간염 검사를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검사를 받아야 간암검진대상여부를 알 수 있다. 둘째, 건강보험공단에서 간암검진 대상자로 통보받았으면 정기적인 검진을 잘 받자.

셋째,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간암검진대상 통보를 받지 않았더라도 일반건강검진에서 간수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면 내과진료를 받고 간에 대한 정밀검사를 받는 게 필요하다. 과음이나 비만처럼 간 기능 이상의 뚜렷한 이유가 있다면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넷째, 일을 하면서 화학약품을 다룬다면 간에 독한 영향이 있는 지 확인해보자. 유해 작업에 대한 특수건강진단 대상이라면 간수치가 지속적으로 높은 경우 간초음파검사가 필요하다. 이 비용은 사업주가 내는 것이다. 2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라면 산업안전보건공단의 비용지원사업(디딤돌사업)을 신청해 특수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하자. 

다섯째, 특수건강진단 대상은 아니지만 드라이클리닝업무 등 고위험작업을 하는 자영업자 등이라면 작업장의 환기를 철저하게 하고 화학물질이 피부에 닿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호흡기 및 피부 보호 장구를 잘 착용해 화학물질 노출을 가능한 최소한으로 줄이고 정기적으로 간 초음파 검사를 받기를 권한다. 자영업자도 산재보험 임의가입을 하면 비용지원사업으로 특수건강진단을 받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이글을 읽는 독자의 주변에 간암 고위험군이 있다면 소중한 간을 지키는 방법을 전해주시길 바란다. 그것이 내 가족과 이웃의 건강을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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