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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훈수 정치'·윤석열 '측근 정치' 충돌에 野 내분

등록 2021.12.01 12: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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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이수정 영입 반대 등 훈수 정치로 분란 자초 비판

2030 남성 지지층에 갇혀 여성 표심 확장에 걸림돌 작용

尹, 측근 휘둘리며 선대위 중심 못잡아 리더십 비판받아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대선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대선 후보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대선을 석달 남겨놓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당대표간 갈등이 폭발하면서 제1야당을 자중지란으로 몰고 있다. 권력의 속성상 대선후보와 당대표 사이의 패권 싸움은 피할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당 밖으로 파열음이 불거져나올 만큼 내부 갈등이 표면화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윤 후보의 컨벤션효과가 떨어지고 지지율이 하락세로 접어들자, 여당에서는 골든크로스를 노리며 맹추격하는 상황에서 캠페인에 전력을 쏟아도 부족할 판에 대선후보는 '측근정치', 당대표는 '훈수정치'에만 골몰하고 있다. 미래권력과 현재권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대선가도에서 당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윤 후보는 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위원회는 갈수록 난맥상만 부각되고 있다. 다음주 선대위 출범을 앞두고도 아직 인선을 마무리짓지 못한 채 겉돌고 있는 원인은 윤 후보가 소수의 핵심인물에게만 의존하는 측근정치가 자리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윤 후보는 당초 후보비서실장으로 장제원 의원을 검토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자 죽마고우인 권성동 의원을 임명하고도 당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조직과 재정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권 의원을 재임명했다. 핵심 자리에 최측근을 연이어 '돌려막기' 한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이 낙점한 사무총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 구성과 인선을 둘러싼 불협화음도 윤 후보가 측근들의 목소리에만 귀기울인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영입 문제를 풀기 위해 3주 동안 시간을 쏟고도 개문발차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윤 후보 측근들과 김종인 전 위원장이 생각하는 선대위 운영 방향과 인선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중진 일색으로 맞춘 것도 윤 후보 측근의 의중이 상당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외부 인사나 새로운 인물 대신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중진들을 대거 기용함에 따라 윤 후보의 변화나 쇄신 의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선대위 인사 중 일부는 대선이 끝나면 차기 원내대표 선거나 당권 도전설이 당 주변에 흘러나올 만큼 벌써 기득권에 혈안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가 다양한 인사를 주변에 두지 않고 지근거리에 측근들을 배치하면서 결과적으로 윤 후보 측근들이 과도한 권한을 행사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흑서' 공동 저자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권경애 변호사가 SNS에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을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지목하며 정치권에 공방이 가열된 것 자체가 측근 정치가 위험수위에 달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도 윤 후보의 권력분배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강민국 의원은 전날 초선의원총회에서 "현재 대선에 임하는 우리 당의 자세라든지, 선대위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되는지에 대해 의구심 갖지 않을 수 없다"며 "대선에 임하고 전쟁을 치러야 하는데 벌써 언론에 '문고리 (권력)'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박형수 의원도 "당이 새로운 변화나 국민에 제시하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며 "(선대위의 출범 과정이) 지루하고 답답한 면이 있어서 지지율에 영향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당대의 '0선' 윤 후보를 향한 '훈수정치'는 갈등 국면에 기름을 부은 형국이 됐다는 지적도 당 안팎에서 나온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1.08. [email protected]

이 대표는 윤 후보가 국민의힘 당에 입당하기 전부터 따로 만나 "지방 일정을 할 때 최대한 대중과 소통하는 일정을 잡으라"고 조언해주거나, 윤 후보 지지율이 흔들릴 기미를 보이자 "위험하다"고 지적하며 각종 조언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영입과 전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놓고 윤 후보·측근들과 대립하면서 선대위가 정식 출범하기도 전에 갈등관계를 노출했다. 윤 후보와 김종인 전 위원장 사이의 선대위 갈등을 두고도 "고래 싸움이 터지면 새우는 도망가야 한다"고 뒤로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를 놓고도 당대표로서 책임을 방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없진 않다.

이 대표가 선대위 주요 인선 과정에서 각을 세우면서 정치 초년생인 윤 후보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많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공동선대위원장 영입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대표는 한 라디오에서 "이수정 교수가 생각하시는 여러가지 방향성이란 것이, 지금까지 우리 당이 2021년 들어와서 견지했던 방향성과 일치하는가에 대해선 제가 의문이 강하게 들고 있다. 우리 지지층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며 선대위 합류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정치권에서는 소위 '이대남(20대 남성)'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이 대표가 2030 남성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페미니스트로 인식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 교수가 '이대남(20대 남성)' 표 결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대표 경선 과정에서 자신을 절대적으로 지지해준 2030 남성에만 얽매여 여성표 확장을 제한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반면 이 교수가 여성·아동 인권 보호에 앞장서온 전문가라는 점에서 당의 외연확장이나 정책 발굴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당 내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결국 이 대표의 자기 중심의 훈수정치로 분란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이 윤 후보와 불필요한 갈등이 계속 누적되면서 심지어 충청권 방문 동행 일정 논란 등과 같은 사안까지도 '패싱' 논란으로 연결될 만큼 후보와의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됐다. 결과적으로 대선을 3개월 앞두고 당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선거운동 보이콧으로 이어졌다.

윤 후보는 이 대표의 잠적 이유와 패싱 논란에 대해 "자세한 이유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 알 것 같고, 또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민주적 정당 내에서 다양한 의견 차이와 이런 문제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이고 또 합의점을 찾아서 나아가는 것이 민주적 정당 아니겠나"라며 "일사불란한 지휘명령체계가 있다면 그게 어디 민주적 정당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확전을 자제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선대위 인적 구성 쇄신에 나서고 개혁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과 달리 윤 후보의 '김종인 카드' 불발, '문고리 3인방' 논란 등 악재가 연이어 터져나오자 결국 윤 후보가 상황을 정리하고 수습해야 한다는 조언들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윤 후보가 처음부터 김종인 위원장 관련된 문제를 받든지 말든지 빨리 처리했어야 했다"며 "결국 후보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권 관계자는 "청년들이 좋아할 뭔가를 제안하면서 그것도 하자고 하면 되는 거지, 윤 후보의 방식은 과거방법이라면서 반대하는 건 마이너스 비판 밖에 안 된다"며 "어차피 대선후보가 중심이긴 하지만, 이 대표도 (패싱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는 것도 모양새는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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