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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2집 '발라드' 내고 현재를 살 수 있게 됐어요"

등록 2022.01.2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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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1994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금상 수상자
2005년 홍대 클럽 공연 시작…2019년 1집 낸 寡作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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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주영. 2022.01.22. (사진= 맴맴뮤직무브먼트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잃어버린 것들이 내 머리 위로 / 잊혀진 것들이 내 마음으로 / 놓아버린 것들이 내 두 손으로 / 떠나간 것들이 너와 나의 사이로 펑펑 / 흩날리고 있어 / 흩날리고 있어."

눈(雪)을 이렇게 노래하는 뮤지션도 있다. 최근 펑펑 눈이 내렸을 때, 싱어송라이터 이주영의 '눈이 내린다'(Feat. 이아립)를 강아지가 눈송이 잡듯이 들었다. 주변에도 그날 이 노래만 들었다고 고백한 이들이 한두명이 아니다.

이주영이 2년 만인 최근에 발매한 정규 2집 '발라드'에 실린 곡. 이 앨범은 한국 사람이 '발라드의 민족'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발라드는 빤하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을 빤질거리게 만들어 그 빤함을 믿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주영은 단연코 선수다.

최근 망원에서 만난 이주영도 이렇게 말했다. "발라드의 대표 주자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저는 발라드 가수이고 이번 앨범은 발라드로만 채웠죠."

앨범의 9개 트랙 중 마지막 트랙인 '눈이 내린다'를 제외하고, 모두 숙성된 트랙이다. '공책과 연필과 그리운 이의 사진', '짜증이 나'는 무려 1994년에 완성한 곡이다.

1994년은 이주영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해다. 본격적으로 홍대 앞 클럽에서 공연을 시작한 해는 2005년. 그리고 정규 1집 '이주영'이 나온 때는 2019년. 2020년 '제17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후보로 올랐으니, 이 정도로 과작(寡作)의 뮤지션은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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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주영. 2022.01.22. (사진= 맴맴뮤직무브먼트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앨범을 내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연주를 하고 편곡을 해서 녹음을 해 완성본으로 만드는 게 저랑 적성이 맞지 않았다고 할까요. 저는 사운드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즉흥적으로 노래하고 연주하는 공연에 특화된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오늘 기분대로 연주하는 사람이요."

특히 이번 2집 '발라드'에 실린 곡들은 숙제처럼 짊어진 곡들이었다. 2년 전에 발매한 1집 '이주영'에 실린 곡들이 더 근래작이었다. 2005년 5월23일에 만들어진 '5월23일'처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 곡들이 2집에 겨우 들어섰다.

"2집에 실린 곡들은 버전만 100만개였어요. 하하. 조금 더 하면 더 잘 만들어질 거 같아서… 그런 식으로 과제가 됐습니다."

1집 발매가 음반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줬다면, 이번 2집을 내고서야 "현재를 살 수 있게 됐다"고 이주영은 후련해했다. "옛날 것들을 짊어지고 있으니,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였거든요. 결과물에 대해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 있지만 후련해요. 3집은 빠른 시일 내에 낼 거고, 지금의 노래들로 만들어질 겁니다."

2집의 대부분 곡들이 현재와 시차가 있지만, 그 간극이 정서를 쩔쩔매게 만들지는 않는다. 일렉트로닉 밴드 '투명'의 베이시스트 겸 프로듀서인 정현서가 공동 프로듀서로 나서 다양한 사운드를 가미해준 덕이다. 그의 객관적 시선이 이주영이 꾹꾹 눌러온 세월을 정직하고 세련되게 응시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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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주영. 2022.01.22. (사진= 맴맴뮤직무브먼트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원래 모던록으로 연주를 한 '꿈'이 일렉트로닉이 강화된 음악이 된 것이 보기다. '사월에 피는 꽃'은 12인조 스트링이 함께 해 '자본주의 타이틀'이 됐다.

섬세하게 정곡을 찌르는 노랫말도, 이주영의 2집이 시대와 동떨어지지 않았음을 상기시킨다. 예컨대 '편지'의 "감정은 언제나 위태위태하게 / 어디론가 향해 가지만 / 목적지에 도달하기도 전에" 같은 가사는 시대를 불문한다. 한편에서는 이주영을 포크 싱어송라이터로 분류하는데, 그건 가사가 중요한 포크의 성향 덕분이기도 하다.

이주영의 발라드 감성은 멀게는 하나음악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히 고찬용, 김현철 조규찬 그리고 이소라 같은 뮤지션의 노래가 그녀의 자양분이 있다. 그 가운데 김범룡의 '그 순간' 같은 독특한 비트의 노래가 있고 에코 '행복한 나를', 이기찬의 '또 한번 사랑은 가고' 같은 '노래방 발라드'로 이어진다.

이주영이 그렇다고 감정의 속살만 건드리는 발라드 가수는 아니다. 싱어송라이터 빅 베이비 드라이버(최새봄)과 결성한 프로젝트 밴드 '빅·이·슈'의 첫 번째 싱글 '사회적 합의를 위한 필수 음악'을 통해 래퍼로 나서 사회적 차별 철폐를 외치기도 했다.

1집의 제목을 셀프 타이틀 '이주영'으로 내세웠던 이주영은 "그냥 이름만 내세워 사람들이 추측하는 여러가지 편견을 깨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나이가 많은 여성도 이렇게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실험대상이 되고 싶었어요. 사회적인 매를 대신 맞아드리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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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주영. 2022.01.22. (사진= 맴맴뮤직무브먼트 제공) photo@newsis.com*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이야기를 한다는 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제가 스피커를 메고 있는 사람인 만큼 그 스피커를 제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그래서 더 유명해지고 싶다"고 바랐다.

음악이 또는 뮤지션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이주영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대신 "세상을 바꾸기보다는 옆에 있는 정도의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웃기는 콘셉트의 재밌는 영상도 소셜미디어에 많이 올려요. 잠깐이라도 웃고 위로를 받으셨으면 해서요." 그건 이주영의 노래가 가진 힘이기도 하다.

또 '눈이 내린다'를 재생한다. 사실 이주영이 히트곡을 만들겠다며, 작정한 곡이다. 듣고 있으면, 메마른 표정에 감정이 살아 나니 듣는 이들만 조금 더 많아진다면 전국구 히트곡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눈이 내린다'를 들으면서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미는 겨울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이 떠날 수도 있잖아요. 먼저 용기를 내서 한걸음 다가가세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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