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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시대]주52시간제·중대재해법 손질 예고…노동계 갈등도

등록 2022.03.27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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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고용노동 정책·현안 등 고용부 업무보고

尹공약 '근로시간 유연화'…52시간제 개편 '촉각'

중대재해법 보완 시사…인수위도 현장우려 전달

내년 최저임금 심의 앞둬…업종별 차등적용 쟁점

법 개정 쉽지 않지만 일부 가능도…노동계 "투쟁"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간사단회의에서 발언을 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2022.03.2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에서 열린 간사단회의에서 발언을 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2022.03.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새 정부의 정책 기조 등 밑그림을 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본격 가동하면서 노동 정책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미 후보 시절 주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 최저임금 등 현 정부가 중점 추진한 정책의 개편을 시사한 가운데 노동계는 친(親)재벌, 반(反)노동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27일 인수위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는 지난 24일 고용부로부터 지난 5년간의 고용노동 분야 정책과 현안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았다.

업무보고에는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과 분과 위원인 안상훈 서울대 교수·백경란 성균관대 교수·김도식 서울시 정무부시장, 고용부 실·국장 등이 참석했다.

특히 이 자리에선 윤 당선인의 공약과 연계해 새 정부에서 추진해야 할 주요 국정 과제가 검토됐다.

주요 내용은 ▲직접일자리 중심의 정부 일자리사업 개편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등을 통한 근로자 선택권 강화 ▲세대 상생형 임금체계 구축 ▲플랫폼 노동자 등 다양한 고용형태 보호 ▲중대재해법에 대한 현장의 우려 등이다.

일단 첫 업무보고인 만큼 참석자들은 구체적인 논의보다 전반적인 내용을 두루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공약 사항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서로 얘기하는 자리였다"며 "향후 분야별로 계속 보고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무엇을 구체적으로 결정하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인수위도 보도자료를 내고 "업무보고 내용을 토대로 향후 고용부 및 유관기관과 긴밀한 논의를 통해 당선인의 고용노동 분야 국정 철학과 공약을 반영한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이행계획을 발전시켜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지난해 12월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최저임금, 주52시간 근무제' 철폐 발언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1.12.02.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지난해 12월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최저임금, 주52시간 근무제' 철폐 발언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1.12.02. [email protected]

그러나 업무보고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새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은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선택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근로시간 유연화'다. 이는 윤 당선인의 노동공약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정 근로시간 1주 40시간에 연장 근로시간 1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노동 정책인 주52시간제로, 법 개정을 거쳐 2018년 7월부터 순차 시행됐다.

다만 경영계 우려에 따른 보완책으로 노동자가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선택근로제를 마련했는데, 그 단위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1년 이내로 대폭 확대하자는 게 윤 당선인의 공약이다. 사실상 주52시간제 유연화인 셈이다.

주52시간제에 대한 윤 당선인의 인식은 대선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후 자신이 '주52시간제 폐지'를 주장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전일제(풀타임)로 고용된 정규직 노동자가 시간제(파트타임)로 일할 수 있게 하는 '시간선택형 정규직', 업무량 폭증 등 사유에 국한된 특별연장근로 대상에 스타트업을 포함하는 내용도 공약에 담겼다. 모두 근로시간 유연성 확대다.

새 정부 노동 정책에서 관심이 쏠리는 또다른 부분은 중대재해법이다.

올해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처벌보다 예방을 강화하자는 취지지만, 경영계는 법 조항의 모호성과 과도한 처벌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공약에는 담기지 않았으나 윤 당선인도 선거 기간 중대재해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보완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지금 구속 요건을 보면 약간 애매하게 돼 있다",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강한 메시지를 주는 법"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2022.03.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2022.03.21. [email protected]


특히 지난 21일 경제단체장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중대재해법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윤 당선인은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제거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수위도 업무보고에서 이러한 현장의 우려를 고용부에 전달했다. 중대재해법 수정·보완 요구를 적극 반영한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지침, 해석, 매뉴얼, 필요시 하위법령 개정 등을 활용해 불확실성 해소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고용부는 다만 "시행령 보완과 관련한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제도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당장 다음달 5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첫 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오는 7월 중순께 결정되는 최저임금은 새 정부의 첫 노동정책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저임금 역시 공약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윤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현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비판하며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시작돼야 한다"고 밝혀 이번 심의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행법상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임위 심의를 거쳐 결정할 수 있다. 경영계는 해마다 업종별 차등적용을 요구했으나, 번번이 부결됐다. 실제 적용된 사례는 최저임금 제도 도입 첫 해인 1988년뿐이다. 지역별 차등적용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

윤 당선인은 임금체계 개편도 약속했다. 현행 연공급 중심 임금체계를 직무와 성과를 반영한 임금체계로 개선해 청년고용 활성화와 장년층 고용안정을 동시에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차별없는 노동권! 안전한 일자리 쟁취! 민주노총 투쟁선포 단위노조 대표자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3.24.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차별없는 노동권! 안전한 일자리 쟁취! 민주노총 투쟁선포 단위노조 대표자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3.24. [email protected]


윤 당선인의 노동정책 공약은 대부분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등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사안이어서 더불어민주당이 거대 야당이 된 '여소야대' 구도에선 현실화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 등 정부 의지만 있다면 시행 가능한 것들도 있어 노동계와의 갈등도 예상된다.

당장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결의대회를 열고 "새 정부는 노동시간 유연화, 최저임금 차등적용, 중대재해법 완화 등으로 재벌 대기업들과 핫라인을 구축할 것이 아니라 2000만 노동자들과 민생 핫라인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우리는 새 정부의 국정과제, 노동정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대화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과거 역대 정권처럼 반노동 행태를 답습한다면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중단없이 투쟁에 나서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성명을 내고 "정부가 사용자 편을 들면 결국 노동계는 대화의 장에서 나와 투쟁할 수밖에 없고, 노정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며 "'실패한 MB정부 시즌2'라는 우려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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