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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부→'프로이트'로 변신한 오영수의 도발…연극 '라스트 세션'[이 공연Pick]

등록 2022.01.19 09:58:54수정 2022.01.19 13:4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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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사진. (사진=㈜파크컴퍼니 제공) 2022.01.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사진. (사진=㈜파크컴퍼니 제공) 2022.01.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83살의 프로이트는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 그 어떤 종교의식도 청하지 않았다. 정신분석의 창시자로 신을 믿지 않는 그의 신념을 마지막까지 지킨 것이었다. "나의 종교는 연극"이라는 78살의 노배우도 그의 소신을 지켰다. 골든 글로브의 새 역사를 쓰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지만 세간의 스포트라이트보다 지금 서 있는 무대에 오롯이 집중했다.

"난 도발적인 토론을 즐기는 거요. 지금 우리처럼."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는 냉철한 철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로 완벽 변신했다.  연극 '라스트 세션'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한 무대에서 격돌한다.

극은 프로이트의 초대로 그의 서재를 루이스가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3일, 마흔두살의 나이 차부터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까지 너무나도 다른 두 학자는 삶의 의미와 죽음, 인간의 욕망과 고통, 양심 등을 두고 한 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서울=뉴시스]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사진. (사진=㈜파크컴퍼니 제공) 2022.01.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사진. (사진=㈜파크컴퍼니 제공) 2022.01.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인터미션 없는 90분을 꽉 채우는 두 사람의 설전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장된다. 프로이트의 신념에 동조해 한때 무신론자였다가 유신론자로 돌아선 루이스의 변심의 원인부터 바깥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까지 각자의 신념을 바탕으로 때로는 목소리 높여 설득하고, 때로는 반문하며 팽팽한 대결 속 논쟁의 기술이 펼쳐진다.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말들로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지루할 틈은 없다. 그렇다고 무겁지만은 않다. 무대에선 빈틈없는 논쟁을 벌이지만, 객석에선 웃음이 자주 터져 나온다. 촘촘하게 짜인 극은 대사의 티키타카만으로 속도감있게 흐르며, 곳곳에 유머가 녹아있다. 위대한 학자들의 인간적인 면모는 웃음과 함께 연민도 안긴다.
[서울=뉴시스]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사진. (사진=㈜파크컴퍼니 제공) 2022.01.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사진. (사진=㈜파크컴퍼니 제공) 2022.01.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삶과 죽음을 논하던 이들은 공습경보 소리에 바닥에 납작 엎드리며 방독면을 서둘러 쓰고 혼비백산하며 아이러니한 모습을 발견한다. "시대를 초월하는 미스터리를 하루아침에 풀어보겠다고 생각하는 건 미친 짓"이라는 루이스의 자조적인 말에, 프로이트는 "생각을 접어버리는 게 더 미친 짓"이라고 말한다.

정답을 내리고, 서로를 꼭 설득하고 돌아서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신념을 입으로 꺼내 공유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오경택 연출은 "연극의 가장 큰 미덕은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닫힌 문이 조금 열려있을 수 있다. 관객들도 두 눈과 귀로 무대를 좇아가며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의 실타래를 조금씩 풀어나가면 그만이다.

프로이트로 분한 오영수는 딱딱한 위엄보다 유머가 있는 여유로움을 보여준다.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지성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진지하게 반박하는 루이스에게 유머로 맞받아치며 웃음을 이끌고 극을 부드럽게 매만져준다. 쉽지 않은 내용의 대사를 방대하게 쏟아내는 노장의 힘과 연륜에는 박수가 절로 나온다. 전혀 다른 캐릭터이지만, 스쳐 지나가는 '깐부 할아버지'의 잔향을 보는 재미도 있다.
[서울=뉴시스]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사진. (사진=㈜파크컴퍼니 제공) 2022.01.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사진. (사진=㈜파크컴퍼니 제공) 2022.01.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신의 존재를 주장하며 오영수(프로이트)와 맞붙는 '루이스'의 얼굴을 한 이상윤의 연기도 안정적으로 빛난다. 지난 2020년 초연에 이어 함께한 신구는 완고하고 연륜이 느껴지는 프로이트로 오영수와 번갈아 연기한다. 이번 재공연에는 오영수와 함께 전박찬이 새롭게 합류했다. 오는 3월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티오엠) 1관에서 공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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