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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왕좌의 게임'...TSMC 독주 체제 무너질까

등록 2022.01.24 16: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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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24조원 추가 베팅…업계 대규모 설비 투자 행렬

'TSMC-삼성-인텔' 3강 체제 부상 가능성 업계 주목

파운드리 수요 둔화된다면 공격적 투자 '부메랑' 될 듯

파운드리 '왕좌의 게임'...TSMC 독주 체제 무너질까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계에 대규모 설비 투자 행렬이 이어지면서 업계 판도 변화 가능성이 주목 받고 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의 TSMC가 시장의 약 절반을 차지한 가운데, 2위 삼성전자가 추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인텔이 참전을 선언했다.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 속에 파운드리 시장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자 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TSMC의 독주 체제가 단시간 내 무너지지 않겠지만, '왕좌'를 노리는 삼성전자와 인텔의 투자가 이어지면서 한층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5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연초부터 파운드리 업계는 대규모 투자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인텔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에 200억달러(약 24조원)를 투입해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지난해 9월에도 애리조나주에 2개의 공장을 착공했다. 이번에 짓는 새 공장은 올해 말 착공해 오는 2025년 양산이 목표다. 인텔은 향후 10년 동안 투자 규모는 1000억달러(약 12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TSMC도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440억달러(52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투자 규모인 300억달러보다 대폭 늘었다.

삼성전자도 이에 추가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0조원을 투입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제2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4년 하반기 양산이 목표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국내에서도 경기 평택캠퍼스 3번째 반도체 생산라인 P3 공장이 올해 완공되며, 앞으로 P4부터 P6까지 생산라인도 속속 증설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분야 투자 금액이 4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일각에서는 인텔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파운드리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시장의 경쟁 구도가 급격한 변화를 맞이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대만 TSMC의 시장 점유율은 53.1%에 달한다.

이어 삼성전자가 17.1%로 나타나 격차가 큰 상황이다.

이 같은 차이는 업체간 기술력의 격차라기보다는 업력에서 오는 것으로 해석된다. TSMC는 구형 범용 제품(28나노미터)부터 최첨단 반도체(5나노 이하)까지 전방위적인 생산 라인을 갖추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첨단 제품 생산에 특화돼 있다. 사실상 후발주자라는 특성 탓이라는 분석이다. 또 TSMC가 애플 등 고객사와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다져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발주자가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패권을 주도하기 위해 인텔이나 애플 등 자국 내 기업과 협력을 모색 중인 점을 감안하면 인텔이 TSMC, 삼성전자에 이어 '3강'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인텔도 마찬가지로 단시일 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연구원 김양팽 연구원은 "위탁받아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파운드리 산업의 특성상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고객사와의 관계는 물론 생산능력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인텔이 선두 업체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이 파운드리 생태계에 진입하더라도 우선은 그동안 TSMC나 삼성전자 등에 위탁 생산을 맡겨왔던 제품을 자체 생산부터가 급선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앞서 D램 업계에서 벌어진 '치킨게임'과 같은 상황을 우려하기도 한다. D램 업체는 1995년 20여 곳에 달했으나 2차례 출혈 경쟁을 벌인 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빅3로 재편됐다. 사실상 모두 후발 업체만 살아 남았다. 다만 파운드리 산업은 D램 산업과 달리 수주 산업이기 때문에 경우가 다르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또 파운드리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중에는 선두 업체와 후발 업체간 격차를 좁히기가 더욱더 쉽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선두 업체가 오히려 자금력이나 고객 관계 등에서 앞서 있어 신규 투자나 고객 확보에 더 유리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다만 김 연구원은 TSMC 독주 체제도 영원할 수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파운드리 시장에 수요가 둔화되는 등 겨울이 찾아올 때 시장 판도의 변화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 때는 누가 어떻게 살아남느냐의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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