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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자산 불려드려요"…금융권 마이데이터 '大戰'

등록 2021.12.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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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고객님은 소득·연령 대비 여행 분야 지출이 많은 상태입니다. 입출금 통장 6개월 평잔 기준 약 70%인 500만원을 정기예금에 예치하시면 약 10만원의 이자 혜택을 보실 수 있습니다."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개인 정보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하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금융권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시범서비스 전부터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었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은 53개사 중 17개사가 지난 1일 오후 4시부터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내년 1월 금융 마이데이터 전면시행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시스템 추가 개선사항 등을 최종 확인하고, 트래픽 부담도 분산할 계획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작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은행, 보험회사, 카드사 등 다양한 업권에 각기 흩어져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은행 대출잔액·금리 및 상환정보는 물론, 주식 매입금액·보유수량·평가금액, 펀드 투자원금·잔액, 통신사 납부·청구내역까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예컨대 여러 금융 앱을 사용할 필요 없이 하나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앱에서 대출이자 납부일, 카드대금결제일 등을 확인하는 등 모든 금융정보를 관리할 수 있다. 또 본인의 현재 신용과 재무상태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금융상품 목록을 볼 수 있고, 가격·혜택을 상세 비교해 본인에게 최적화된 금융상품 추천과 재무컨설팅도 지원받을 수 있다.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사업자들은 국민·농협·신한·우리·기업·하나 등 6개 은행, 키움·하나금융투자·NH투자증권 등 3개 금투사, 국민·신한·하나·BC·현대 등 5개 카드사, 농협중앙회, 뱅크샐러드와 핀크 등 2개 핀테크·IT업체 등이다.

이 외 은행·카드사, 빅테크·핀테크 20개사는 이달 중 순차적으로 참여하고, 나머지 16개사는 관련 시스템·앱 개발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참여할 예정이다. 본허가를 받지 않은 10개 예비허가 사업자는 본허가 절차 이후 내년 하반기께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 지출관리부터 목돈 마련까지.…고객 유치 전쟁

시범서비스 시행에 맞춰 금융사들은 각 사별 강점을 살리고계열사들과 시너지를 극대화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일제히 내세웠다.

KB국민은행은 'KB마이데이터'를 내놨다. ▲내게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자산관리 서비스' ▲소비패턴 분석 진단을 통한 더 나은 소비생활을 제안하는 '지출관리 서비스' ▲더 나아지는 나만의 금융 습관 메이커, 베터 미(Better Me) '목표챌린지' ▲다양한 실물자산부터 신용관리를 더 쉽게 관리하는 '금융플러스' ▲집단지성 활용 자산관리 서비스 '머니크루' ▲목표 달성을 지원하는 자산관리 시뮬레이션 서비스 '이프유' 등을 제공한다. 이중 KB국민은행은 목표챌린지, My금고, 머니크루, 이프유를 KB마이데이터 핵심 서비스로 내세우고 있다.

신한은행은 '머니버스(Moneyverse)'를 내놨다. 최대 50개 회사의 정보를 수집해 금융 정보 통합조회, 자산·재무 분석, 소비·지출 관리, 목표관리, 개인화 상품 추천 등을 제공하며, 신한은행 모바일 앱인 '쏠(SOL)'에서 이용 가능하다. 머니버스는 완성된 자산을 관리하는 방법이 아닌 자산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투자 타이밍과 같은 기회들을 끊임없이 알려주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돈을 아끼고, 모으고, 불리는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NH농협은행은 'NH마이데이터'는 ▲NH자산플러스 ▲금융플래너 ▲연말정산컨설팅 ▲내차관리 ▲맞춤정부혜택까지 총 5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특수은행이란 성격을 살려 '맞춤정부혜택' 서비스를 통해 가족 구성원 특성에 맞는 정부 및 지자체의 혜택을 추천하고 안내해준다. 'NH샀다치고 적금' 가입 시 0.1% 우대금리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마이데이터 기반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 '하나 합' 출시를 통해 기존 소수의 고액 자산가에게만 제공되던 자산관리 및 외환 투자 전문 컨설팅을 디지털을 통해 모든 고객들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자산 진단에서 처방까지 한 번에 해결해주는 '자산관리 스타일' 서비스 ▲손님 개개인의 지출을 분석·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분석' 서비스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설정해 외화 자산을 불려주는 '환테크 챌린지' 서비스 등 개인별 최적화 서비스를 선보였다.

IBK기업은행은 ▲개인화된 자산관리 ▲중소근로자 특화서비스 ▲생활금융 서비스 등 3가지 기능으로 구성된 ‘아이원(i-ONE) 자산관리'를 출시했다. 특히 중소기업 근로자 특화서비스로는 신용관리와 커리어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KCB와 제휴를 통해 신용점수 조회 후, 소득자료 등을 제출해 신용점수를 관리할 수 있고 'i-ONE 잡(JOB)'을 통해 나의 모든 경력, 연봉 비교, 맞춤 일자리 정보 등을 얻을 수 있다.

이밖에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증권사들도 투자성과를 비교 분석하고 수익 개선 방법을 제안하는 등 투자에 초점을 맞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내놨다.

금융당국 마케팅 제동에 일부 서비스 출시 연기도

금융사들이 이처럼 마이데이터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고객의 타사 자산 현황 뿐 아니라 소비, 투자 패턴, 결제 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만약 추후 마이데이터가 금융을 넘어 유통, 헬스 등 타산업으로 확대되면, 금융사들은 비금융정보를 결합해 다양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무한한 확장성을 지닌 마이데이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사업자들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일부 은행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고 '철회'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앞서 일부 시중은행들은 사전고객 확보를 위해 자동차 등 고가 상품을 경품으로 내걸었지만,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마케팅 내용을 변경했다. 현재 이들 금융사들의 경품은 태블릿PC, 공기청정기 등으로 바뀌었다.

또 일부 은행들은 당초 전날 시범 서비스 시행에 맞춰 마이데이터 가입시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적금상품 등을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출시를 잠정 연기한 상황이다. 3만원을 초과하는 경품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한 규정에 맞춰 내용을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가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일인 만큼, 사업자들이 서비스의 질로 경쟁할 수 있도록 과열 경쟁을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마이데이터 가이드라인에 경제적 가치가 3만원을 초과하는 금전·편익·물품 등(추첨 등을 통해 제공할 경우 평균 제공금액을 의미)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조건으로 서비스 가입 등을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단 추첨 등을 통해 제공하는 경우 특정인에게 제공되는 금액이 3만원을 과도하게 초과(100만원을 초과하는 고가경품 등)하지 않아야 한다고 단서조항을 달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에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취지에서 제공금액 한도를 평균 금액으로 명시했더니, 일부 금융사들이 자동차 등 과도한 경품을 내걸었다"며 "과도한 경품은 결국 소비자들에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고, 소비자 차별 문제도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 경품 규제가 점차 폐지되는 추세라는 점,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휴대용 단말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추첨을 통해 제공하는 경우에는 태블릿PC나 스마트폰 정도까진 가능토록 규정을 뒀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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