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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공수처④]피하지 못한 '정치편향' 논란…"태생적 한계"

등록 2022.01.21 08:00:00수정 2022.01.21 0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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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공수처 1주년…비공개로 조촐한 기념 행사
12건 중 4건 '윤석열 사건'…여권 수사 침묵
이성윤 '황제조사 논란'으로 중립성 첫 타격
"입법 과정 태생적 한계…선별 입건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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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해 12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12.30. photo@newsis.com


[과천=뉴시스] 고가혜 김재환 하지현 기자 = 지난해 1월21일 권력형 범죄 척결의 특명을 받고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1일 출범 1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지난 1년은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기는커녕 눈덩이처럼 불어난 논란을 잠재우기 바빴던 한 해였다. 결국 공수처는 대내외의 비판 여론을 의식해 기념행사도 외부인사 초청 없이 처장과 차장 등 검사 28명만 모인 가운데 조촐하게 치르고, 기자간담회도 따로 열지 않기로 했다.

여러 논란들이 공수처를 괴롭혔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공수처에게 뼈 아팠던 것은 '정치 편향' 논란이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출범 당시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이 공수처 수사의 바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여권의 단독 입법으로 탄생한 조직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1년간 떨쳐내지 못하고 선별적 수사에 임하면서 끊임없이 정치 편향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 12건 중 4건이 '윤석열 수사'…이성윤 등 여권 인사 수사에는 침묵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가 지난해 접수한 2700여개의 사건 중 공제번호를 붙여 입건한 것은 모두 24건으로, 중복되는 사건별로 묶으면 12건 수준이다.

그런데 공수처는 그 12건 중 4건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전 검찰총장) 관련 사건으로 선택했다. 지난해 6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모해위증교사 수사방해 의혹, 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 부실 수사 의혹으로 윤 전 총장을 입건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에 고발사주 의혹, 10월에는 판사사찰 의혹을 각각 입건해 수사에 나선 것이다.

공수처는 다른 사건들은 길게는 수개월 동안 묵혀두면서도 고발사주 의혹은 고발장 접수 3일 만에 입건하는 등 윤 전 총장을 겨냥한 수사에는 유독 강력한 의지를 보여 왔다. 그러나 1년간 한 전 총리 사건으로 한 차례 서면조사만 했을 뿐 본격적인 수사도, 소환조사도 시도하지 못한 채 해를 넘기면서 대선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여기에 박지원 국정원장이 연루된 '제보 사주 의혹' 등 여권 인사 관련 사건은 입건 후 전혀 수사 움직임이 없다는 점도 논란을 보탰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사건의 경우 입건 6개월 만에 전 수원지검 수사팀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를 본격화했으나 대검 감찰부 진상조사에서 이 고검장의 측근이 유출자로 언급되자 공수처의 수사도 다시 조용해졌다.

한편 '이성윤 서울고검장 황제조사 논란'은 공수처의 정치 중립성에 처음으로 타격을 준 사건이었다. 공수처가 처장과 차장만 임용돼 있던 지난해 3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관련 피의자인 이 고검장을 처장 관용차로 불러와 비공식 면담을 한 뒤 면담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당시 김 처장은 "(피의자가) 피의사실에 대해 변소하고자 한다는데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장 폐쇄회로(CC)TV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비판여론이 커지자 오히려 취재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해당 기자를 상대로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서(통신영장)를 발부받아 통화내역을 살핀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도 했다. 공수처는 수사과정에서 적법하게 발부받은 것이라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함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인사는 "공수처는 CCTV가 검찰 발로 나왔다며 문제를 삼고 있는데, 그럼 이 고검장과 김 처장이 잘했다는 뜻인가. 그런 행동을 했으니 CCTV가 바깥에 나오는 것 아니겠냐"며 "공수처를 찬성했던 몇 명 안되는 법조인으로서도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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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종철 기자 = 지난 2019년 12월30일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수처법을 통과시키고 있다. 2019.12.30. jc4321@newsis.com


◆여당 발의로 단독 입법…태생적 한계 극복 못해

지난 2019년 여당의 단독 입법으로 설치된 공수처는 시작부터 여당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띠고 있었다. 심지어 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유일하게 국회를 통과한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에서 야당의 비토(거부)권을 없애는 취지의 법안 하나 뿐이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공수처법 자체가 공수처의 정치 중립성을 보장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한 법학 전문가는 "처음에는 야당이 반대하면 처장을 임명할 수 없다는 식으로 법을 만들어 놓고 다시 그것을 개정해버렸기 때문에 법 제정과 개정 과정에서부터 국민들을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했다"며 "공수처장 임명 과정의 태생적 한계라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또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그동안 검찰이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수사를 못했던 측면, 또 검사들의 내부 비리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측면 등 종합적 요소를 고려해서 출범시킨 게 공수처"라며 "현재 대선자금 수사·정경유착 비리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손도 못 대고 공소장 유출 등 경찰이 수사해도 충분한 것에 수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이 수사를 했을 때 정권이 이걸 좋아할까, 나를 임명해준 사람이 이 수사를 원할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처장으로 있으면 절대 안 된다"며 "김 처장은 본인을 임명해 준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에게 보은하기 위해서 눈치를 보는,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바라는 수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선별 입건 시스템도 편향 소지…"검사 재량 합리적으로 운영될까"
 
법조계에서는 고소·고발 사건을 자동 입건하는 검찰·경찰과 달리 공수처장이 사건을 선별 입건하는 현행 시스템 역시 수사 과정에서 편향성을 높이는 방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 처장 역시 지난해 1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정치적 중립성) 논란의 시발점은 입건"이라며 공수처장 뿐 아니라 일선 검사들도 고소·고발 사건을 검토해 입건하는 방향으로 사무규칙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역시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검찰도 피해자는 고소·고발만 하고 기소는 검사가 하게 돼 있어 사건을 한 번 걸러주고 있다. 그런데 지금 공수처는 한 단계가 아닌 두 단계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장과 검사의 재량이 합리적으로 운영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중립성에 대한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고소·고발이 각하될 사안이 아니라면 일단 접수는 하고 수사를 통해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cheerleader@newsis.com, judyh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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