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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천억 '과징금 폭탄'은 어디가고…정치권·업계 반발에 물러선 공정위

등록 2022.01.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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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해운선사 23곳 담합…962억 과징금
과징금 규모 축소…檢 고발도 면해
"정치권 입김에 제재 부담" 평가
"화이부동" 조성욱, 당위성 강조
해운법상 공동 행위 허용되지만
"절차·내용 안 지켜 제재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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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내·외 23개 해운사가 해운법상 요건을 준수하지 않으며 한국~동남아시아 항로에서 운임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 명령과 과징금 962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2022.01.18.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HMM(옛 현대상선) 등 국내·외 해운사의 운임 담합에 1000억원가량의 과징금을 물렸다. 애초 심사 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에 담았던 과징금 부과안(8000억원)의 8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금액이다. 외부에서는 공정위가 정치권 입김과 해운 업계의 반발에 한 발 물러섰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은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3개 해운사 담합 제재 브리핑을 열고 "한국~동남아시아 수출입 항로에서 총 120차례 운임을 합의한 국적 선사 12개사와 외국적 선사 11개사를 제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3개사에는 시정 명령과 과징금 962억원을 부과했다. 담합 과정에 개입한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동정협)에는 시정 명령과 과징금 1억6500만원을 내렸다.

제재 대상 국내 해운사는 HMM을 비롯해 고려해운·남성해운·동영해운·동진상선·범주해운·SM상선·장금상선·천경해운·팬오션·흥아라인·흥아해운이다. 국외 해운사는 대만 CNC·에버그린마린코퍼레이션·완하이라인스·양밍마린트랜스포트코퍼레이션, 싱가포르 시랜드머스크아시아PTE·퍼시픽인터내셔널라인스·COSCO, 홍콩 GSL·OOCL·SITC·TSL이다.

공정위는 앞서 강력한 수위의 제재를 예고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약 3년간의 조사를 마치고 해운사 23곳에 심사 보고서를 보내 국내 해운사에는 4760억~5599억원의 과징금을, 국외 해운사에는 2028억~2386억원을 부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대 금액 기준 총 7985억원이다. 일부 해운사는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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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정위는 전원회의(법 위반 기업의 제재 수위를 정하는 최고 의결 기구)를 거쳐 과징금 규모를 대폭 삭감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한~동남아 수입 항로는 담합이 미치는 범위가 제한적이라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해운업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징금 규모를 낮게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공정위가 정치권과 업계 목소리에 '봐주기'식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해운 산업은 특정 지역 경제를 떠받치고 있어 관련이 있는 국회의원 등 정치권이 초반부터 개입, 공정위의 해운 담합 사건 제재에 목소리를 냈다"면서 "업계 반발까지 더해지면서 제재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사건은 지난해 하반기 국회로까지 번진 바 있다. 공정위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와 해양수산부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맞붙은 것이다. 농해수위는 지난해 9월 해운 담합에 공정거래법 적용을 막는 해운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정무위가 이에 반발하면서 이 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해운 업계는 '해운사는 운임·선박 배치, 그 밖의 운송 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 행위를 할 수 있다'는 해운법 제29조를 내세우면서 공정위의 담합 제재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과징금이 너무 커 중소 해운사는 고사할 수 있다" "한진해운 사태처럼 이번에도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해 기업을 죽일 셈이냐"는 목소리까지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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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위원장이 같은 해 10월 정무위 국정 감사장에서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본래 뜻과 다른 제재안을 내놓게 된 것이다. 대신 브리핑 모두 발언에서 남과 어울리되 의(義)를 굽혀 좇지는 않는다는 뜻의 사자성어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언급하며 해운 담합 제재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제기했다.

브리핑에서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해운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해운법 제29조(운임 등의 협약)에서는 ▲30일 안에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신고하고 ▲신고 전 합의한 운송 조건에 대해 화주 단체와 정보를 충분히 교환하고 협의하는 경우 정당한 공동 행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23개사는 "120차례의 운임 합의는 18차례의 운임 인상 폭 결정(RR)에 포함되므로 별도로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120차례 합의와 18차례 신고는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판단했다. 120차례 합의와 18차례 신고는 내용상 운임 합의의 구체적 내용, 합의 시행일, 참가자 등 여러 측면에서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화주 단체와 충분히 협의하라는 2번째 조건도 준수하지 않았다. 23개사는 18차례 RR 신고 전 해당 내용을 단순 일회성으로 '통보'했다. 해당 문건에는 운임 인상의 구체적 근거를 적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통보한 내용과 해운사 간 합의 내용이 다르기도 했다. 운임 합의 정보를 화주 단체에 충분히 주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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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제재 수위를 대폭 낮췄음에도 반발하는 해운 업계의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한국해운협회는 공정위 제재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과 함께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해운사는 해운법 절차를 준수하며 공동 행위를 해왔는데 절차상 흠결을 빌미로 부당 공동 행위자로 낙인찍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tr8fw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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