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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300]바라는 거 없어요, 웃다 가세요

등록 2022.01.27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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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1월 4주차 개봉 영화 및 최신 영화에 대한 간단평을 300자 분량으로 정리했다.

◆가장 어려운 미션…해적:도깨비 깃발(1월26일 개봉)

'해적:도깨비 깃발'에 대한 가장 생산적이지 못한 비판은 이런 것들이다. 어디서 많이 본 캐릭터가 나온다거나 스토리에 개연성이 크게 부족하다거나 액션 장면 역시 평범한 수준이라는 지적 같은 거 말이다. 애초에 시도할 생각이 없던 것들을 왜 하지 않았냐고 따지고 드는 건 허무한 일이다. 그렇다면 '해적:도깨비 깃발'은 러닝 타임 2시간을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데 모두 쓴다. 그렇다면 판단 기준은 하나다. 웃기냐 안 웃기냐. 이 영화는 아마도 합격과 불합격 사이에 있는 것 같다. 빵빵 터지지 않고 피식대게 만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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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꾸 싱겁지?…킹메이커(1월26일 개봉)

정치 영화보다 현실 정치가 더 영화 같다는 것. 문제는 이거다. 이 영화가 그리는 것 중 하나인 '금권(金權) 선거'나 '뇌물 줬다 뺏기' 같은 정치 공작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선판과 비교하면 평범하기만 하다. 우리가 최근 매일같이 본 뉴스는 '김건희 녹취록'과 '형수 욕설' 그리고 '무속 논란'과 '대장동 비리 의혹'이었다. 어떤 게 더 자극적인가. '킹메이커'가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개봉하는 건 오히려 이 영화엔 악재가 아닐까. 물론 설경구·이선균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다. 변성현 감독의 연출도 대체로 매끈하다. 그러니까 문제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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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제2의 전태일…미싱타는 여자들(상영 중)

평화시장엔 전태일만 있었던 게 아니다. 그곳엔 여성 노동자가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는 이렇게 얘기한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은 물론 위대하지만 전태일만큼이나 노동자 권리 보장을 외친 여성들이 있었다. 다만 그들은 아직 살아있고 기억되지 못할 뿐이다. 이 여성 노동자는 우리 사회 최약자였다. 집 안에선 차별받았고, 집 밖에선 학대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너무 어렸다. 그런데도 그 여성 노동자들은 그들의 권리를 위해 기꺼이 몸을 던졌다. 이 여성들이 이제서야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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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배우 레이디 가가…하우스 오브 구찌(1월12일 개봉)

'하우스 오브 구찌'를 봐야 하는 단 한 가지 이유를 꼽는다면 역시 레이디 가가다. 그가 '파트리치아' 역을 위해 체중을 불리고 이탈리아 억양을 선보이는 게 신기해서가 아니다. 욕망을 주체할 수 없어 안절부절 못하는 한 인간의 불안이 그의 얼굴에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그리는 그 모든 사건은 결국 'GUCCI'라는 이름 하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닌가. 다만 이 영화는 '마우리치오 구찌 청부살인사건' '구찌 없는 구찌'라는 흥미로운 이야기 두 가지를 함께 그려나가는데도 어딘가 맥이 빠진 듯한 느낌을 준다. 감독이 리들리 스콧이라는 걸 알면 그 실망감은 조금 더 커진다. 그래도 기대할 만한 건 최근 수년 간 국내 명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명품에 관한 영화에도 구미가 당길 관객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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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맛, 멜팅 팟…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월12일 개봉)

뉴욕, 밑바닥 인생, 사랑, 원수, 폭력, 죽음, 화해, 용서. 여기에 노래와 춤을 갖다붙이고, 인종·계층 문제와 소통과 화합이라는 메시지까지 넣었다. 미국이 멜팅 팟(Melting Pot) 사회라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멜팅 팟 영화다. 이것 저것 다 들어있고, 굉장히 미국적이기까지 하다. 말하자면 관객이 좋아할 만한 게 이 작품에 다 있다는 것이다. 뻔한 얘기 아니냐고? 아는 맛이 더 무서운 법이다. 그런데 이 영화 너무 길다. 뮤지컬 특유의 성긴 스토리를 더 늘여놨으니 지루해 할 관객이 꽤나 있을 것이다. 한국 관객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어떤 향수도 없다. 미국에서처럼 흥행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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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은 매력적이지만…경관의 피(상영 중)

비리 경찰, 잠입 수사, 신념이 다른 두 파트너, 사이코패스 재벌 2세 같은 키워드는 형사영화의 클리셰다. '경관의 피'는 이런 전형적 설정을 다 갖다 붙여 만든 작품이다. 그게 불만이라는 게 아니다. 어차피 형사영화의 성패는 수없이 많은 레퍼런스를 어떻게 조합하느냐, 또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있지 않나. '경관의 피'는 뻔한 이야기의 빈 곳을 배우의 매력으로 채운다. 배우 조진웅의 존재감이 꽤나 압도적이고, 그가 연기하는 '박강윤'이라는 캐릭터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다만 좋은 캐릭터 하나만으로는 영화 한 편을 감당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자꾸만 '투캅스'나 '트레이닝 데이' 같은 영화가 떠오르는 것도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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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이 전부라면…고요의 바다(넷플릭스 공개)

'고요의 바다'가 내세우는 '한국형 SF시리즈'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고요의 바다'를 SF물로 분류할 수 있기는 한 걸까. 이 작품이 이전에 한국 영화·드라마 시장에서 시도하지 않은 우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으며, 이를 매우 독특한 소재로 풀어냈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형'이라는 말은 그 의미가 불분명한데다가 과학적 오류가 과하게 많아 SF라는 말을 붙이기도 민망하다. 단편영화를 8부작으로 무리하게 늘리다보니 전개 속도가 지지부진하기도 하다(이건 전개 속도가 느린 것과는 아예 다른 얘기다). 도전은 그것 자체로 칭찬받을 일이지,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를 높여줄 수 없다. 이제 '한국 OO 치고는 잘했다'는 말은 촌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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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걸작…드라이브 마이 카(극장 상영 중)

하마구치 류스케는 현재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일본 감독이다. 그는 올해 '우연과 상상'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드라이브 마이 카'로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 현재 일본 영화계 최전선에 있는 예술가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번에 개봉하는 '드라이브 마이 카'를 챙겨봐야 한다. 이 긴 영화는 겉으로 보기엔 조용하기만 하다. 하지만 러닝 타임 3시간을 다 견디고 나면 눈으로 보지 못한 화염을 분명 느낄 수 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하마구치는 오래 전 딸을 잃고 이젠 아내마저 떠나보낸 한 남자의 침묵 속에서 그 길을 들여다본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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