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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빈 작가 "플라스틱과 반려견이 닮았더라고요"…[아트1아티스타-53]

등록 2021.12.31 09:51:21수정 2021.12.31 11: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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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상빈, 복서(Boxer), 2021, PE Plastic, steel, 100X30X90(h)cm

[서울=뉴시스]박상빈, 복서(Boxer), 2021, PE Plastic, steel, 100X30X90(h)cm


[서울=뉴시스]  “플라스틱의 속성이 저를 포함한 현대인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아 있더라고요.산업화,획일화,일회적 소모성 같은 것들이요.주변을 돌아보면 플라스틱이 정말 많이 있는데요, 종류도 정말 다양하고 많이 쓰이다 보니 어느 순간 친근하게 보였어요.”

박상빈 작가의 작업실은 수집한 플라스틱들로 넘쳐난다.세제용 페트병부터 과자,라면봉지 등의 폐비닐까지 우리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각종 일회용품들로 빼곡하다. 그는 수집한 플라스틱 용기를 해체하고 퍼즐 조각을 맞추듯이 입체 형상을 만든다.작업의 주제는 ‘흔하고 친근한 것(Common and Friendly Things)’. 현대인들에게 가장 가까우면서도 친근한 동물인 반려견을 주제로 한다.

왜 하필 반려견일까. 그는 “재료에 어울리는 흔하고 통속적인 생명체”가 견종이라 생각을 했고, 반려견에 대해 찾아볼수록 우리 사회의 불편한 이면을 보게 되어 작업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견(犬)종은 약 400가지 이상이 존재하는데, 이는 생물학적 종의 의미보단 인위적으로 계량된 품(品)종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또한 가장 많은 개량이 이루어진 동물이기도 하죠. 공장형 생산이 이뤄지기도 하고, 버려지기도 하는 모습 또한 플라스틱과 닮았습니다.”

인위적이면서도 친근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견종은 현대사회에 변질된 자연물의 불편함을 그대로 담고 있는데, 그는 이를 ‘플라스틱 단조 조각’이라고 부른다. 단조 작업은 금속 재료를 두들기고 눌러 표면 모양을 만들고 이를 이어 붙여 입체 형상을 만드는 방식이다. 철사를 용접해 골조 틀을 만드는 작업은 비슷하지만,금속 재료가 아닌 플라스틱 통을 재단해 이어 붙여 입체 형상을 제작한다.

[서울=뉴시스]박상빈, 보스톤 테리어(Boston Terrier), 2021, PE Plastic, steel, 70x25x55(h)cm

[서울=뉴시스]박상빈, 보스톤 테리어(Boston Terrier), 2021, PE Plastic, steel, 70x25x55(h)cm




 
해체된 플라스틱 용기를 철골조에 붙여 나가는 과정은 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마치 퍼즐조각을 맞추듯이 진공 성형된 플라스틱과 견종 철골구조물의 곡률이 맞아떨어지는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용기에 단순히 곡률이 많다고 해서 수월하지 않다.게다가 작업을 할 때마다 매번 다른 용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작업은 항상 예측할 수 없다. 이런 특성으로 그의 작업은 조각이지만 에디션이 따로없이 단 한 점만 생산된다.

무엇보다 견종의 특징을 잘 표현하기 위해 세심한 작업을 거친다. 작업할 때 견종을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사진을 옆에 놓고 계속 비교해 가며 만드는데,한 작품당 사용되는 용기만 약 20개, 1개월을 꼬박 작업하면 비로소 견종 입상이 완성된다.

“견종은 입(주둥이)의 길이에 따라 장두종과 단두종으로 나뉘게 되는데요. 계속 장두종을 만들다가 최근에 단두종인 보스턴테리어를작업하게 되었어요.그런데 단두종은 무게중심이 머리 쪽으로 많이 쏠려 있더라고요. 뒷다리 근육은 상대적으로 적고 머리와 목이 볼륨이 너무 커서 조각 자체의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많이 쏠리더라고요. 이런 부분을 해결하면서도 견종의 특징을 찾아 표현하는 부분이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부분이죠.”
 
[서울=뉴시스]박상빈 개인전 전시전경

[서울=뉴시스]박상빈 개인전 전시전경



작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환경과는 무관했던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현재 다양한 환경적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분류마크 7번으로 재활용되지 못하는 과자,라면 봉지 등의 컬러 인쇄된 비닐을 모아 컨페티로 만들고 에어모터를 달아 키네틱 조각을 선보이기도 하고,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 녹여 만든 액세서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사회가 직면한 환경 이슈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작업에 대해 “버리지는 플라스틱류 물질에 새로운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이 업사이클링,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했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작가로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지 3년째. 그는 올 한해만 2번의 개인전과 10번의 단체전에 참여했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졸업 후 취직한 문구회사에서 플라스틱 펜축의 모양과 로고,패키징 등을 디자인했는데,입체를 다루었던 경험이 자연스럽게 조소 작업으로 이어졌다. 꾸준한 작업의 결과가 좋은 결실로 이어진 것인데, 직장인으로 일할 때보다 더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는 그는 또 다음 작업을 구상중이다.

“새로운 기술적 부분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할 것이 많고요. 새로운 주제와 다원화된 매체적 시도를 하고자 합니다.”

‘플라스틱의 예술적 소생’이라고 작업을소개하는 그는 “작품을 보시는 분들에게 많은 생각과 개념들을 전달하고 공감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단순히 제 작품을 보고 즐거움을 느끼셨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울 것 같다”며 작업을 통해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전했다. ■글 아트1 성유미 큐레이터.

 
[서울=뉴시스]박상빈 작가

[서울=뉴시스]박상빈 작가



▲박상빈은 건국대학교 산업디자인,영상디자인 전공 학사 졸업했다.삼각산 시민청 갤러리,광교 앨리웨이STROL, 청년문화공간JU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갤러리 아트컨티뉴,마루아트센터,광명업사이클 아트센터 등에서 작품이 소개되었다. 프레인 글로벌 Prain Villa,디자인하우스 사옥,군포문화재단 수리산상상마을 등에 작품이 소장됐다. 온라인 아트플랫폼 아트1(https://art1.com)의 신규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 온라인 마켓’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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