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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버릴까 두려웠죠"

등록 2021.11.3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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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오늘 오후 6시 첫 EP '업타운 걸' 발매
'쇼미더머니9' 세미파이널 진출 이후 1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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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미란이. 2021.11.30. (사진 = @AREA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래퍼 미란이(25·김윤진)는 지난 여름 자신에게 화가 났다.

작년 엠넷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시즌9 세미파이널 진출 이후 고민이 늘었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세미파이널에 진출한 여성 래퍼로 새 역사를 쓴 그녀다. 음원차트에서 돌풍을 일으킨 'VVS'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 29일 논현동에서 만난 미란이는 "제가 대중에게 어떻게 비칠까 두려움이 컸다"면서 "'이걸 하면 싫어하겠지' '거친 말을 하면 변했다고 생각할까' 같은 쓸 데 없는 질문이 스스로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드디어 자신이 원하던 삶을 살고 있고, 멋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꾸역꾸역 왔는데, 정작 음악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상상 속의 그림 안에 제가 있었어요. 원하던 분들과 작업을 하고 배우 라미란 선배님과 만나는 등 말도 안 되는 것이 이뤄져 좋았죠. 하지만 혼란도 찾아왔어요. 지난 7월에 작업실에 앉았는데 한 곡도 못 쓰겠는 거예요. 'VVS'의 미란이가 아니면, 또 '데이지'의 미란이가 아니면 손가락질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그러다 8월 초 '지겨워서 만든 노래'를 만들었고, 30일 오후 6시 발매하는 첫 EP '업타운 걸' 작업에 탄력이 붙었다. "'지겨워서 만든 노래'를 기점으로 '번 아웃'에서 회복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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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미란이. 2021.11.30. (사진 = @AREA 제공) photo@newsis.com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의 음악세계를 톺아볼 수 있었던 이유다. '쇼미더머니9' 출연 이후 꼭 1년 만에 발매하는 앨범인 만큼 그녀의 성장 서사가 묻어 있다.

앨범에 앞서 공개된 프리싱글 '람보(Lambo)!'가 미국 아이튠즈 힙합/랩 차트 6위, 미국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서 12위에 오르는 등 앨범 발매 전부터 심상치 않은 반응을 얻어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티키타'에선 '쇼미더머니9' 우승자인 릴보이와 합을 맞췄다. 릴보이와 미란이가 주고 받는 리드미컬 래핑이 일품이다.

곡은 가사에도 등장하는, 'DND'에서 영감을 받았다. DND는 '방해하지 마세요(Do Not Disturb)'라는 뜻의 호텔 방문 앞에 걸어두는 카드 문구다. "낯선 세상에 왔을 때, 낯선 이가 문을 두드리지 않도록 누군가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어요. 저다운 곡이라고 생각했죠."

스키니브라운, 폴브랑코, 애쉬아일랜드, 갓세븐 제이비 등도 힘을 보탠 이번 앨범엔 일곱 트랙이 실렸다. 미란이는 모든 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콘셉트부터 세세한 스토리텔링까지 직접 기획하고 음악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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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미란이. 2021.11.30. (사진 = @AREA 제공) photo@newsis.com

"꺼내겠다고 포차 / 맨 밑바닥의 소녀 / 엄마의 술병이 날 만들어 / 허기져 이를 꽉 물어"(VVS) 등 이전의 곡엔 가난, 허기짐 등에 대한 가사가 주를 이뤘는데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미란이는 "이번엔 가난에 대한 내용이 없더라"고 돌아봤다. 유명 브랜드 65인치 TV, 이사 보증금의 목돈, 배달 음식 시킬 때 마음대로 추가할 수 있는 토핑 등 '플렉스'를 할 여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신 그간 느끼지 못했던 외로움이 찾아왔다. "바쁘게 스케줄을 소화하다보면, 새벽이 되는데 다들 자고 있어 제 마음을 말할 곳이 아무 곳도 없는 거예요. 사람들이 갑자기 낯설어지고 속마음을 어떻게 털어놓아야 할지 고민했죠."

무엇보다 가장 괴로웠던 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버리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었다. "이런 삶을 산 기간보다, 힘들게 살아온 기간이 더 많으니 내가 잘 안 된다면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하지만 그런 걱정은 접어도 된다. '여성 래퍼'가 아닌 그냥 래퍼로 불리며 자리를 확실히 잡았으니까. 미란이는 현재 방송 중인 '쇼미더머니' 시즌10의 파이널에 진출한 여성 래퍼 신스에 대한 믿음도 확고했다. "신스 언니는 랩을 잘하는 사람이라서 잘 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어요. 그래서 언니가 잘 된 것이 놀랍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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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미란이. 2021.11.30. (사진 = @AREA 제공) photo@newsis.com

이제 막 첫 EP를 낸 미란이는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 벌써부터 정규 음반을 작업하고 싶다는 마음도 크다. "이번엔 제 감정을 다 쏟아냈어요. 그래서 다음 앨범에선 조금 더 비유적인 표현을 담고 싶어요. 도자 캣의 '바텀 비치(Bottom Bitch)', 렉시 리우의 '뮬란' 처럼요. 플로우나 가사에 치중하는 것이 아닌, 사운드적으로 쾌감이나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어요. 디스토션을 해서 찢어진 록 음악을 표현한다든지 하고 싶은 것이 많아요."

그런데 이번 앨범 발매를 앞두고 두려웠던 것이 다양한 장르를 담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 됐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보니까 장르적으로 다양해졌어요. 영화처럼 스토리를 풀고 싶을 때는 팝이 맞았죠."

소속사인 레이블 에어리어(AREA)의 수장인 프로듀서팀 '그루비룸'의 조언이 자신감을 부여했다.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는 조언이었어요. '노래가 좋으면 장르가 어떻든 좋아해주실 것'이라는 말이 큰 힘이 됐어요."

내년 1월 에어리어의 유럽 공연에 참여하는 등 미란이는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대학 1학년 때 힙합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을 때와 지금 가장 달라진 마음가짐은 무엇일까.  

"처음엔 재밌기만 했어요. 이렇게 뱉는 제가 멋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하하. 지금은 공부의 대상이 됐어요. 좋으면 왜 좋지 연구를 하게 됐고, 행복하게만 바라 볼 수 없게 됐죠. 애증의 관계라고 할까요. 저를 힘들게 만들기도 하고, 행복하게 만들기도 하고 감정이 한층 깊어진 거죠. 이번 앨범을 들으신 분들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느끼시기를 바라요. 그래서 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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