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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존슨총리, 방역수칙 어긴 '파티게이트'로 조사 받아

등록 2022.01.18 08:07:35수정 2022.01.24 09:5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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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관 '수 그레이' 결론에 정계 관심 집중

보고 받을 총리가 수사 대상..존슨에 결정권?

[런던= AP/뉴시스]1월 15일자 1면에존슨총리의 불법 술파티를 보도한 영국 신문들. 이날 존슨 총리실은 필립공의 장례식 전날 저녁에 총리관저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어기고 술파티를 한 것에 대해 왕실에 사과했다. 당일 엘리자베스 여왕은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장례식에 혼자 앉아있었다.

[런던= AP/뉴시스]1월 15일자 1면에존슨총리의 불법 술파티를 보도한 영국 신문들.  이날 존슨 총리실은 필립공의 장례식 전날 저녁에 총리관저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어기고 술파티를 한 것에 대해 왕실에 사과했다.  당일 엘리자베스 여왕은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장례식에 혼자 앉아있었다. 

[서울=뉴시스] 차미례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재작년 코로나19 봉쇄 기간 총리관저 정원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한 것 때문에 총리직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수 그레이를 기다리자"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AP통신과 BBC등 언론들이 보도했다.

수 그레이는 평범한 고위 공무원이었지만 존슨 총리의 정치생명을 손에 쥔 사람으로 갑자기 관심의 표적이 되었다.  그녀의 임무는 존슨총리가 코로나19 방역수칙으로 금지된 술파티를 총리 관저에서 벌인 것에 대해 조사임무를 맡았다.
 
그레이는 이 달 말까지 2020년과 2021년에  영국이 방역으로 봉쇄령이 내려졌을 때 존슨 총리가 술파티를 벌인 사실을 조사해서 결과를 보고해야한다.  존슨 총리는 2020년 5월 20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정원에서 사적으로 열린 음주 파티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당시 존슨 총리의 비서관이 총리관저 정원 파티에 100명을 이메일로 초청했다. 파티는 '각자 마실 술을 지참'(BYON) 방식으로 열렸고 약 40명이 참석했다.

2020년 5월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반으로 영국 전역에 강력한 봉쇄령이 내려진 시기다.

존슨 총리의 행동은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켜 비난과 풍자,  욕설은 물론 야당인 노동당의원들과 여당인 보수당에서조차 사퇴요구가 나오고 있다.

존슨 총리는 12일 하원에서 열린 총리 질의응답에서 "사과하고 싶다. 전국 곳곳에서 수백만 명이 지난 18개월간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는 점을 안다"고 밝혔다고 BBC, ITV 등이 전했다.

그러나  "암묵적으로 업무상 행사라고 믿었다"고 강조하고 사무실에서 업무를 재개하기 전 직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정원에 25분 머문 것이 전부라고 주장하면서 어쨌든 위법이니 모두들 그레이의 판단을 기다려 보자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싱크탱크인 행정연구소의 알렉스 토머스 기획국장은 "그레이의 보고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총리의 행동을 해명하려는 사람들이나 탄핵하려는 사람들 모두가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부실 대응에 반복적인 방역 위반 의혹, 불법 로비 의원 감싸기, 총리관저 보수 비용 논란 등의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그레이 보고서는 그 중 가장 큰 방역위반건에 관한 조사 보고서이다.

그레이가 조사 중인 술파티 모임은 2020년5월부터 2021년 4월 사이의 12건인데 거의 다 총리 관저에서 있었던 모임이다. 그 중 한 건은 영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환자인 가족 친척의 문병조차 금지되었던 시기였다.  또 한 건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필립공의 장례식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이 교회 안에 홀로 앉아있어야 했던 시기였다.

존슨의 전 수석비서관이며 지금은 강력한 비판자가 된 도미니크 커밍스는 17일 존슨총리에게 당시 방역법 위반이라는 경고를 분명히 했는데도 총리가 의회에서 이를 부인하고 거짓말만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런던=AP/뉴시스]불법 '파티게이트'로 조사 받는 보리스 존슨 영국총리가 1월5일 의회의 주간 '총리에게 묻는다' 정례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를 나서고 있다.

[런던=AP/뉴시스]불법 '파티게이트'로 조사 받는 보리스 존슨 영국총리가 1월5일 의회의 주간 '총리에게 묻는다' 정례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를 나서고 있다. 

그레이 수사관은 이번 진상 조사에서 모든 관리들, 존슨 총리까지도 면담할 권리를 가졌다.  총리실에서는 그레이가 존슨을 조사했는지 확인해 주지않았지만 나짐 자하위 교육부장관은  존슨 총리가 스스로 조사에 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레이의 존슨 조사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보통 공무원의 모든 조사임무는 총리에게 보고해서 결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존슨 총리가 조사대상이므로 존슨이 자신의 처벌 여부를 마음대로 결정할 여지가 있다.

이번 조사는 여성조사관 한 명이 감당하기엔 정치적으로 너무 큰 사건이다.  그레이는 수십년 동안 노동당과 보수당 정권아래서 근속해온 베테랑이라고 정부 웹사이트에 약력이 소개되어 있다.  단 1980년대에는 북 아일랜드에서 술집을 경영하며 공무원 생활을 일시 중단한 적 있다.

영국 내각의 "예절과 윤리"(propriety and ethics)조사팀장으로 그레이는 그동안 장관들의 비리와 불법행위를 주로 조사해왔다.  2017년에는 당시 데미언 그린 부총리의 성적 불법행위를 조사해서 결국 해임에 이르게 한 바 있다.

그레이는 지위와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에게 굽히지않고  자신의 일을 수행해온 강직한 공무원이지만,  정부정보공개운동 시민단체들은 그레이가 정부의 비밀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비판을 해왔다. 

그레이의 이전 업무는 정부관리들의 자서전 등에서 정부 기밀이 누설되지 않도록 조사하는 일이었는데, 지금은 국민의 정보공개요청을 가로 막는 장벽으로 비판받고 있다.  하지만 그레이는 대중의 관심에 노출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존슨 총리실은 존슨이 "그레이가 조사한 사실을 받아들이겠다"고 여러 차례 천명했다고 말했지만, 그 후 존슨이 보고서에 관련해 자신에게 어떤 판정을 내릴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존슨 총리는 비슷한 공직사회 조사건에 대해 무시한 전력이 있다.  2020년 프리티파텔 내무장관이 직원들에게 갑질을 한 내용을 보고 받고도 그의 편을 든 것이다.

영국 언론들은 17일 존슨총리가 그레이보고서 내용이 자신에게 치명적일 경우에는 자기를 구하기 위해서 고급관리와 보좌관들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지만  존슨 총리의  대변인 막스 블레인은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보수당 내부와 다른 수많은 사람들은 그레이 보고서의 내용과  국민 대중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앤드루 보우이 보수당의원은 BBC에게 " 당내에서도 분노와 실망의 목소리가 높다.  아마 앞으로 몇 주일 동안 수많은 의원들이 이번 보고 결과를 두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데 고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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