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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경찰 사망 사고 버스운전자, 42년 만에 유족에 사과

등록 2022.05.19 13:37:24수정 2022.05.19 15: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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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당시 시위대 버스 몰았던 배모씨
순직 경찰관들 유가족 만나 사과
"얼굴 들 수 없어…정말 죄송하다"
유가족들 "42년 간 죄인으로 지내"
"순직 경찰들 명예회복 시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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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간 중 버스 돌진 사고로 순직한 함평경찰서 경찰 유가족과 사건 당사자간 사과와 화해 시간 마련 행사에서 운전기사 배 모씨가 순직 경찰 묘비를 닦고 있다. 뒤는 오열하는 유가족.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1980년 5월 20일 밤 사건 당사자가 운전한 고속버스가 시위대의 도청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진압대형을 갖추고 서 있던 경찰관들을 향해 돌진, 함평경찰서 경찰관 4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당한 사건을 조사하던 중 유가족과 사건 당사자 양측의 만남의사를 확인하고 사과와 용서, 화해의 자리를 만들었다. 2022.05.19.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죄송합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위대 버스를 몰아 경찰 4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낸 배모씨는 19일 42년 만에 만난 유족들 앞에서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배씨는 묘역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가족들에게 거듭 고개를 숙였고, 고인들이 잠들어 있는 묘비를 어루만지며는 "모든 걸 잊고 고이 잠드시라"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조사위)는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경찰충혼탑에서 배씨와 시위대 버스에 의해 순직한 함평경찰서 소속 경찰관 4명(故정충길·故강정웅·故이세홍·故박기웅)의 유족들을 초청해 화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배씨와 유가족들은 경찰충혼탑에서 헌화·분향한 뒤 순직한 경찰들의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이후 유가족과 둘러앉은 배씨는 연신 고개를 떨구며 "유족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미안함과 죄송함이 먼저 든다"며 "내가 지금이라도 그 현장을 꿈에서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다. 뭐라 말할 수 없이 죄송하다. 막막하고 얼굴을 들 수 없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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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경찰충혼탑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간 중 버스 돌진 사고로 순직한 함평경찰서 경찰 유가족과 사건 당사자간 사과와 화해 시간 마련 행사에서 운전기사 배 모씨가 순직 경찰 유가족의 손을 잡고 사과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1980년 5월 20일 밤 사건 당사자가 운전한 고속버스가 시위대의 도청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진압대형을 갖추고 서 있던 경찰관들을 향해 돌진, 함평경찰서 경찰관 4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당한 사건을 조사하던 중 유가족과 사건 당사자 양측의 만남의사를 확인하고 사과와 용서, 화해의 자리를 만들었다. 2022.05.19. chocrystal@newsis.com

故정충길씨의 아들이자 순직 경찰관 유가족 대표 정원영씨는 "어려웠지만 한 번은 만나서 진심 어린 마음을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게 됐는데 이 자리가 너무 어렵다"며 "한국 현대사에서 있어선 안 될 사건이다"라며 대표 발언을 시작했다.

정씨는 "42년 동안 조용히 있으라고 강요받으며 죽은 듯 살아왔다. 그동안 우리 아버님들의 죽음이 자기 책임이라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우리가 5월의 가해자였다"며 "우리 아버님들의 죽음에는 어떤 보상도 배상도 없었다. 5월의 책임자가 누구인지 밝히고, 어머님들의 삶에 대한 작은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 어머님들의 삶이 참 어려웠다. 그런데 배씨의 삶도 어려웠을 것 같다"며 "배씨의 말씀은 사과라기보다는 화해의 의미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이웃집 아저씨가 돼주셨으면 한다. 저희 아버님 같은 분인 거 같다"며 화해의 인사를 전했다.

故이세홍씨의 아들 이학봉씨는 "늦었지만 지금 이렇게 얼굴 보고 사과할 수 있는 자리 마련해 준 위원장과 배 선생께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씨는 정원영씨와 포옹한 뒤 "정말 죄송하다. 돌아가신 유가족들도 생각하면 뭐라고 말할 수 없다. 이전에 기회가 있었는데 놓쳐버리고 참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했다. 정원영씨는 배씨를 껴안고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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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간 중 버스 돌진 사고로 순직한 함평경찰서 경찰 유가족과 사건 당사자간 사과와 화해 시간 마련 행사에서 운전기사 배 모씨(왼쪽 세번째)와 순직 경찰 유가족들이 묘비에 참배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1980년 5월 20일 밤 사건 당사자가 운전한 고속버스가 시위대의 도청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진압대형을 갖추고 서 있던 경찰관들을 향해 돌진, 함평경찰서 경찰관 4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당한 사건을 조사하던 중 유가족과 사건 당사자 양측의 만남의사를 확인하고 사과와 용서, 화해의 자리를 만들었다. 2022.05.19. chocrystal@newsis.com

故정충길씨의 부인 박덕님씨는 배씨와 손을 잡고 "경찰이 광주 시민 다 죽였다고 주변에서 수근대니 얼굴을 들고 살 수가 없었다. 죄인이 돼 땅만 쳐다보고 지금까지 살아왔다"며 "(남편은) 청춘에 광주 시민들을 위해, 학생들 보호하기 위해 갔는데 경찰들 보고 사람을 다 죽였다고 하니 누명을 쓰고 죽은 듯이 살아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여기에 안 오려고 했었다. 그 아픈 세월 누명을 쓰고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만나서 뭐 하냐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이야말로 그렇게 하고 싶어서 했겠나"라면서 "우리가 세상 잘못 만났다 생각하면서 42년을 살아왔다. 왜 살리려고 간 사람이 죽인 사람, 죄인이 됐는지 그게 정말 억울했다"며 순직 경찰관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안종철 5·18 조사위 부위원장은 "방금 우린 아름다운 모습을 봤다"며 "고인 된 분들의 명예 회복과 유가족 보상을 정부에 건의해 실행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함평경찰서 소속 경찰관 4명은 지난 1980년 5월20일 도청 광장 등에서 저지선을 세우고 대기하다 시위대 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배씨는 당시 세 대의 버스 중 마지막 버스를 운전했다. 배씨는 야간이었고, 버스 내부에서 최루탄이 터져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았고, 이후 무기형으로 감면됐다가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이어 1998년 재심을 거쳐 무죄를 선고받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kez@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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