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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손가락의 전설…'아코디언 대부' 심성락 별세(종합)

등록 2021.12.06 20: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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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심성락. 2021.12.06. (사진 = 박성서 대중음악 평론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심성락. 2021.12.06. (사진 = 박성서 대중음악 평론가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아코디언 연주의 대부'로 통하는 거장 아코디어니스트 심성락(85·심임섭)이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85세.

6일 대중음악계에 따르면, 심성락은 지난 4일 오후 8시40분께 경기 남양주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지난 2일 허리 수술을 받고 회복하던 중 세상과 작별했다.

심성락은 1936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광복 이후 귀국, 부산에서 자랐다. 부산 경남고에 입학한 뒤 한 악기상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처음 아코디언을 접했다. 이후 부산 KBS 노래자랑대회의 세션맨으로 활동했다. 육군 군예대에서 아코디언 연주자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음악인생을 시작했다.

특히 아코디언계의 독보적인 연주자였던 만큼, 정치권에서도 인기였다. 서울 궁정동·삼청동 총리공관을 오가며 연주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좋아하는 노래들을 모은 연주 음반도 녹음했다. 이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의 각종 행사에서 악사로 활동한 것으로 유명하다.

어릴 때 사고로 잘라진 오른손 새끼손가락과 한쪽 귀의 난청에도 대중가요의 황금기인 1960~70년대 아코디언과 전자오르간의 명인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특히 네 손가락의 독특하 운지법을 만들어 감성적인 연주를 선보였다.

[서울=뉴시스] 심성락. 2021.12.06. (사진 = 박성서 대중음악 평론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심성락. 2021.12.06. (사진 = 박성서 대중음악 평론가 제공) [email protected]

'심성락(瀋聲樂)'이란 예명은 '소리로 세상을 즐겁게 한다'는 뜻이다.

지난 2016년 4월초엔 집에 불이 나 세상 전부였던 아코디언을 잃은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사반세기를 함께해 온 악기인 '수퍼 파올로 소프라니 5열식' 이탈리아 산 아코디언이었다. 당시 그에게 악기를 헌정하기 위한 소셜 펀딩 프로젝트가 마련되기도 했다.

패티김, 조용필, 이승철, 신승훈, 김건모 등 국내 가수 열에 아홉과 작업했다. 영화 '인어공주', '봄날은 간다', '달콤한 인생', '효자동 이발사' 등 관객의 심금을 울린 천상의 소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 등록된 그의 연주곡만 7000여곡, 음반은 1000여장에 이른다.

2013년 10월 패티김의 은퇴 콘서트 '굿바이 패티-패티김, 그녀가 부르는 마지막 노래'에 함께 하는 등 그의 존재 자체가 한국 대중음악계의 역사인,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살아 있는 전설'이었다.

[서울=뉴시스] 심성락, 패티김. 2021.12.06. (사진 = 패티김 측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심성락, 패티김. 2021.12.06. (사진 = 패티김 측 제공) [email protected]

특히 2009년엔 생애 첫 연주 앨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발매했다. 당시 대한민국 대중음악 최고령 뮤지션 앨범으로 기록됐다.

2010년엔 공로를 인정받아 '제7회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특별상을 받았다. 2011년 올림픽공원에 국내 최초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이 문을 열었을 당시 그에 대한 헌정공연이 마련되기도 했다. '제2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표창(2011) 등을 받았다.

지난 2019년엔 MBC TV 예능 '놀면 뭐하니?'의 '유산슬 1집 굿바이 콘서트' 무대에 함께 하기도 했다.

박성서 대중음악 평론가는 고인에 대해 "어려운 시대에 음악을 통해 많은 국민들을 위로했다. 성락(聲樂)이라는 예명을 스스로 지었듯, 평생을 음악에 헌신했다"고 기억했다.

[서울=뉴시스] 심성락. 2021.12.06. (사진 = 박성서 대중음악 평론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심성락. 2021.12.06. (사진 = 박성서 대중음악 평론가 제공) [email protected]

"오른손 새끼손가락 한마디를 잃어 정상적인 방법으로 건반을 짚지 못하고 한쪽 귀가 난청이라는 약점을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극복했다. 마지막까지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면서 "최근에도 재즈가수 윤희정과의 공연에 오를 준비를 하고 계셨던 분이다. 말년까지 후배들의 존경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고인의 장례는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 음악계 후배들이 주축이 돼 치른다.

빈소 백련장장례식장, 발인 9일 오전 6시, 장지 경기 이천 평화추모공원. 031-594-4444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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