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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사용료' 두고 다시 맞붙은 SKB·넷플…입장차만 재확인해

등록 2022.05.18 19:10:25수정 2022.05.18 19: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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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고법서 망 사용료 관련 항소심 2차 변론 진행

기술 쟁점 초점 뒀지만…빌앤킵·OCA 등 기존 주장 반복

내달 15일 재판 속행…재판부 "'무정산 합의'만 특정하라"

[서울=뉴시스] SK브로드밴드(왼쪽)와 넷플릭스 로고.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SK브로드밴드(왼쪽)와 넷플릭스 로고.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망 사용료' 공방을 벌이고 있는 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가 법정에서 다시 만났지만 양측의 입장 차만 재확인한 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양측은 여전히 OCA(넷플릭스의 콘텐츠전송네트워크) 등을 두고 지리한 논쟁만을 이어갔다.

SKB와 넷플릭스는 18일 오후 4시30분 서울고등법원 민사19-1부(부장판사 정승규·김동완·배용준) 심리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항소심 2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도 SKB는 넷플릭스가 막대한 트래픽 유발에 따른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했고, 넷플릭스 역시 이용대가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며 똑같은 반박을 이어갔다.

재판부는 원고(넷플릭스)와 피고(SKB) 측에 각각 30분씩의 구두 변론 시간을 배정했다. 양측의 소송대리인들은 PPT 등을 활용한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변론을 진행했다.

지난달 16일 열린 항소심 1차 변론에서 양사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와 콘텐츠 사업자(CP) 간 '빌앤킵'(Bill and Keep, 상호무정산) 방식 적용 여부, OCA를 통한 망 이용료 청산 여부 등을 두고 팽팽한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이날 2차 변론에서는 재판부의 요구에 따라 기술적 쟁점에 초점을 뒀으나, 양측의 근본 주장은 1차 때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뉴저지=AP/뉴시스]미국 뉴저지주 사우스오렌지에 있는 애플 TV의 넷플릭스 앱 아이콘. 2022.01.15.

[뉴저지=AP/뉴시스]미국 뉴저지주 사우스오렌지에 있는 애플 TV의 넷플릭스 앱 아이콘. 2022.01.15.

넷플릭스 "네트워크 연결은 '상호 무정산'이 관행…OCA 공간·요금 문제도 없어"

먼저 넷플릭스 측은 ▲SKB와 넷플릭스는 '무정산 방식(빌앤킵)'을 전제로 오픈커넥트(OCA)와 연결해 옴 ▲'피어링'(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간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트래픽을 교환하는 것) 방식의 직접 연결을 무정산으로 하는 건 인터넷의 확립된 관행 ▲연결지점(OCA) 이후 이용자까지 콘텐츠를 전송하는 건 SKB의 책임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를 요구하는 법리적 근거의 미비 ▲OCA를 통해 불필요한 지출 없이 트래픽 문제 해결 가능 ▲넷플릭스 콘텐츠 시청에 필요한 망 대역폭이 SKB가 판매한 평균 대역폭의 2% 수준에 불과함 등의 근거를 들며 망 사용료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 측은 국제 비영리 기관 '패킷 클리어링 하우스'가 지난해 192개국 1500만개 피어링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장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무정산 피어링이 전 세계적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피어링의 99.9996%가 무정산이고, 나머지 0.0004%만이 망 이용량에 따라 사용료를 지불하는 '페이드 피어링' 정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넷플릭스의 소송대리인은 핵심 쟁점 중 하나인 OCA 문제를 두고 "피고(SKB)는 OCA의 효용성을 반박 못하면서 공간 사용료와 전기료 때문에 사용을 못하는 것처럼 말한다"며 "OCA의 크기는 돌도 되지 못한 아기 정도의 크기이고, 1대당 전력 수준은 1달에 4만원 정도다. 이정도 공간이나 요금 때문에 OCA를 설치하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SKB "넷플, CP면서 ISP 역할한다는 건 무리한 주장…ISP 간 원칙 적용 안돼"

뒤이어 변론을 진행한 SKB 측은 넷플릭스 측이 일부 사실관계를 잘못 기술하고 오해를 유발하는 표현들을 사용했다고 맞섰다. SKB 측은 앞서 진행된 공판에서와 같이 ISP와 CP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넷플릭스 측의 '피어링 무정산 관행'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먼저 SKB 측은 ISP 간 접속 통신(피어링) 요금과 관련해서는 '상호 정산'이 원칙이고 양측의 계위가 다를 영우엔 '하위' ISP가 접속통신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호 정산 원칙이 넷플릭스의 주장처럼 '관행'이 아니라 행정입법에 따른 '법규적' 성격을 갖는다는 설명이다.OCA 문제를 두고도 넷플릭스가 스스로의 지위는 ISP가 CP임을 분명히 밝혔고 기간통신망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만큼 ISP 간 원칙을 SKB와 넷플릭스 간에 적용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SKB 소송대리인은 "넷플릭스 측은 OCA가 ISP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무리한 주장이다. OCA와 같은 CDN(콘텐츠전송네트워크) 설치는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고, 결국 넷플릭스 스스로를 위한 것"이라며 "CP인 넷플릭스가 데이터를 주고받는 역할까지 스스로 한다고 주장하는 건 빌앤킵 원칙을 적용하려는 무리한 시도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서울고등법원. 2021.07.19.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서울고등법원. 2021.07.19. [email protected]

재판부는 '교통정리' 요청…"쟁점 너무 많다, 다음 기일엔 '무정산 합의'만 특정"

재판부는 양측의 구두 변론 종료 이후 ▲SKB가 퍼블릭(공공) 망 연결과 관련해 넷플릭스 측에 비용 청구를 하지 않은 이유 ▲양사 간 정확한 피어링 조건 ▲SKB가 넷플릭스의 OCA가 아닌 일반 망을 선택한 구체적 이유 ▲ISP 간 망 연결과 ISP-CP 간 망 연결의 구체적인 차이점 등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SKB와 넷플릭스가 지난 3월 1차 변론 이후 석달 만에 다시 법정에 마주 앉았지만 또 다시 양측이 각자의 주장만 반복하는 촌극이 연출됐다.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망 사용료 전쟁이 전혀 봉합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재판부마저도 이날 공판을 마치면서 "너무 (쟁점) 양이 많아서 재판에서 어떤 쟁점에는 집중이 안되는 측면이 있다"며 다음 재판기일에는 '무정산 합의'에 관한 쟁점만을 특정해서 서면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SKB와 넷플릭스의 3차 변론기일은 오는 6월15일 오후 5시에 속행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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