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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포로, 노역 배상금 못 받나…추심금 소송서 원고 패소

등록 2022.01.14 16:31:17수정 2022.01.14 17:5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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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문협 상대 추심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20년도 김정은 위원장 상대 손해배상 승소

원고 측 반발…선고 후 항소 의사 보이기도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국군포로송환위원회, 사단법인 물망초 등 변호인단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북한과 김정은 상대 2차 손해배상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한편 지난 7월 7일 탈북국군포로 2명이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2020.09.02.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국군포로송환위원회, 사단법인 물망초 등 변호인단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북한과 김정은 상대 2차 손해배상소송 제기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한편 지난 7월 7일 탈북국군포로 2명이 북한과 김정은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2020.09.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윤현성 수습기자 = 국군포로 측이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을 상대로 낸 추심금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들은 약 2년 전 북한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이번 판결로 한동안 경문협으로부터는 배상금을 받기 어렵게 됐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단독 송승용 판사는 14일 국군포로 한모·노모씨의 8500여만원 추심금 소송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송 판사는 북한이 국내법상 국가가 아닐 뿐더러 비법인 사단도 아니기 때문에 피압류 채권자로서 지위를 갖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경문협이 한모씨 등에게 북한이 지급해야 할 배상금을 변제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북한에 내부 규범은 있으나 자산에 대한 규정 등이 없어 사회주의 헌법을 사단법인 규약이라고 볼 수 없다"며 "최고 주권 기관이 직접 선거 원칙과 비밀투표로 구성되지만 사원 총회라고 볼 수 없고 총회 기구도 설치가 안 됐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의 권리 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이 없고 별도의 관습법도 없다는 점을 언급, "북한을 비법인 사단으로 볼 수 없고 피압류 채권을 가진 권리 주체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우리나라 저작권법상 저작권 사용료에 대한 책임은 저작권자 개인에게 있기 때문에 북한이 채권자 지위를 행사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송 판사는 북한에도 우리나라 저작권법 등이 적용된다고 전하면서 "북한 저작권 사무국의 법정 지위는 우리 저작권법이 정한 대리업자로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원고 측은 이날 법원의 판결에 즉각 반발, 항소할 의사를 밝혔다.

재판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연 원고 측 법률대리인인 심재왕 변호사는 "재판부가 북한에서의 저작물, 저작권자가 누구냐는 부분에 대해 우리 저작권법을 근거로 판단했다"며 "오늘 판단은 상당히 퇴행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태섭 변호사도 "저작권 사무국이 신탁자가 아니고 대리업자, 중개업자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이것도 형식에 근거해서 판단한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저작권 사무국은 남한으로부터 얻게 되는 모든 저작권료의 실질적 청구권자"라고 주장했다.

또 "사법부에서 배상하라고 판결을 했으면 집행에 대한 부담까지 민간에 지울 게 아니라 국가에서 먼저 국군포로 어르신들에게 본안 판결에 맞는 배상을 해주고 그에 따른 구상권을 북한에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 포로로 잡혔던 한모씨 등은 수년간 강제노역을 한 뒤 탈북했다. 2020년 7월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당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후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은 북한의 민사책임을 인정하면서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각각 21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북한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을 방법이 없자 사단법인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는 경문협이 우리 언론사, 출판사 등으로부터 징수한 북한 영상저작물 사용료에 대한 추심 명령을 신청했다.

법원은 국군포로 측 주장을 받아들여 경문협에 추심명령을 내렸으나 경문협이 이를 거부하자 한씨 등은 2020년 12월 서울동부지법에 추심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경문협은 법원의 추심명령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지난해 4월 기각됐다.

경문협은 재판 과정에서 조선중앙TV 등 사용에 따른 저작권료 채권자가 북한 당국이 아닌 북한 주민 개인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통일부는 경문협이 북한에 보낸 저작권료 송금 경로 등에 대한 법원의 사실조회 요청을 거부하기도 했다.

한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사장인 경문협은 2004년 남북 교류협력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다. 북한의 저작권 사무국과 계약을 맺어 국내에서 사용된 북한 영상·저작물 저작권료를 대신 징수해 북측에 송금했다.

그러나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대북 송금이 차단됐고, 경문협이 2009년 5월부터 법원에 공탁한 저작권료는 약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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