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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해진 라캐머라, DMZ 방문 관행 용납 불가 선언

등록 2021.12.23 16:10:33수정 2021.12.23 17: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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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골OP, 적 오인사격 가능한 위험 지역

윤석열, 관행대로 군사경찰 완장 착용

한국군 관행 아는 라캐머라, 불만 누적

유엔사 존립 흔드는 韓여론에 경고성

11일 부산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턴투워드부산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식에서 폴 라캐머라 유엔군사령관이 헌정스피치를 하고 있다. 2021.11.11. (사진=국가보훈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1일 부산유엔기념공원에서 열린 턴투워드부산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식에서 폴 라캐머라 유엔군사령관이 헌정스피치를 하고 있다. 2021.11.11. (사진=국가보훈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유엔군 사령부(유엔사)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백골부대 방문 때 정전 협정 위반 사항이 있었다며 이례적으로 공개 비판했다.

폴 라캐머라 유엔군 사령관이 한국 정치인에게 편의를 제공하던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임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에 비해 유연한 사고를 가진 것으로 평가됐던 라캐머라 사령관의 의외의 행보에 한국군 당국은 적잖이 당황하는 모양새다.

유엔사는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윤 후보가 백골부대 관측소(OP)에서 전투복을 입고 다닌 것이 정전 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위장무늬 전투복과 군사경찰 완장은 유엔사 인원만이 착용할 수 있는데 이를 민간인인 윤 후보가 입은 것은 규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강원도 철원 육군 3사단 백골OP(Observation Post, 관측소)를 방문해 군복을 입고 있다. 2021.12.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강원도 철원 육군 3사단 백골OP(Observation Post, 관측소)를 방문해 군복을 입고 있다. 2021.12.20. [email protected]

한국군은 당황하는 모양새다. 국방부와 육군 3사단 백골부대는 관행대로 윤 후보에게 군복과 군사경찰 완장을 제공했는데 유엔사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병석 국회의장이 같은 날 전투복과 완장을 찬 채 육군 6사단 비무장지대 관측소를 방문했다. 2018년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경선 후보가 각각 육군 5사단, 3사단 비무장지대를 전투복과 완장을 착용하고 방문했다. 당시에는 이번 같은 유엔사의 공식 입장 표명이 없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강원도 철원 육군 3사단 백골OP(Observation Post, 관측소)를 방문해 북측을 바라보고 있다. 2021.12.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강원도 철원 육군 3사단 백골OP(Observation Post, 관측소)를 방문해 북측을 바라보고 있다. 2021.12.20. [email protected]

물론 유엔사의 예민한 반응이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윤 후보가 방문한 백골OP는 적 오인사격을 비롯해 다양한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다.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북쪽에 위치한 백골OP에 전투복을 입은 인원이 갑자기 늘어나면 북한군이 전투원이 증원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사격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

특히 민간인은 파란색 완장을 차도록 돼있는데 대선 후보를 비롯해 수행원들이 모두 군사경찰 완장을 찰 경우 북한군이 전투원으로 오인할 가능성은 한층 커진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강원도 철원 육군 3사단 백골OP(Observation Post, 관측소)를 방문해 철책선을 둘러보고 있다. 2021.12.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강원도 철원 육군 3사단 백골OP(Observation Post, 관측소)를 방문해 철책선을 둘러보고 있다. 2021.12.20. [email protected]

이번 입장 표명은 라캐머라 사령관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라캐머라 사령관이 휴가 중임에도 윤 후보의 방문 사실을 보고 받고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는 설이 제기됐다. 유엔사는 사령관의 일정을 공개할 수 없다며 휴가 중인지 여부에 대한 답을 하지 않았다.

라캐머라 사령관은 정치인의 비무장지대 방문에 임하는 한국군의 태도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소령 시절 파주의 캠프 그리브스에서 미2사단 예하 대대 작전장교로 근무했다. 당시 최전방 비무장지대 작전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

라캐머라 사령관의 불만이 오랜 기간 누적된 상태였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유엔사가 그간 반복적으로 한국군에 정치인의 비무장지대 방문 관행에 문제를 제기해왔음에도 한국군이 사실상 이를 무시한 채 환대에만 몰두했다는 지적이다. 강경 대응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던 라캐머라 사령관에게 공교롭게도 윤 후보와 백골부대 소식이 들려왔고 불호령이 떨어진 셈이다.

[평택=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2일 오전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 바커필드에서 열린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 이·취임식에서 로버트 에이브람스 한미연합 사령관 겸주한미군 사령관이 인사말을 마친 후 폴 라캐머라 신임 한미연합사령관 겸주한미군사령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07.02. photo@newsis.com

[평택=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2일 오전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 바커필드에서 열린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 이·취임식에서 로버트 에이브람스 한미연합 사령관 겸주한미군 사령관이 인사말을 마친 후 폴 라캐머라 신임 한미연합사령관 겸주한미군사령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07.02. [email protected]

라캐머라 사령관의 변신에 한국군은 머쓱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군과 한국문화를 잘 안다고 평가했던 라캐머라 사령관에게 뒤통수를 맞은 셈이기 때문이다. 서욱 국방장관은 지난 7월 라캐머라 사령관 취임식에서 "풍부한 실전경험과 함께 지략과 용맹함을 겸비하고 한국문화와 한반도 안보에 대한 이해가 높은 라캐머라 장군이 한미연합사령관으로서 우리와 두 번째 인연을 맺게 돼 매우 기쁘고 든든하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라캐머라 사령관이 대선 정국에서 윤 후보를 비롯해 타 대선 후보들, 나아가 한국 정치권을 향해 경고를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종전 선언 추진 등으로 한국 내부에서 유엔사 존립 근거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비무장지대 관리 기구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유엔사는 1950년 6·25 전쟁 당시인 6월26일과 28일 긴급 소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7월7일 창설돼 북한군, 중국군과의 전투를 지휘했다. 유엔사는 1978년 설립된 한미연합사령부로 한국 국군과 주한미군 지휘권을 넘겼다. 이후 유엔사는 비무장지대를 관리하는 임무에 집중해왔다.

유엔사는 현재 군사정전위원회 가동, 중립국 감독위원회 운영, 판문점에 주둔하는 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 파견·운영, 비무장지대에 있는 경계초소 운영, 남북 장성급 회담 등 정전협정 관련 임무를 맡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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