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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건강신호등]방치하면 큰 병이 되는 직무스트레스

등록 2022.01.24 12:00:00수정 2022.02.07 10: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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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이화건강검진센터장)

오래 전 어느 사업장에 가서 업무를 마치고 나오는데 배웅하던 총무과장이 잠깐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그 때 내가 했던 업무는 보건관리대행이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50인 이상 기업에 대해서 근로자건강관리를 위해 의사, 간호사 산업위생사 등의 전문인력으로 보건관리자를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50인~299인 규모의 중소기업에서는 이러한 전문 인력을 자체고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병원 등 보건관리 전문기관에 위탁을 하고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그 회사는 당시 병원과 보건관리위탁 계약을 체결한 100여개 사업장 중 하나였고, 그는 우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질문은 본인의 건강문제에 대한 것이었다. 속이 너무 쓰리고 아프다, 잠이 오지 않는다.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등 여러 증상을 호소하였다.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것을 그제야 발견했다. 평소 워낙 차분하고 매사에 조심스러운 분이기도 하고 회사의 ‘근로자건강관리’를 책임지는 분이라 그 분의 건강관리에 대해서는 마음을 쓰지 못했던 것이다. 그 회사는 노사갈등이 심한 상황이었고, 총무과장은 중간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그게 몸과 마음의 증상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였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되어 빠른 시일내 전문과 진료를 보러 가라고 이야기하였다. 문제는 워낙 외진 곳에 있는 공장이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만나려면 승용차로 1시 반 이상을 가야 하는데, 중소기업 총무과장이란 병원 갈 시간을 내기도 어려울 정도로 바쁜 직업이라는 점이었다. 그날 내가 했던 말이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고 그의 얼굴도 이젠 흐릿해졌지만, 해가 뉘엿뉘엿 지는 공장의 주차장에서 서서 대화를 나누던 상황은 지금도 또렷하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만약 그 날 이후 ‘내가, 혹은 우리 간호사가 그에게 전화라도 한 번 더 해서 병원에 갔는지 물어보고 고충상담을 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그 뒤로 건강검진을 하거나 사업장에서 건강상담을 할 때 우울증상을 사람을 만날 때는 더 집중하게 되었다.  건강검진을 할 때 우울증상에 대한 선별검사를 하고 있다. 국가건강검진에서 모든 대상자에게 10년에 한 번 실시하도록 하고 있는 우울증상 설문검사이다.

문진을 할 때 여러 항목에 심하다고 증상을 표시한 사람을 만날 때는 조심스럽다. 짧은 문진시간에 필요한 내용을 확인하고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 발생한 심각한 증상이고 무 대책인 경우, 즉 의학적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는 집중해서 상담을 한다. 경험적으로 대학병원을 찾아서 국가건강검진을 하러 오는, 건강관리에 적극적인 개인 수검자들에서 우울증상 유병률은 높은 편은 아니다.

직장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출장검진을 가서 문진을 하다보면 우울증상 호소자가 유난히 많은 사업장이 있다. 전체적으로 직무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곳은 검진을 시작하고 한 시간쯤 지나면 감이 오곤 한다. 입사, 부서전환 등 새로운 상황에 대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흔하지만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증상이 호전되는 경향을 보인다. 어린 자녀나 거동불편 노인 등 돌보아야 할 가족이 있는 경우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경우, 특히 직장에서의 책임도 무겁거나 근무시간이 긴 경우는 상황이 금방 변화되기 어렵기 때문에 개인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가족들과 의논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부부지간이라도 서로 바쁘게 일하다보면 대화할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부인이나 남편이 힘들까봐 자신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못하는 경우가 꽤 많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게 괜한 소리가 아니다. 힘들면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잊고 내가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고 참다가 큰 병이 되는 분들이 많다. 가족, 친구들과 대화나 심리상담 등을 두려워하지 말자.

문제는 결원으로 인해 과중한 업무를 떠맡고 있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 지나친 성과 압박 등으로 인한 조직적인 문제로 인한 만성 스트레스 상황이다. ‘스트레스는 누구나 받는 것이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스트레스란 생물학적으로는 외부의 자극에 대하여 인체의 교감신경을 흥분되는 상황을 말하고 어떤 스트레스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면 시험전의 가벼운 긴장이나 첫 데이트를 앞둔 흥분상태 같은 것들이다.  어떤 스트레스는, 특히 장기간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직무스트레스는 주 5일 40시간이상 쉼 없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관리되지 못하고 장기간 방치되는 직무스트레스는 뇌심혈관질환, 우울증의 문제를 야기하며, 이는 산업재해가 될 수 있다. 2020년 산재보상통계에서 뇌심혈관질환 사망자는 463명, 정신질환 사망(아마도 정신적 이상상태에서 발생한 자살)은 61명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 669조에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애 예방조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 법에서 직무스트레스는 ‘장시간 근로, 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작업, 차량운전 및 정밀기계 조작작업 등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로 정의된다.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은 예방할 수 있는 문제이다. 사업주가 직무스트레스요인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장시간 노동, 야간노동 등 직무스트레스요인을 적극적인 관리를 한다면 일차 예방이 가능하다. 이러한 변화는 쉽지 않다. 사업주 자신은 경영에 대한 무거운 책임 속에서, 관리자들은 경영방침과 노동자들의 요구 사이에서, 노동자들은 업무요구도가 높고 자율성은 낮은 상태에서 각각의 이유로 스트레스의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관리감독자들을 대상으로 직무스트레스 예방교육을 하러 갔다가 피로와 긴장이 가득한 얼굴들을 보고, 이 사람들이 직무스트레스에 대하여 올바르게 이해하고 자신의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타인에 대한 책임을 이야기하는 게 의미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 두 번 한 게 아니다.

장기간의 코로나 감염 유행으로 인한 사회전체적인 우울감의 증가 속에서 직무스트레스의 건강영향도 증폭되고 있다. 직무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가 관리하는 만큼 그 부정적 예방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1월25일은 이화건강검진센터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직업성 질병 예방 온라인 세미나를 하는 날이다.  일터에서 노동자들의 직업성 질병으로 인한 불행한 죽음 막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해보는 자리에서 뵙기를 청한다. (온라인 세미나 사전신청 링크 https://bit.ly/중대재해법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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