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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도 시공도 속전속결…결국엔 무너져 내렸다

등록 2022.01.23 06:00:00수정 2022.01.23 07: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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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계획 접수·건축 심의·사업 승인·감리 지정·착공까지 156일
자회사 발주 공사 맡은 HDC, 23개 업체에 공정별 하도급
안전·환경 민원 387건 접수…과태료 15건, 2560만원 '불과'
착공 3년 안 돼 최고층 타설…준공 10개월 앞두고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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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권창회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현장 붕괴 사고 10일째인 20일 오후 붕괴 된 아파트 전경 모습. 2022.01.20. kch0523@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붕괴 사고가 난 광주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사업은 도심 한복판에 고층 건물을 동시에 짓는 일인데도, 각종 인·허가부터 시공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착공 이후 각종 건축 안전·환경 민원이 400건 가까이 접수됐지만 행정 처분은 27건에 그쳤으며, 제동 없는 부실 날림 공사는 준공 예정일을 10여 개월 앞두고 대형 붕괴 사고로 끝을 맺었다. 

23일 광주시·서구청 등에 따르면, 붕괴 사고가 난 서구 화정아이파크 1·2단지 주택 신축 사업자인 HDC아이앤콘스(HDC그룹 계열사)는 시행사 자격으로 지난 2018년 12월 17일 시 건축위원회에 건축 계획을 접수했다.

시 건축위는 한 차례 보류 끝에 불과 11일 뒤 회의를 다시 열어 최고층을 지상 43층으로 낮춰 사업 규모를 줄이는 조건으로 해당 건축 계획을 심의 의결했다.

사업자는 이듬해인 2019년 2월 28일 서구청에 슬그머니 아파트·오피스텔 공급 규모를 늘려 사업 계획 승인을 신청한다.

현행 법령상 광주시가 승인해야 하지만 시 사무위임조례에 규정된 '600가구 미만 주택 건설 사업 계획'에 해당, 서구청이 승인권자가 됐다.

그러나 승인 관련 31개 기관(시·구 소관부서·소방서·한국전력 등) 협의 도중 일부 보완 사항이 지적됐다. 이에 사업자는 같은 해 4월 10일 보완해 재승인을 요청했다.

닷새 뒤인 2019년 4월 15일 서구청은 사업 계획(지하 4층~지상 39층, 아파트 705가구·오피스텔 142호)을 승인한다. 용적률은 당초 536.42%에서 551.94%로 올라, 법정 상한 용적률(560%)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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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신축 현장 붕괴 사고 엿새 째인 16일 현장에서는 실종자 5명을 찾기 위한 수색·구조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화정 아이파크 1, 2단지 조감도.(사진=현대산업개발 제공) 2022.01.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업 승인 2주 뒤 발주한 공사는 모기업인 현대산업개발이 따낸다. 서구청은 2019년 5월 13일 현장 공정·안전 감독 책임을 지는 감리단에 경기 용인 소재 모 건축사무소를 선정했다. 감리단 선정은 조달청 '나라장터 시스템'을 통해 경쟁 입찰 방식으로 이뤄졌다.

시행사가 감리단 계약금 총 36억 2700만 원을 부담하지만, 형식상 서구청이 현장 공정 관리·안전 감독을 감리단에 맡기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감리단은 총괄·건축·토목·설비 등 분야별 '특급' 기술자로 구성됐다. 상주 감리는 7명, 비상주 감리는 1명이다.

수주 23일, 감리 선정 8일 만인 2019년 5월 21일 시공사 현대산업개발은 공사에 들어갔다. 건축 심의와 사업 계획 승인 단계에서 1차례씩 제동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계획 접수부터 착공까지 걸린 시간은 156일에 불과했다.

현대산업개발은 공식 하도급 계약을 맺은 총 23개 업체에 세부 공정 시공을 맡겼다. 토목 분야 4개 업체, 건축 분야 14개 업체, 기계 분야 5개 업체다.

삽을 뜨자마자 공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1·2단지 모두 터 파기에 이어 지하층(1~4층) 건축물을 짓자마자, 동마다 타워 크레인이 설치돼 거의 비슷한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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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가 난 2단지와 인접한 1단지 현장에서 2020년 12월~지난해 1월 사이 눈발 날리는 궂은 날씨 속 콘크리트 타설 강행하는 모습. (사진=독자 제공) 2022.01.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콘크리트 양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름 장마철·겨울 혹한기를 가리지 않았고, 이른 아침과 심야 시간대 사용할 수 없는 특수 중장비는 끊임없이 돌아갔다.

건축물 안전, 환경(소음·비산 먼지), 도로 파손 등 서구청에 접수된 민원만 387건에 달했지만, 행정 처분은 미미했다. 공사 현장 관련 안전 민원은 8건이었지만 '안전망 설치', '감리 품질 점검' 등 시정 조치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환경 민원 324건 중 행정 처분이 내려진 것은 27차례에 불과하다. 접수된 모든 민원 중 과태료 부과 건수는 총 15건이다.구체적으로 ▲공사장 생활 소음 규제기준 초과(9회) ▲특정 공사 작업 시간 미준수(5회) ▲비산먼지 저감 시설·조치 부적합(2회) ▲폐기물 부적정 보관(1회) 등이었다. 납부 과태료 총액은 2560만 원이다.

상층부 35~39층을 짓던 지난해 12월에는 충분한 양생 기간을 두지 않고 6~7일 만에 1층씩 타설했다.

착공 960여 일 만에 꼭대기 층 골조 공사가 시작됐지만,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께 201동 39층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슬래브와 구조물 등이 무너져 내렸다.

제대로 된 제동 장치 하나 없이 '속도전' 공사가 진행된 현장은 결국 대형 붕괴 사고가 나서야 멈췄다. 공정률은 62%였고 당초 준공 예정일은 올해 11월 30일이었다.
               
붕괴 사고 13일째인 이날까지 1명이 다치고 6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6명 중 1명은 지하 1층 계단 난간에서 수습됐으나 숨졌고, 5명은 실종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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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12일째인 22일 오후 구조당국 등이 고층에 있는 갱폼(거푸집)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공사 자재가  추락하고 있다. 2022.01.22. hgryu77@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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