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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폭락이 서브프라임 경제 공황 상기시킨다

등록 2022.01.29 16:09:45수정 2022.01.29 16: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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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 수상 폴 크루그먼 NYT 칼럼서 지적

존재 가치 이해 안되는데 가난한 사람들 주로 투자

거품 붕괴하면 이들이 주로 피해보게 될 것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4300만 원대의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비트코인 외 이더리움, 에이다, 솔라나 등도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2.01.27.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4300만 원대의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비트코인 외 이더리움, 에이다, 솔라나 등도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2.01.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 27일자(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암호화폐가 2008년의 서프라임 사태를 연상시킨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의 칼럼 요약이다.

주식시장이 제대로된 경제가 아니라면 않는다면 비트코인은 정말, 정말 경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암호화폐는 큰 자산(이며 구매자들에게  큰 자본 이득을 안겼다)이다. 지난해 가을 현재 암호화폐 총 시장가치가 거의 3조달러(약 3635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가격이 급락해 약 1조3000억달러(약 1575조원)의 시장가치가 사라졌다. 27일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1월 최고치의 거의 절반이다. 이로 인해 누가 손해를 봤고 경제에는 어떤 악영향을 미칠까?

2000년대 서브프라임 위기의 불편한 기억이 떠오른다. 물론 암호화폐가 금융시스템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큰 돈이 아니다. 그러나 암호화폐의 위험이 자기가 어떤 곳에 발을 들였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있고 그들은 하락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모른다.

암호화폐가 도대체 무엇인가? 애플 페이, 구글 페이, 벤모 등 디지털 지불방식은 많다. 그러나 주류 지불방식은 은행 등 제3자가 지불하는 사람이 돈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증한다. 암호화폐는 복잡한 프로그래밍을 통해 이같은 제3자가 필요하지 않아도 좋도록 만들었다.

암호화폐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암호화폐의 필요성을 부정하며 암호화폐가 다른 방식으로 쉽게 할 수 있는 걸 비싸게 처리하는 괴상한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비트코인이 등장한 지 13년이 지나도록 관련법이 거의 없는 이유다. 이런 주장에 대한 반박은 불완전한 말의 성찬이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게 내 경험이다.

엘살바도르가 몇 개월 전 비트코인을 법적 화폐로 채택한 것이 지지자들을 자극했다. 기존 화폐를 사용해 해외송금하면 높은 송금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암호화폐는 그렇지 않다. 미래지향적이라는 느낌을 주면서 정부가 내 예금을 한 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다는 금본위제 회의론에 호소한다. 지금까지 벌어들인 엄청난 이익이 이들 금본위제 회의론에 빠진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왔다. 결국 암호화폐는 아무도 합당한 근거가 무엇인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데도 대규모 자산이 됐다.

그런 암호화폐가 폭락했다. 다시 오르거나 새 고점을 형성할 수도 있다. 예전에도 그랬으니까. 그러나 현재로선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누가 손해를 본 것인가?

앞서 말했듯이 15년전 서브프라임 위기의 메아리가 울린다.

암호화폐가 경제 전반에 위기를 조성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기엔 세상이 너무 크다. 1조3000억달러 정도의 손실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에 불과하며 주택 가격 거품이 붕괴했을 때의 충격보다는 작을 것이다. 대불황을 초래한 주택 건설 침체와 비교할 때 경제적으로 미미하다.

그런데도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 누가 피해를 보는가?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주식과 같은 여타 위험 자산 투자자들과 다르다. 주식 투자자들은 대부분 대학교육을 받은 백인들이다. NORC의 조사에 따르면 암호화폐 투자자의 44%가 비백인이며 55%는 대학졸업자가 아니다. 이는 암호화폐 투자가 소수자 그룹과 노동자들 사이에 크게 인기가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NORC는 "암호화폐가 다양한 투자자들에게 투자기회를 제공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도 마찬가지로 칭찬을 받았던 일이 떠오른다. 당시에도 집없는 사람들이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결국 돈을 빌렸던 사람들 다수가 어떤 일에 발을 들였는지 모른다는 것이 드러났다. 홀로 금융위험을 경고했던 것으로 유명한 연방준비기금 당국자 네트 그램리치는 당시 "위험성이 가장 큰 대출 상품을 시장을 가장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파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질문이 곧 답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거품이 꺼지면서 주택소유율이 크게 떨어졌다.

펀더멘탈과 무관하게 가격 급등락이 심한 암호화폐도 위험성이 그만큼 크다.

암호화폐가 자금 세탁이나 세금 포탈 이외에 어떤 용도가 있는지를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큰 그림을 놓치고 있다. (사용가치는 없지만)  비트코인과 기타 암호화폐들의 가치 상승은 거품보다 심한 것일지 모른다. 과거에 돈을 번 사람이 있다는 한가지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투자에 나선다. 물론 회의론자들에 맞서 투자한다고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이 옳은 것으로 판명이 났을 때 손실을 감당할 수 있고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이 투자자가 돼야 한다.

불행하게도 지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내 생각에 당국이 서브프라임 때와 똑같은 실수를 하고 있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금융상품으로부터 대중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결과 수많은 어려운 가정들이 대가를 치러야 할 지 모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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