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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보 설치·동바리 철거 탓에 아파트 무너진 듯"(종합)

등록 2022.01.25 12:21:06수정 2022.01.25 13: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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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PIT층 높·낮이 다른 39층 동쪽 바닥슬라브 아래 '역보' 설치
무근 콘크리트 소재, 상당한 하중…구조 계산 상 문제 의심
최상층 바닥 타설 앞서 PIT·38·37층 동바리 조기 철거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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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1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건설현장, 공사 중에 외벽이 무너져 내려 내부 철골구조물 등이 드러나 있다. 현재 6명이 소재불명 상태이지만 구조물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수색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2022.01.12. sdhdream@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 HDC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충분한 구조 계산 없이 설치된 콘크리트 받침대(역보)와 임시 지지대(동바리) 무단 철거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높이 차이가 발생한 철근이 없는 콘크리트로 만든 '역보'의 하중이 붕괴에 무리를 준 데다가, 현대산업개발 측 지시로 표준시방서 등에 어긋난 동바리 조기 철거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는 25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화정아이파크 무너진 201동 건물 내 39층 동쪽 바닥 슬라브는 높이 차가 있어 일반적인 수직 하중 지지대가 아닌 콘크리트 구조물인 '역보'가 사용됐다고 밝혔다.

최상층 바로 아래에 위치한 PIT층(배관 등이 설치된 설비층)의 높이는 1.5m다.

다만 주민 공용 화단 등이 설치될 동쪽 구역은 35~60㎝ 더 낮아지도록 설계됐다. 한 차례 구조 변경 승인을 거쳐 두께가 35㎝로 변경된 PIT층 천장 슬라브를 감안하면, 동쪽 구역 PIT층 높이는 55~100㎝까지 낮아진다.

이처럼 높이가 낮아지자, 동바리 등 수직 지지대를 설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골조 공정 하청사는 콘크리트로만 만든 받침대 구조물인 '역보'를 동쪽 PIT층 내에 설치해 타설 공정이 진행되는 39층 바닥 슬래브를 지탱키로 했다.

수사본부는 이 같은 구조물 반입·설치에는 시공사와 감리단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역보는 철근이 들어가지 않아, 구조물이 아닌 만큼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하는 공법상 변화는 아니지만, 시공을 마친 뒤에도 철거할 수 없다. 수사본부는 이를 번거로운 설계 변경 승인 절차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붕괴 현장에 설치된 역보는 정확한 계측이 필요하지만, 콘크리트 덩어리인 만큼 무게가 상당하다고 수사본부는 말했다.

다른 중앙·서쪽 39층 바닥 슬라브 타설 중 PIT층에 설치된 헛보·데크 플레이트(아연 도금 철재 바닥 판), 동바리 등은 붕괴 이후에도 구조물이 건재하다. 이를 근거로 수사본부는 '역보' 자체 하중이 건축물에 무리를 줘 연쇄 붕괴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역보를 설치하기 앞서 충분한 구조 계산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향후 수사 과제로 남았다.

역보 자체가 39층 타설 공정 중 수직 하중을 버티지 못하고 깨진 것인지, 역보를 받치고 있던 PIT층 바닥 슬라브가 먼저 무너졌는지에 대해서도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정확한 붕괴 경위를 밝혀야 할 것으로 본다고 수사본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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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12일째인 22일 오전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가 취재진에게 공개한 아파트 201동 최상층인 39층 아래 PIT층(설비 등 각종 배관이 지나가는 층)의 모습. 지난 11일 오후 3시 46분께 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 201동 39층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슬래브와 외벽 등이 무너져 내리면서 하청 노동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공동취재사진) 2022.01.22. photo@newsis.com



또 39층 콘크리트 타설 공정 중 아래 3개층(PIT·38·37층)에 설치됐어야 할 동바리가 조기 철거된 점도 붕괴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현재까지 붕괴 당일인 지난 11일 39층 바닥 슬라브 타설 공사가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아래층인 PIT층(배관 등 설비 층), 38층, 37층에는 수직 하중을 버텨낼 동바리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29일 36층과 37층은 동바리가 제거됐다. 이틀 뒤 제거된 동바리는 크레인을 통해 지상으로 하역까지 마쳤다.

38층에 설치됐던 동바리는 지난 8일 해체해 같은 날 지상으로 내려졌다. 이후 39층 콘크리트 타설 때 다시 동바리를 건물 내로 반입, 설치해야 하는 데 이러한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건설기준센터 표준 시방서 상 '거푸집·동바리 일반사항'에는 30층 이상 아파트를 지을 때 콘크리트 타설 공정이 진행되는 층 아래 3개 층은 동바리 등 지지대를 받치도록 돼 있다. 현대산업개발 시공 지침에도 같은 내용이 명기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개 층 동바리를 미리 제거한 것이 붕괴 사고의 치명적 원인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수사본부는 설명했다.

건축 구조 공학 전문가들은 PIT층(높이 1~1.5m)도 1개 층으로 보고 있다. 36~38층, PIT층 등 4개 층에 동바리가 없었던 것으로 봐야하는 만큼, 수사본부는 이를 표준 시방서에 어긋난 시공 방식으로 판단했다.

동바리 제거 이유에 대해서는 "현대산업개발과 골조 공정을 도맡은 전문건설 하청사의 이해 관계가 맞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사 기간에 쫓기는 현대산업개발은 벽돌 쌓기, 창호 설치 등 내부 골조 공사를 위해 동바리를 미리 빼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골조 하청사도 크레인 하역 지원을 받아 인력으로 동바리를 내렸다가 다시 위로 올려 옮겨야 하는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청사 관계자는 경찰에 "시공사 현대산업개발 소속 직원 2공구 현장 담당 A씨의 지시로 동바리를 철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본부는 '역보' 하중 계산 상 오류 가능성, 동바리 조기 철거 경위 등 붕괴 원인과 관련해 다각적인 수사를 벌인다.

한편 사고 현장에서는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 201동 39층 옥상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슬래브 등이 무너져 내려 붕괴 15일째인 현재까지 5명이 실종된 상태다. 지하 1층 난간 사이에서 발견됐던 실종자 1명은 사고 나흘 만에 구조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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