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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잘보호해야 범인 잘잡지요" 세상에 이런 경찰만

등록 2021.12.05 08:00:00수정 2021.12.05 13: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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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대구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수사팀, 대구경찰청 올해 성과평가 '우수'
자치경찰제 시행 국수본 창설 이후 첫 특진도
박성훈 과장 "특례법 제정 취지에 대한 고민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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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시스]이지연 기자 = "혼자야?" "어, 아직 싱글이야."

영화 '범죄도시'의 두 주인공이 최후의 일전을 앞두고 나눈 짧은 대사다. 직후, 배우 마동석의 시원한 펀치가 작렬한다.

영화 속 형사들은 짜릿한 액션으로 극적 효과를 높인다. 악인의 히스토리가 통쾌함을 더할 때도 있다.

현실은 조금 다르다. 시대는 변했고, 형사들은 온라인상에서 매일같이 '혈투'를 벌인다.

게임 속 이야기가 아니다. 컴퓨터와 휴대전화에서 “혼자야?”류의 메시지를 보내는 성매매 정황과 현장을 잡기 위해 눈에 불을 켠다.

때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에 압수수색 영장을 보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광범위하게 수사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 청소년 보호 조치는 필수다.  

대구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수사팀은 적은 인력에도 피해자의 ‘히스토리’에 주목한다. 아동과 여성,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수사인만큼 피해자 보호조치는 범인 검거만큼이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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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경위, 정민현 경사

지난 여름 피해 청소년을 상담하다가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 혐의를 포착,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비밀리에 수사를 이어가던 중 10~30대들로 구성된 조직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범인 검거에 앞서 팀은 피해 청소년에 대한 보호조치를 우선했다. 곧바로 여성가족부 산하 디지털 피해자 성범죄센터에 요청해 제작물 유포를 차단시켰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정민현(29) 경장이 두각을 드러냈다.
 
이 팀에는 또 학교밖청소년 출신으로 이력도 독특한 김진호(53) 경위가 근무하고 있다. 따뜻함과 오지랖의 경계를 넘나들며 경찰서를 ‘검정고시 사관학교’로 만든 주인공이다. 2015년 이후 그가 배출한 검정고시생들은 140여명에 달한다. 

발 빠른 대처와 수사, 피해자 보호를 내세운 멀티능력을 인정받아 올해 국가수사본부 출범 이래 첫 특진의 영예를 안았다. 한해에, 그것도 한 부서에서 2명이 특진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팀을 이끄는 박성훈(49) 여성청소년과장은 6년의 해외 주재관 경력이 있다. 과테말라, 멕시코에서 재외국민 보호 등 일인다역을 도맡았다. 박 과장은 그때도 사건처리만큼이나 문제 해결 근원에 초점을 뒀다. 단순 사건처리가 아닌, 수사 개시부터 사후 모니터링이 이어져야 약자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뤄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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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여성청소년과장

이전보다 피해자 보호조치를 우선하는 경찰의 흐름에도 부합한다. 최근 경찰의 성과지표에는 피해자 긴급조치나 상담소 연계 등 대응지수도 반영하고 있다.

박 과장은 “사건 관계자들 삶의 히스토리를 최대한 많이 들어봐야 한다. 어느날 갑자기 흉기를 드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경찰의 대응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피해자를 넘어 용의자에 대한 지속적인 경계로 심리적인 제압도 동시에 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또 “부서 특성상 가정폭력, 데이트폭력이나 아동학대 등 특례법 적용이 다수를 차지한다. 특례법이 제정된 취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지금과 달리 이전에는 가정폭력을 ‘칼로 물베기’ 식으로 대했다. 모두 강력범죄가 아는 사람에게서 번지는 형태들이다. 초기 대응단계부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는 올 한해 대구경찰청 성과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피해자 보호에 중점을 둔 수사가 결국 범인 검거에도 주효하고 있는 셈이다.

박 과장은 18명의 팀원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많지 않은 인력 중 30대 젊은 피가 주류를 이룬다.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들이 사회현상을 읽는 안목이 수사에도 도움이 됐다.

박 과장은 “민원인들에게는 직위 상관없이 누구라도 (그들에게) 그늘이 돼야 한다. 혼자가 아닌 세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서로 배우면서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팀워크가 결국은 시민들의 신뢰도 얻는다”며 멋쩍게 웃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l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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