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is

  •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초점]윤석열 정부 첫 5·18 기념식, 의미와 과제는

등록 2022.05.18 15:45:17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associate_pic

[광주=뉴시스]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민주화운동 42주기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광주전남사진기자회). 2022.05.18.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송창헌 기자 = '윤석열 정부' 첫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이렇다할 충돌없이 마무리된 가운데 기념사를 중심으로 한 '오월 메시지'를 둘러싸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보수여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오월 정신은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오월 정신의 숭고함을 공개 천명하고, 큰 논란 없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된 점은 보수 진영의 변화를 실감케 했다. 그러나 '5·18 헌법 전문(前文) 수록'이 직접 명시되지 않고, 여야가 날 선 장외 공방을 벌여 진정성과 통합의 정신은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윤 대통령은 18일 '오월을 드립니다'라는 주제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이자 국민통합의 주춧돌로 대한민국의 귀중한 자산"이라며 "자유와 정의, 진실을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광주시민"이라고 말했다.

취임 후 첫 국가기념일이자 첫 지역 방문에 "감회가 새롭다"고 밝힌 윤 대통령은 5분 남짓 200자 원고지 7∼8장 분량의 기념사의 상당 부분을 '5·18'과 '오월 정신'에 할애했다.

광주를 비롯한 호남의 번영도 강조했다. "자유민주주의,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 위에 담대한 경제적 성취를 꽃피워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과 첨단기술 기반의 산업 고도화를 콕 집어 강조했다.

광주시의 전략산업으로, 11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인공지능과 미래모빌리티 산업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AI 대표도시 건설' 등 미래 지역발전의 청사진으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대선 전인 지난 1월 호남 유권자들에게 '호남의 고민은 독재에 대한 저항 과정에서 생긴 상처를 넘어 산업과 일자리,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망라하고 있다'며 "함께 걷자"고 한 약속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오월 정신 계승과 산업구조 고도화 등을 통한 미래산업 경쟁력 확보로 '정의'와 '번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호남 언약'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이 5·18기념식 총동원령을 내리고 실제 소속 의원 100여명이 대거 참석하고, 역대 보수정권 최초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첫 소절부터 끝까지 제창한 점도 새 정부 '국민통합' 행보에 보조를 맞춘 것으로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보수 진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묘역 입구 '민주의 문'을 걸어서 통과한 점도 의미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우려와 아쉬움도 적잖다. 무엇보다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이 없어 "개운치 않다"는 반응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녹록찮은 개헌 절차와 당 안팎의 정치역학적 냉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진정성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5년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5·18 기념식에서 5·18 역사 왜곡·폄훼에 대한 우려와 함께 '오월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약속했고, 윤 대통령 스스로도 지난해 11월10일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5·18 묘지를 찾아 "헌법이 개정될 때 5·18 정신은 반드시 전문에 올라가야 한다"고 공언한 점을 감안하면 "퇴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전향적인 입장"이지만,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국민투표 과반 찬성이라는 녹록찮은 법적 절차와 임기 초 크고 작은 정치적 이슈와 1기 내각 인선을 둘러싼 여야 갈등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대표도 기념식 직후 기자들을 만나 "총리 임명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과제가 나오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5·18 정신을 헌법에 담는 문제는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문제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개헌 논의 시작될 때마다 권력 구조 개편이라든지, 큰 과제들이 등장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원 포인트 개헌에 대해서도 "당내 총의가 모아지지 않았다"며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헌법 전문 수록과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기대가 컸지만, 원론적 입장에 그쳤다"며 "현 정부는 이미 세워진 공감대를 재확인하는 수준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포석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있는 역사'로, 이를 책임 있게 계승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후손과 나라의 번영을 위한 출발이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발포 명령자와 헬기 사격, 암매장과 행방불명자 등 미완의 과제와 진상 규명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10여년째 답보상태인 민주인권기념파크 조성사업 등 5·18숙원사업에 대한 언급도 미진했다는 지적이다.

"오월의 정신은 국민통합의 주춧돌"이라며 통합에 방점을 찍었으나, 정작 기념식장 밖에서는 대통령 기념사와 내각 인선 등을 놓고 여야 지도부와 무게감 있는 인사들의 가시돋힌 막말과 설전이 종일 이어졌다.

서로를 보듬고 상처를 치유하자는 오월에 갈라치기와 날 선 정치적 수사가 난무한 점은 오점으로 기록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goodchang@newsis.com

많이 본 기사

이 시간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