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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눈치에 예·적금 금리 올리지만…체감은 '글쎄'

등록 2022.04.20 08:00:00수정 2022.04.20 08: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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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연 1.25% 인상으로 KB·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이번 주 들어 모두 예·적금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20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2022.01.20.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연 1.25% 인상으로 KB·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이번 주 들어 모두 예·적금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20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2022.01.20. [email protected]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금리 인상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각 은행들이 제시한 최고 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실질적인 인상 혜택을 체감하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로 0.25%포인트 인상하자, 다음날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하나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최대 0.35~0.4%포인트 인상하겠다고 각각 밝혔다. 뒤 이어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도 19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각각 0.25~0.4%포인트, 최고 0.3%포인트 높이면서 주요 5대 은행 모두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과거 은행들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후 1~2주 후에야 수신금리 인상에 나섰던 것에 비하면 매우 빠른 움직임이다. 은행들의 이러한 발 빠른 행보에는 과도한 예대금리차를 손보겠다는 새 정부의 엄포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금융권 안팎의 해석이다. 금융당국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현재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과도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필요시 가산금리 적절성 검토와 담합요소 점검까지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22일부터 줄줄이 발표될 주요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실적이 이번에도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여론 관리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도입 논의는 예대금리차 확대로 소비자들의 금융 부담은 높아지는 반면, 금융회사들은 이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손쉽게 얻고 있다는 비판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금리 상승과 대출규제로 가계대출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은행들은 오히려 벌어진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을 늘리고 있단 것이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합산은 4조754억원으로 추산된다. 전년 동기(3조9680억원)보다 2.7%, 1074억원 증가한 규모다. 이러한 역대급 실적의 배경엔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이자수익이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예·적금 금리가 높아지곤 있지만 최고 금리를 적용받기는 여전히 쉽지 않아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의 인상 행렬이 실제론 가파른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을 충분히 상쇄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 예·적금 상품의 최고 금리는 대부분 연 1~2%대 수준이다. 4~5%대의 금리를 주는 적금 상품은 주로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하거나 월별 납입 한도가 작은 이벤트성 상품으로, 우대금리 조건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신한은행은 연 최대 4.4%를 주는 '신한 안녕, 반가워 적금'을 판매하고 있는데, 기본 이자율 1.4%에 4가지 조건 충족시 최대 3.0%를 우대한다. 최고 금리를 적용받으려면 첫 거래고객이어야 하며 급여이체를 설정해여 한다. 또 적금 가입 후 신한카드를 만들어 결제계좌를 신한은행으로 지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벤트를 통해 특별금리우대 쿠폰도 발급받아야 한다.

하나은행은 주택청약종합저축을 가입한 날 함께 적금을 들어 만기까지 유지하면 최고 연 5.0%를 주는 '내집마련 더블업' 적금을 판매 중이다. 하지만 한도가 매월 20만원으로 적고, 기본금리 역시 연 1.5%에 불과하기 때문에 최고금리를 받으려면 조건을 채워야 한다. 적금 만기시점에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보유하면 만기축하 우대금리 연 1.5%를 추가로 준다. 또 이벤트 특별금리 연 2.0% 주는데, 이벤트 대상이 연말까지 5만좌 한도 내에서 하나은행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보유한 한 경우여 범위가 넓지 않다.

KB국민은행은 연 최고 4% 이자를 주는 'KB쿠폰북적금 위드 요기요'를 내놨는데, 이 역시 기본이율은 1.4%에 불과하고, 오는 24일까지 2주간 판매하는 이벤트성 상품에 그친다. 특히 4% 금리를 받으려면 ▲매일매일 성공 우대이율 최고 연 0.5%포인트 ▲마이데이터 우대이율 연 1.0%포인트 ▲주택청약종합저축 우대이율 연 1.0%포인트 ▲KB스타뱅킹 이체 우대이율 연 0.1%포인트 등의 조건을 채워야 한다.

신한카드도 우정사업본부와 함께 연 최고 8.95% 금리의 '우체국 신한 우정적금'을 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상품 역시 조건은 만만치 않다. 만기까지 유지 시 기본금리 1.9%에 우체국 우대금리로 0.45%를 추가로 받고, 신한카드 이용 조건을 충족하면 특별 보상 6.6%가 추가 적용돼 총 8.95%가 제공되는 식이다. 최근 6개월간 신한카드 이용 실적이 없는 고객이 신한카드 온라인 채널을 통해 발급받고 적금 가입 후 3개월 내 20만원 이상 사용해야 한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은행들도 복수의 거래 조건을 달기 보다는 고객들이 상품의 콘셉트에 따라 간단한 실천을 통해 우대금리를 쉽게 받을 수 있는 형태로 바꿔나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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