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프로이트'로 변신한 오영수의 도발…연극 '라스트 세션'[이 공연Pick]
[서울=뉴시스]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사진. (사진=㈜파크컴퍼니 제공) 2022.01.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난 도발적인 토론을 즐기는 거요. 지금 우리처럼."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는 냉철한 철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로 완벽 변신했다. 연극 '라스트 세션'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한 무대에서 격돌한다.
극은 프로이트의 초대로 그의 서재를 루이스가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3일, 마흔두살의 나이 차부터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까지 너무나도 다른 두 학자는 삶의 의미와 죽음, 인간의 욕망과 고통, 양심 등을 두고 한 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서울=뉴시스]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사진. (사진=㈜파크컴퍼니 제공) 2022.01.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말들로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지만 지루할 틈은 없다. 그렇다고 무겁지만은 않다. 무대에선 빈틈없는 논쟁을 벌이지만, 객석에선 웃음이 자주 터져 나온다. 촘촘하게 짜인 극은 대사의 티키타카만으로 속도감있게 흐르며, 곳곳에 유머가 녹아있다. 위대한 학자들의 인간적인 면모는 웃음과 함께 연민도 안긴다.
[서울=뉴시스]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사진. (사진=㈜파크컴퍼니 제공) 2022.01.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정답을 내리고, 서로를 꼭 설득하고 돌아서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신념을 입으로 꺼내 공유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오경택 연출은 "연극의 가장 큰 미덕은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닫힌 문이 조금 열려있을 수 있다. 관객들도 두 눈과 귀로 무대를 좇아가며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의 실타래를 조금씩 풀어나가면 그만이다.
프로이트로 분한 오영수는 딱딱한 위엄보다 유머가 있는 여유로움을 보여준다.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지성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진지하게 반박하는 루이스에게 유머로 맞받아치며 웃음을 이끌고 극을 부드럽게 매만져준다. 쉽지 않은 내용의 대사를 방대하게 쏟아내는 노장의 힘과 연륜에는 박수가 절로 나온다. 전혀 다른 캐릭터이지만, 스쳐 지나가는 '깐부 할아버지'의 잔향을 보는 재미도 있다.
[서울=뉴시스]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사진. (사진=㈜파크컴퍼니 제공) 2022.01.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