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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레깅스'를 입는 이유

등록 2021.12.08 11: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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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스키니진의 사촌에서

갈수록 많은 남성들이 즐겨 입는 새 트렌드로 등장

운동복에서 평상복으로…콤비 정장에 맞춰 입기도

(사진=이마트 제공)

(사진=이마트 제공)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패션계에 오래 머물다보면 농담같은 패션이 유행하는 걸 볼 수 있다. 가장 최신의 사례가 바로 메깅스(meggings; 남성용 레깅스)다.

'상상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스키니진의 사촌쯤으로 비웃음을 사던 메깅스가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대로의 한쪽 구석을 차단한 채 열린 구치의 11월 패션쇼에서 남자 모델 몇사람이 다리를 꽉 조이는 레깅스를 선보였다. 최근 몇년 새 록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리드싱어 앤소니 키디스가 신축성 좋은 꽉맞는 바지를 입은 채 무대에 등장하고 미키 루크가 커피를 사러 다녔다. 뉴욕과 마이애미에 본점이 있는 마타도르 메깅스와 호주상표인 카포우 메깅스 등 신진 회사들이 남성 신체에 맞도록 디자인된 레깅스를 팔고 있다.

착 달라붙는 남성용 바지는 새롭다고 할 수 없다. 르네상스시대 그림을 살펴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페인 투우사들도 오래전부터 신체 굴곡이 드러나는 꽉끼는 바지를 입었다. 이 바지엔 옆으로 장식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발레, 기계체조, 리듬체조 등 수많은 운동복들도 몸에 붙는 타이츠다.

그렇지만 이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남성들은 보통 타이츠를 입는 걸 꺼렸다. 최근까지 메깅스를 입은 남성은 주로 조깅을 하거나 크로스핏 운동을 하러 가는 사람들이었다. 그 경우에도 신체 굴곡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도록 위에 짧은 바지를 덧입는 경우가 많았다.

몇년 전부터 웨이트운동을 할때 정강이를 덥는 메깅스를 입고 있는 펜실베니아 노리스타운 식당 지배인 제이슨 루이스(39)는 "너무 노출이 심한 것 같아서 처음엔 좀 불편했었다"고 말한다. 처음엔 메깅스를 구하기가 힘들어서 여성용 레깅스를 입었지만 최근에는 마타도르에서 메깅스를 샀다. 마타도르는 남성용 레깅스만을 판매한다.

남성용 레깅스는 여성용에 비해 밑위가 길어서 사타구니를 덜 조이고 특히 사타구니를 덥는 컵모양의 패드가 붙어 있다. 이 사타구니 부위를 둥글게 한 디자인은 외설적이지 않은 만화영화 수퍼히어로들의 꽉끼는 바지를 연상시킨다. 루이스 지배인이 말했듯이 남성용 레깅스는 "남성의 거시기가 보이지 않도록 감춘다."

남성의 사타구니를 드러내지 않는 다른 옷들도 많다. 진이나 치노바지는 물론 모든 정장바지가 그렇다. 메깅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착 달라붙는 느낌이 편안하고 좋다고 말한다. 오레곤주 포틀랜드의 롤런 베기가스는 "바쁘게 돌아가는 소매상점에서 일하는데 편한 걸 입어야 상점 안을 쉽게 돌아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을 놀래키지 않으면서 거의 발가벗은 느낌을 주는 메깅스는 평상복으로 딱 좋다고 지지자들은 주장한다. 마타도로 설립자 발렌타인 아세요는 "많은 사람들이 집이나 친구들과 즐길 때 레깅스를 입는 걸 본다"고 말했다.

마타도르나 카포우의 상품이 대체로 운동복으로 팔리지만 최근에는 고객들이 메깅스를 입은 모습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두 회사는 밝혔다.

여전히 검은색이 많이 애용되지만 레깅스 디자인도 크게 변하고 있다. 구치 패션소에 등장한 메깅기는 바나나 노랑색이 길게 이어지고 카포우는 벨벳 표범무늬와 번쩍이는 금색도 선보였다. 샌프란시스코 거주 은퇴자인 데이비드 스크론스(62)는 "기념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레깅스를 입는다"고 말했다. 그는 하우스투스무늬와 타탄무늬 레깅스를 가지고 있다. 레깅스를 콤비 웃도리에 맞춰 입기도 하는 그에게 레깅스는 "즐거움의 표현"이다.

갈수록 더 많은 남성들이 이런 표현 방식을 즐긴다. 카포우의 공동 설립자 벤저민 바넷은 "10년, 20년, 30년 전에는 남자들이 비난 대상이 되는 걸 꺼려해서 두드러지는 옷을 입지 않았지만 지금은 독특하고 남달라 보이는 걸 남들도 좋아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50가지 디자인의 메깅스를 판매하는 카포우에서 가장 야한 디자인은 축제용 레깅스다. 버닝맨(미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서 매년 열리는 인형 불태우기 행사 축제-역주)이나 코첼라 음악축제 같은 자유분방한 행사때 이 레깅스를 입는 남성들이 많다.

메깅스가 늘어나는 것은 또 여성과 달리 남성들이  자기 신체를 자랑하려고 있는 옷이기도 하다. 연령과 무관하게 믹 재거나 데이비드 리 로스, 자레드 레토 등 날씬한 사람들이 몇년 전부터 메깅스를 입었다. 오레곤주 벤드의 그래픽 디자이너인 벤 어틀리(38)는 "내 다리가 멋지기 때문에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엔 하이킹할 때 나뭇가지에 찔리지 않기 위해 입었지만 지금은 시내 나갈 때도 입는다. 그의 말대로 "젊은 한때"다. 할 수 있을 때 메깅스를 고르는 편이 좋을 것같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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