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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 '나주 부채' 이역만리 대영박물관에 간 사연은?

등록 2022.01.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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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주치의 애니 엘러스가 대영박물관에 나주산 부채 기증

파리 부채박물관에서도 사라진 나주산 고급부채 접선 발견

[나주=뉴시스] 이창우 기자=명성황후 주치의였던 벙커 애니 엘러스(여·Bunker Annie Ellers·1860-1938)가 1894년 대영박물관에 기증한 나주산 부채 까치선(鵲扇) (사진=나주시천연염색재단 허북구 국장 제공) 2022.01.15 photo@newsis.com

[나주=뉴시스] 이창우 기자=명성황후 주치의였던 벙커 애니 엘러스(여·Bunker Annie Ellers·1860-1938)가 1894년 대영박물관에 기증한 나주산 부채 까치선(鵲扇) (사진=나주시천연염색재단 허북구 국장 제공) 2022.01.15 [email protected]




[나주=뉴시스] 이창우 기자 = 19세기 초까지 조선시대 최고의 부채로 극찬을 받았지만 현재 명맥이 끊겨 국내에선 찾아볼 수 없는 전남 나주(羅州)산 고급 부채가 이역만리 영국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까지 간 사연이 밝혀져 관심을 끈다.

15일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허북구 국장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의 대영박물관에 가면 조선시대 나주에서 생산된 부채 5점을 볼 수 있다.

나주부채는 7~8세기 통일신라시대 불상을 비롯해 13세기 고려청자, 조선 후기 백자, 18세기 김홍도의 '풍속도첩(風俗圖帖)' 등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나주=뉴시스] 이창우 기자=명성황후 주치의였던 벙커 애니 엘러스(여·Bunker Annie Ellers·1860-1938)가 1894년 대영박물관에 기증한 나주산 부채 태극선(太極扇) (사진=나주시천염색재단 허북구 국장 제공) 2022.01.15 photo@newsis.com

[나주=뉴시스] 이창우 기자=명성황후 주치의였던 벙커 애니 엘러스(여·Bunker Annie Ellers·1860-1938)가 1894년 대영박물관에 기증한 나주산 부채 태극선(太極扇) (사진=나주시천염색재단 허북구 국장 제공) 2022.01.15 [email protected]


대영박물관은 세계 각 문명권의 역사유물과 민속 예술품 800만점과 조선시대 부채를 다량 소장하고 있지만 생산지가 명확한 조선시대 부채는 나주산이 유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영박물관이 소장한 나주산 부채는 명성황후 주치의였던 벙커 애니 엘러스(여·Bunker Annie Ellers·1860-1938)가 1894년에 기증한 태극선(太極扇), 까치선(鵲扇), 단선(團扇)을 비롯, 일본인 오기타 에스조(Ogita Etsuzo·荻田悦造)가 기증한 곡두선(曲頭扇) 2점이다.

벙커 애니 엘러스는 명성황후 시해 후 고종 황제를 호위하면서 왕의 신변 보호에 앞장섰던 교육자이자 선교사였던 달젤 벙커(Dalzell Bunker·1853-1932)의 부인이다.

그녀는 미국 보스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온 첫 번째 여성의료 선교사로 초기 제중원 부녀과에서 의료 선교사로 일하다 명성황후의 시의가 됐다.

1888년에는 명성황후를 치료한 공로로 정2품 정경부인에 제수됐고, 정동여학당(현 정신여고)을 설립해 초대 교장을 했으며 감리교 선교사로 일했다.

당시 배재학당장직을 맡았던 그녀는 윤치호가 작사한 국가를 스코틀랜드민요 로렐라이에 맞춰 한국 최초의 애국가를 만든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나주=뉴시스] 이창우 기자= 일본인 오기타 에스조(Ogita Etsuzo·荻田造)가 1910년 대영박물관에 기증한 나주산 부채 곡두선(曲頭扇) (사진=나주시천연염색재단 허북구 국장 제공) 2022.01.15 photo@newsis.com

[나주=뉴시스] 이창우 기자= 일본인 오기타 에스조(Ogita Etsuzo·荻田造)가 1910년  대영박물관에 기증한 나주산 부채 곡두선(曲頭扇) (사진=나주시천연염색재단 허북구 국장 제공) 2022.01.15 [email protected]


나주 부채 곡두선은 일본인 오기타 에스조가 1910년 영국 셰퍼드 부시(Shepherd's Bush)에서 열린 영국-일본 전시회 때 한국과 일본 물품을 대영박물관에 기증할 때 함께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1908년 대한제국 황제 즉위 예식 기념장을 받았고, 조선총독부에서 서기관으로 근무하다 1917년부터 1919년까지 총독 관방 총무국장을 지냈다.

벙커 애니 엘러스와 오기타 에스조 두 사람은 부채의 원산지인 나주보다 조선 황실과 인연이 많았던 사람들이었다. 국내에선 사라진 희귀 나주 부채를 대영박물관에서 볼 수 있게 된 이유다.

나주 부채 연구에 매진해온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허북구 국장은 "나주부채는 과거 수백 년 동안 조선 최고의 부채라는 명성 때문에 궁궐에도 납품이 됐을 정도"라며 "두 사람이 나주 부채를 대영박물관에 기증한 것은 조선 황실에서 선물 받았거나 당시 명성을 알고 직접 구입해 기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허 국장은 이어 "대영박물관이 나주 부채를 소장하고 있다는 것은 당시 나주부채의 높은 명성과 가치를 인정했음을 엿볼 수는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허 국장은 지난 2018년 프랑스 출장을 통해 파리 부채박물관(Fan Museum in Paris)이 조선시대 만들어진 화려하고 고급스런 나주 부채 다수를 소장·전시하고 있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나주=뉴시스] 이창우 기자 = 28일 조선시대 최고의 부채로 극찬 받았지만 현재 명맥이 끊겨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전남 나주(羅州)산 고급 부채가 이역만리 프랑스 파리에서 다수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부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나주에서 제작된 접선(摺扇·접었다 폈다가 가능한 부채). 2018.05.28. (사진=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제공) lcw@newsis.com

[나주=뉴시스] 이창우 기자 = 28일 조선시대 최고의 부채로 극찬 받았지만 현재 명맥이 끊겨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전남 나주(羅州)산  고급 부채가 이역만리 프랑스 파리에서 다수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부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나주에서 제작된 접선(摺扇·접었다 폈다가 가능한 부채). 2018.05.28. (사진=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당시 발견된 나주 부채는 19세기 당시 고급품으로 분류됐던 접선(摺扇·접었다 폈다가 가능한 부채)이다.

현재는 담양이 전국 제일의 대나무의 고장이자 죽제품 산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만 19세기 초 조선시대만 해도 나주의 대나무와 죽제품 명성은 전국에서 으뜸이었던 것으로 전해져 온다.

[나주=뉴시스] 이창우 기자 = 28일 조선시대 최고의 부채로 극찬 받았지만 현재 명맥이 끊겨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전남 나주(羅州)산 고급 부채가 이역만리 프랑스 파리에서 다수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부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나주에서 제작된 접선(摺扇·접었다 폈다가 가능한 부채). 부채 세로 바깥면 마감재로 상아 잣대가 사용됐다. 2018.05.28. (사진=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제공) lcw@newsis.com

[나주=뉴시스] 이창우 기자 = 28일 조선시대 최고의 부채로 극찬 받았지만 현재 명맥이 끊겨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전남 나주(羅州)산  고급 부채가 이역만리 프랑스 파리에서 다수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부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나주에서 제작된 접선(摺扇·접었다 폈다가 가능한 부채). 부채 세로 바깥면 마감재로 상아 잣대가 사용됐다. 2018.05.28. (사진=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죽제품 중 부채에 대해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조선 후기 홍석모가 집필한 세시풍속지)에는 전주와 남평(南平·현재 나주 남평읍)에서 만든 부채가 가장 질이 좋다고 기록돼 있다.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조선 후기 학자 이규경이 쓴 백과사전 )에서도 감영(監營·조선시대 관아)과 병영(兵營·군 주둔지)에서 만든 부채 외에 나주 남평 부채가 제일이라고 평하고 있다.

나주 부채는 이 처럼 명성이 높았지만 일제 강점기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제작 기법 전수가 끊기고, 현재까지 확인된 유물이 빈약해 과거 나주에서 생산된 부채의 전체 모습을 확인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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