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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우의 작가만세]최지인 "시집 팔아 포르쉐 타고 한강뷰 살고 싶어요"

등록 2022.05.1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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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2주만에 1만부 돌파 화제
친구 '싱어게인' 이승윤 추천사도 한몫…'청년 세대'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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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시집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저자 최지인 시인이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5.1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 있을 것이다."

3월 출간된 시집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판매량이 1만 부를 넘었다. 시를 안읽는 시대, 이례적인 현상이다.

"시집이 더 많이 팔려 포르쉐 911도 타고 싶고, 한강뷰 아파트에도 살고 싶어요"

‘리얼리스트’ 시인으로 불린 최지인(32)은 거침없이 솔직했다. 젊은 욕망을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그의 시도 그 욕망의 결을 따른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노동, 욕망이 꾸밈없이 담겼다. 첫 시집 '나는 벽에 붙어 잤다'(민음사 2017) 이후 5년 만에 펴낸 시집이다.

"저는 자본주의적 논리가 피에 흐르는 사람이에요."

그에게 물었다.  "실제로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에 살고 포르쉐 911을 몰고 있는 청춘이 시집을 읽는다면 어떨까요?"

"그들도 결국 고민하고 비교하고 경쟁하겠죠. 제 시는 경쟁에 대한 이야기고 자본구조 안에 사는 화자에 대한 이야기예요. 그들도 그 시스템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같은 사회를 살며 같은 것을 보고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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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시집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저자 최지인 시인이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5.14. pak7130@newsis.com


◆'일하고 일하고', 청춘의 노동을 이야기하다

"우리는 돈이 없고 돈이 없어서 슬프고 슬퍼서 좋아하는 일을 그만둘 것이다" (수록작 '예견된 일' 중에서)

시집에는 끊임없이 '돈'과 '일'에 대한 시가 나온다. '회사 생활이 힘들다고 우는 너에게 그만두라는 말은 하지 못하고' 마는 화자부터 '월세를 못 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리며 '적은 월급을 받고도 야근하고 부당한 요구에도 침묵'하는 화자까지….

"솔직하고 싶었어요. '청년 문제'라는 키워드로 묶이는 것들을 털어놓고 싶었죠. 이 시집을 가난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도 계신데 저는 특별히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잘 살려고 애쓰는 사람이죠."

시집이 많이 팔려 좋은 차, 좋은 아파트를 갖고 싶지만 현재 목표는 파주 외곽 쪽 아파트다.  "시세가 떨어지면 대출을 받아 집 한 채를 마련하는 게 꿈이다."

그의 두번째 시집 '일하고 일하고 사랑하고' 팔려 나간건 '싱어게인' 가수 이승윤 덕분이기도 하다. "이 시들이 여러분의 마음과 상황과 고민에 알맞게 가닿기를. 이상 시집이라곤 열권도 채 안 읽어본 이의 추천사였습니다."라고 써준게 힘이 됐다.

"이승윤의 추천사와 함께라면 조금 더 관심을 받지 않을까 기대했죠."

추천사 부탁은 우물쭈물했다. 결국은 "내가 네 덕을 좀 볼게"라며 직진했다.

가수 이승윤은 창작집단 '언룩'을 함께 했던 친구다. 최지인은 2013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 창작동인 '뿔과 창작집단 '언룩'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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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시집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저자 최지인 시인이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5.14. pak7130@newsis.com



◆비정규직 청년 세대에 "죽지말자" 독려
"소중한 것을 앞에 두고/당장 필요한 것은 돈이었다" (수록작 '살과 뼈' 중에서)

이번 시집은 2020년대 ‘비정규직 청년 세대’의 삶과 현실의 공간을 넘나든다. 부조리한 세상의 그늘에서 위태롭고 불안정한 생활을 꾸려가는 청춘들의 모습이 거칠게 담겼다.

'실패한 사랑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괜찮은 변명거리다/ 누구나 실패하니까/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순 없다/'

'돈 버는 것에서/답을 찾으려고 했지만/삶의 모범이 없다는 건/몹시 슬픈 일이다/'

경험에서 우러나는 진솔한 목소리와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언어다. 열심히 일해도 달라질 게 없는 세상에서 꿈꿀 기회조차 잃어버린 이 시대 청춘들의 고백이다.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사람의 체온, 혼자가 아니다, 쓸모없지 않다"며 '꿈을 포기하라는 현실에 대한 저항이자, 함께 살아보자고 독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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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시집 '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저자 최지인 시인이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5.14. pak7130@newsis.com



◆30대 또래에게 전하고 싶은 말 "죽지 말자, 살아있자"
'자본주의적 시인'은 아이러니하다. 시집이 외면받고 돈이 안되는 시대속에서도 시를 결코 놓지 않고 있다.

왜일까?

"매혹이 됐으니까요."

2013년 등단 후 시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시를 사랑하는 이유요? 너무나도 많지만 그것만으로 전부 설명이 되지 않아요."

20대를 지나 30대가 된 그는 "절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절망한다는 것은 어떤 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깊게 통찰한 상태라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고는 절망할 수 없죠. 그리고 희망은 무너지고 쓰러지더라도 일어서는 것, 일어서지 않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에요. 그럴 때 사랑이 도움을 주죠."

'일하고/일하고/사랑을 하고/끝끝내 살아간다는 것을'

그가 자신의 또래에게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 시가 수록된 3부의 부제에 있다.

"우리는 죽지 말자 제발 살아있자"다.

"죽어버리면  영영 사라져버리잖아요. 하고 싶은 것은 다 했으면 좋겠어요. 견뎌서…. 죽지말고."

20대의 그는 '빨리 30대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버텼다. 30대가 되면 조금 더 나아지겠지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달라진 것은 많지 않았지만 30대에 오자 "마음의 근육이 더 붙은 것 같다"고 했다.

"저는 땅 위에 서있고 싶어요. 그게 삶을 살아낸다는 의미로 느껴져요. 그렇기 때문에 땅 위의 것들을 써낼 수밖에 없죠. 3번째든 4번째든 살아온 시간들이 잘 담겼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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