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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EF, 中 일대일로 대응 성격…디지털 경제·공급망 교란 최소화 중점"

등록 2022.05.20 05:00:00수정 2022.05.20 08: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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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EP, 인태 경제프레임워크 분석…"IPEF, 리커플링으로 접근"

"노동 분야 높은 기준 적용되면 농수산업에 일부 부담될 수도"

"반도체, 배터리 공급망…기업과 긴밀한 연계 하에 전략 수립"

"美 피봇 투 아시아 이후 새로운 수단…일대일로 바닷길 견제"

대통령실·정부 "IPEF 중국 견제 아냐…다양한 협력채널 가동"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세종=뉴시스] 김성진 기자 =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미국 주도의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 경제와 공급망 교란 최소화에 중점을 두고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IPEF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제안한 경제통상 협력체다. 공급망·디지털·청정에너지 등 신(新)통상 의제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공동 대응을 목표로 한다.

역내 경제 영역을 확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고안한 협력체로 평가되며, ▲공정하고 회복력 있는 무역 ▲공급망 회복력 ▲인프라·청정에너지·탈탄소화 ▲조세·반부패 등  4개 필라(분야)의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일본 등 아시아 방문을 계기로 IPEF 가입을 공식화했다. IPEF 가입은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등과 대립 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윤석열 정부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19일 발간한 IPEF 최근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의 IPEF 가입과 관련, "4개의 필라 중 협상 결과가 구속력 있는 협정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은 무역 필라에 중점을 두되, 그중에서도 디지털 경제 및 기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4개 필라 가운데 무역을 제외한 나머지 3개의 필라는 IPEF 참여국의 공동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그 결과의 법적 구속성은 없거나 또는 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향후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에 맞추어 우리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디지털 경제와 기술에서 우리의 이해를 반영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다만 노동분야에 대해선 "국제적인 노동법의 준수와 함께 미국 내 높은 수준의 노동기준 적용이 논의될 수 있기 때문에 농수산업의 일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일부 열악한 노동환경의 개선을 지적했다. 환경 부문의 경우엔 "해양환경 보호 및 야생동식물 보전, 순환경제 등은 우리나라도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사전에 국내 실태를 점검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또 "과학적 증거와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수입관리는 동식물검역의 선진화와 직결돼 있다"면서 "투명하고 효율적인 통관 관리는 통관체계 전반의 디지털화와 접근성 개선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 부분도 국내 실태 점검과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연구원은 공급망 안정과 관련, 역내 국가 전체의 공급망 교란을 최소화하는 리커플링(recoupling·재동조화) 시각으로 IPEF를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리커플링(recoupling)은 국가 간 경제 흐름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현상에서 벗어나 다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품목에 대한 공급망 안정화과 관련해선 "생산이전 등은 기업의 중장기 투자와도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과의 긴밀한 연계하에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공급망 단절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기업의 체감도가 높기 때문에 그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도 기업의 눈높이에서 접근하는 것이 효율적이며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인프라·청정에너지와 관련해선 "미국의 재정 및 무역수지 흐름을 감안할 때, 미국 단독의 대규모 투자보다는 IPEF 참여 선진국 공동의 투자 및 관련 재원 마련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투자재원 마련을 위한 협조를 요청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아세안 개도국들도 투자보다는 기술이나 시설의 이전 등에 더 큰 관심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내부 기술을 선별해 아세안 국가들이 수용할 수 있는 기술을 중심으로 기술이전과 함께 관련 교육훈련을 제공함으로써 선진국으로서 한국의 새로운 모습을 알리는 한편 진정한 상생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도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원은 IPEF의 대(對)중국 견제와 관련해선, "IPEF는 인태지역의 번영을 추구하고 있으나, 다루는 의제 일부는 사실상 대중국 견제나 봉쇄의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며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권력 중심축을 이동하는 미국의 대외 전략) 이후 대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새로운 지역경제안보협력정책의 실천적 수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보고서는 한국·인도·호주·뉴질랜드·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베트남·필리핀·대만·일본 등 미국이 고려하고 있는 IPEF 참여 대상국이 지리적 관점에서 중국의 일대일로(중국의 육해상 실크로드) 중 바닷길을 견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러면서 "일대일로와 유사하게 인프라를 필라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IPEF의 대중국 견제, 특히 일대일로에 대응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통령실과 정부는 예상되는 중국의 반발을 우려하듯 IPEF 가입이 중국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이것(IPEF)이 소위 (미중 간)디커플링으로 가는 게 아니라고 분명히 한 거로 알고 있다"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여러 전략적 경쟁에도 불구하고 미중 간 교역이 사실상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디커플링 됐던 게 리커플링되고 있는 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을 배제하는 건 절대 아니다"며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경제 협력 부문도 포함돼 있다. 경제 협력을 통해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정례화된 운영위에서 양국 간 관심사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도 같은 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을 비롯한 여타 다른 국가와의 경제협력도 공고히 하고 있어서, (IPEF 가입이) 특정 국가를 견제하거나 특정 국가에서 반발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여전히 중국과 협력이 중요하고, 중국과 다양한 협력채널도 가동되고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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