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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전 지연에 재래식 무기 의존…"향후 72시간 사상자 증가"

등록 2022.02.28 11:33:23수정 2022.02.28 11: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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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미사일 고갈되도록 우위 확보 실패

"앞으로 72시간 안에 사상자 급증할 것"

우크라 정부 키예프 사수 여부가 분수령

[이반키우=AP/뉴시스] 막사 테크놀러지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이반키우 북동쪽에서 연료, 물류, 장갑차 등 러시아 지상군의 차량이 키예프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행렬은 길이가 5㎞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02.28.

[이반키우=AP/뉴시스] 막사 테크놀러지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이반키우 북동쪽에서 연료, 물류, 장갑차 등 러시아 지상군의 차량이 키예프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행렬은 길이가 5㎞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02.2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는 당초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조기에 종결하려 했지만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으로 전쟁이 길어지면서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됐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2012년부터 러시아군 현대화를 진두지휘해온 발레리 게라시모프 장군의 노력이 처음으로 제대로 평가되는 계기지만 러시아군은 아직 우크라이나 도시 한 곳도 점령하지 못했으며 우크라이나의 공군력과 대공방어망도 일부가 아직 유지되고 있다.

서방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침공이 개전 초기 대규모 미사일 공격과 우크라이나 수도 진격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정부를 쉽게 붕괴시킨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지만 예상치 않은 강력한 저항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주변에 포진한 러시아군의 3분의 1이 아직 투입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이들 군대를 투입해 빠른 시일 안에 젤렌스키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려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압도적인 화력을 집중 투입하면 사상자도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반발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전쟁에 이긴 뒤라도 러시아가 영향력을 갖는 걸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러시아는 개전 이래 지금까지 320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벨라루스에 포진한 지상군이 키예프 30km 인근까지 진출했다. 크림 반도 주둔군과 아조프해 상륙부대도 빠르게 북상중이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는 초기와 달리 다연장 로켓 등 보다 강력한 재래식화력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키예프 북동쪽 150km 떨어진 체르니히우시를 공격하면서 사용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호주 예비역 중장 밀 라이언은 러시아가 현재까지 고정밀 무기가 고갈될 때까지 결정적인 승기를 잡지 못하면서 "정확도가 떨어져 민간 사상자를 많이 발생시킬 수 있는 구식 무기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72시간 동안 전투로 인한 사상자가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분석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방식은 그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과 맞설 때 취하는 대규모 재래식 화력과 핵사용을 동시에 위협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러시아군은 2000년까지 지속된 체첸반군과의 전투와 8년 뒤 조지아 침공을 겪으면서 크게 발전했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때는 거의 총 한 방 쏘지도 않고 승리했으며 같은 해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반군도 지원하고 나섰다. 2015년 시리아에 개입했을 땐 공군력과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들 소규모 전투 경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다라 매시코트 랜드연구소 러시아군 전문가는 "우크라이나 침공 정도로 대규모 군사력을 동원하면 러시아군에 내재한 전투능력 문제기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크게 취약했던 우크라이나군의 능력이 러시아 침공 이후 빠르게 보완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주 늦게까지도 예비군 총동원령을 내리지 않아 일부 부대가 방위위치로 이동하는 것을 지연시켰다. 미국의 대 우크라이나 정책도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매우 신중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에서야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가 우크라이나에 스팅어 대공 미사일을 지원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후 미국은 직접 지대공 미사일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무기를 우크라이나군에 전달하고 훈련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미국은 아직도 지대함 미사일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이동에 대한 미국과 영국의 정보지원 덕을 크게 보고 있다. 대공방어시스템을 재빨리 이동시키고 꺼둠으로써 러시아의 공격을 회피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러시아는 아직도 확실한 대공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미 고위군사당국자는 27일 러시아가 진격 속도가 늦어져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전략과 전술을 수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료와 보급을 개선해 전투 지속 능력을 강화했으며 곧 이 문제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영국의 전략국제연구소(IISS) 안보 및 군사 문제 선임 연구원 제임스 해커트는 러시아가 여전히 병력과 장비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교량을 파괴한 우크라이나군이 방어태세를 갖출 시간을 벌었기 때문에 진격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예프를 사수하고 장기적으로 일종의 게릴라전을 수행할 수 있느냐에 따라 국면이 바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영국 왕립합동국방안보연구소(RUSI)의 지상전 전문가 잭 월팅은 러시아가 침공하기전에는 우크라이나군이 10일 정도 버티다가 비정규전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은 과거 전쟁에서 필요 이상으로 피해를 입은 적이 많다"면서 전쟁이 길어질 경우 푸틴에 대한 국내 지지가 계속될 수 있을 지가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가 "충격과 공포" 작전을 전개함으로써 빠르게 진격해 중요 표적을 장악함으로써 젤렌스키 정부가 빠르게 항복하거나 탈출하도록 계획했지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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