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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별세…광주 애도 물결(종합)

등록 2022.01.09 16: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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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의 우산같은 분…고인의 명복을"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 예정지에서 열린 '6·10민주항쟁 32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여 '광야에서'를 제창하고 있다. 2019.06.1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이한열 열사의 모친 배은심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 예정지에서 열린 '6·10민주항쟁 32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여 '광야에서'를 제창하고 있다. 2019.06.10.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신대희 이영주 기자 = 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이자 평생을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배은심 여사의 별세 소식에 광주 지역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했다.

김순 광주전남추모연대 집행위원장은 9일 "이 열사가 품었던 뜻을 고스란히 펼칠 수 있는 사회가 아직 오지 않았는데 벌써 명을 달리하셨다"고 설움을 토해냈다.

김 집행위원장은 "생전 배 여사는 아들뿐 아니라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셨던 모든 분을 위해 큰 노력을 해오셨다"며 "특히 이들을 예우하는 민주유공자예우법의 시행을 위해 지난달에는 추운 날씨에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별세 전날인) 지난 8일 건강을 회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2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는 전국 각지의 민주유공자예우법 추진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장들을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비치기도 하셨다"며 "그런데 하루 만에 이런 비보를 접해 황망하고 슬프다. 이제는 모든 걱정을 털어놓으시고 편히 잠드시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홍성칠 광주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지난 연말께 만난 배 여사는 '우리 한열이가 바랐던 세상은 이게 아닌 것 같다.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며 의지를 다지는 등 굳센 모습을 보였다"며 "강단 있는 목소리로 단체들에 힘을 불어넣어 주셨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3일 전체 지역 시민사회단체 합동시무식에 참석하시기로 했지만 병 탓에 끝내 뵙지 못했다. 너무나 한스럽다"며 "민주유공자예우법의 통과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시게 돼 너무나 안타깝다. 남은 우리가 배 여사의 뜻을 받들어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류봉식 광주진보연대 공동집행위원장도 "민주화운동과정에서 많은 열사분을 응원해주시고 상징적인 역할을 해주셨던 우산같은 분이었다. 배 여사의 빈자리가 클 것 같다"고 애도했다. 이어 "민주화를 위한 고인의 삶 그리고 우리들에게 보여주셨던 민주화의 열망, 약자를 향한 뜨거운 연대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도 "사적인 자리에서 만났을 당시 봤던 따뜻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대정부 관련 질문 때는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등 든든한 힘이 됐다"며 "좋은 사람들이 자꾸 떠나가니 가슴이 매우 아프다"고 애통해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성명을 통해 "1987년, 잔인한 국가폭력에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배 여사는 남은 삶을 민주화와 인권운동에 바치셨다. 전국 곳곳의 민주화운동, 인권 투쟁 현장을 찾아다니며 불의 앞에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셨고, 고통받는 약자들을 따뜻하게 품어 안으셨던 시대의 어머니였다"고 평했다.

이어 "'다시는 우리 역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들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는 배 여사의 유지를 받들어 이 땅에 정의를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를 꽃피우며 인권을 지켜내겠다. 그 길에 150만 광주시민이 함께하겠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도 성명에서 "대한민국의 우리 모두는 어머니께 너무나 큰 빚을 졌다. 이제 어머니의 뜻을 저희가 이어받아 꽃피우겠다"면서 "부디 그곳에서 아들 이한열 군을 다시 만나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시길 빈다. 민주화의 어머니의 명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광주선대위는 "민주화를 위한 고인의 삶, 그리고 우리 국민들에게 전한 민주화의 열망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보답할 수 없지만, 우리는 고인이 평생 꿈꿔왔던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조금이나마 그 뜻을 기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진보당 광주시당도 "배 여사는 고 이한열 열사 산화 뒤 34년 동안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투쟁이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함께했다.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진보 정치가 꽃피는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배 여사는 8일 퇴원했다가 다시 쓰러져 이날 오전 5시 28분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숨졌다. 배 여사의 장례는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오는 11일 광주 망월동 8묘역에 안장된다.

배 여사는 1987년 민주화운동 당시 아들인 이 열사가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진 것을 계기로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왔다. 1998년 유가족협의회장을 맡아 민주화운동보상법과 의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22일 동안 국회 앞 천막 농성을 이끌었다.

2019년엔 용산 참사 투쟁에 참여했으며 평생을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6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별세한 9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장례식장 내 빈소에 한 조문객이 분향하고 있다. 2022.01.09.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별세한 9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장례식장 내 빈소에 한 조문객이 분향하고 있다. 2022.01.0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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